소년이로 - 2015년 제60회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편혜영 외 지음 / 현대문학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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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한 주제인데 아프고 날카로운 글을 이렇게 회화적 구도로 보여줄 수 있다는데 신선함을 느낀다 .
더구나 이 작가는 원로 작가라 해도 무방한 중견이상의 작가라고 여겨왔던 터라...이런 글쓰기가 , 시도와 해석이 스스로 벼려온 날붙이 같이 느껴지는데는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들기까지..했다.
한장 사진으로 출발해서 부모의 아픔과 시대의 아픔 그리고 그 자신이 격는 작가로서의 고충과 후배를 바라보는 시대까지 골고루 묻힌 양념처럼 , 이렇게 처음부터 재료 손질이 잘 되서 층층이 재대로 간을 해야 할 데에 간을 한 음식을 맛보듯 소설 한편이 주는 맛이 풍미가 깊을 때 느끼는 만족감이란 ... 더할 나위없는 만찬 같다고 해야하나 .
철조망이 주는 고통을 아버지와 한수영의 입장으로 풀어 본 다음에 그것을 다시 사진 한장과 엮어서 그 때로 거슬러 간 다음 사진 속의 인물로 태어나기까지의 과정들이 만들어지는 내용을 작가 스스로 구성하며 쫓은 소설 탄생 이야기 .
어쩌면 사진의 배경이야기 일 뿐인지도 모르지만 . 거기에 이야기를 입히는 재주는 작가의 몫이니만큼 탁월한 글이었다고 ...


"...적은 우리 자신 속에 정체를 감춘 채 숨어들어 있었다 . 살아남기
위해서는 내 쪽에서 죽여야 했다 . 내가 저들의 적이었고 , 내가 곧 나 자신의 적이었다 . 나는 우울하고 무기력한 수용소의 죄수처럼 한손
에 삐라를 들고 터덜터덜 산을 내려왔다 . ...명색이 작가인 나는 분단으로 인해 수천만 의 한국어 독자를 빼앗긴 가련한 소설가였다 . 그렇다면 독자를 되찾기 위해 , 그리고 만성적인 우울증에 걸려 쥐가 난 근육을 풀어주기 위해 뭔가를 써야 하는데 , 무엇을 써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
...그 오랜 여행 끝에 다시 이 장면 앞으로 돌아온 지금, 비로소 나는 나 자신이 바로 이 순간 막막한 공포를 가면으로 간신히 억누르며
경쾌하게 몸을 놀리는 포로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 이제 나는 사진의
안팎을 넘나든다 . 내가 포로가 되고 , 또 비쇼프가 된다 . "
( 본문 p . 257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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