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이야기 - 2015년 제39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김숨 외 지음 / 문학사상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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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잡이 여인 ㅡ 김 숨 ( 자선 대표작 )

《그러나 오늘은 활짝 열려진 나의 집 안
갑자기 반대로 놓인 전화 수화기
노트 옆에 놓인 연필
그 옆에 손잡이가 왼쪽으로 동려진 찻잔
그 옆 반대쪽으로 깍다 만 사과
역시 왼편으로 젖혀진 커튼
또한 왼쪽 재킷 주머니에 들어 있는 열쇠 꾸러미
그대 자신을 드러냈구나 , 왼손잡이 여인이여 !
혹은 내게 어떤 신호를 보내려 했는가 ? * 》

*페터 한트케의 소설 <왼손잡이 여인 > 에서 인용 .
p . 77 - 본문중에서 ㅡ

갑자기 왼손의 실종 (?) 선언을 말한 후 기이한 행동을 하기 시작하는 아내의 모습에 덩달아 아내의 왼손에 집착하기 시작하는 남편의 모습을 그린 단편 . 남편은 이 실종 아닌 실종사건을 거세라고 부르며 자신이 포경 수술했을 당시의 경험을 떠올리며 아내가 의도적 왼손 말살 아니 거세를 의식 혹은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아내는 완전한 왼손잡이 였기에 생활의 불편이 상당했고 급기야 직장까지 그만두는 사태가 벌어지자 심각하단 생각을 하게 되고 잠든 아내의 왼손은 이전의 아내 손과는 느낌이 퍽 다른 것도 같다 .
당황해서 아내의 왼손을 으스러져라 힘주어 잡아 보지만 아내는 아무 감각 조차 느끼지 못하고 상처만 나서 병원에 가 깁스를 하게된다 .

4주후 깁스를 풀기로 하지만 그는 병원을 자꾸 미룬다 . 그동안 아내의 왼 팔은 점점 부어 퍼렇게 변하고 이상징후를 보이며 깁스한 손에선 괴괴한 냄새까지 나는데도 불구하고  조퇴까지 해서 병원에 가려고 나왔다 돌아간 적도 있다 .  막상 깁스를 풀었는데 정말 왼손이 없어졌을까 두려운 나머지 열어볼 작정이 들지 않는다 . 반 깁스만 하랄땐 아내가 혹시 손에 무슨 짓이라도 할까봐 아니면 자신이 보는데서 사라질까봐 깁스로 꽁꽁 도망 못가게 가둬둔 거였는데 ...이젠 그 마저도 불안을 없애지 못한다 . 결국 병원에 간 부부 ... 대기실에서 남자는 아내를 혼자 처치실로 보내놓고 깁스를 깨는 윙~! 하는 전자톱의 소리가 들리자 들뜬 사람 마냥 '아내의 왼손을 자르는 중'이라고 소리친다 . 
깁스가 아니고 ...... 그에겐 그 깁스가 떨어져 나가는 것이  마치 아내의 왼손이 떨어져 나가는 듯이 느껴져 버리는 탓이다 . 불안을 억제할 다음 방어기제를 찾아내지 못한 까닭에 ...... 이제 어떻게 될까 ? 남편은 ? 주기적으로 아내의 왼 손을 다치게 하고 깁스를 시킬까 ? 그녀는 플라나리아처럼 깁스가 재생되고 깨지고 재생되고 깨지는 것이 차라리 나을까 ?
어릴 때 사고로 손을 다쳐 잘라냈어야 했던 왼손을 일생을 왼손잡이로 바꾸며 살려낸 그 시간을 문득 놔버린 까닭은 뭘까 ? 그냥 어마어마한 피곤 ? 모르겠지만 ...알 것도 같다 . 그 때는 고작 손에 박힌 녹슨 못' 이 이제는 그녀를 통째로 삼킨 거라는 걸 ... 그녀 자체가 못" 이 되서 아무것도 못' 하는 존재가 되버렸다는 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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