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앞의 책에서 수림"을 읽었던 지라 ... 이 비와
사무라이"가 후편에 속한다고 봐야할지 아니면 속편 이랄까...역시 수림의 연작으로 보는 것이 좋을라나...작가는 이렇게 보는 방식을
좋아할지 모르겠다 .
그러거나 말거나 의도였건 아니건 그렇게 쓴 걸 어쩌라고... 수림지역이 저쪽이라면 경계가 있던가 해야
하는데 그건 그냥 호우 주의보 같은 거여서 ' 맑음 때때로 비 ' 같이 뜬금 없는 돌발적인 인상의 한 여자에 지워진 감상이고 , 또
어떤 남자의 인생에 놓인 지독한 병이고 그건 맑았다 때때로 비가 오듯 해서... 어떤 날은 개었다가 어떤 날은 아는 사람만 근근히
알 만큼 무너져 내리는 식의 시름 겨운 장맛비에 갇히는 사람들 이야기니까... 그러니까 , 이번엔 노출하는 남자가 아닌 우는 여자
그 여자의 이야기인 셈 . 자원봉사 첫날 줄줄 울며 자기 소개를 하던 그 여자 . 남편이 다정하게 곁에 있어주는데 이 여자는 왜
눈물이 그치질 않는 걸까 . 꽃은 피고 봄은 오고 노숙
인들 마저 오늘을 견디며 견디며 견디고 있는데, 멀쩡한 집과 안락한 환경에
좋은 친구에 그럴 듯한 이웃과 적당한 긴장감을 가지고 살면서도 하루에도 몇 번씩 자살을 생각하는 여자 . 한 번 실패를 이미 해본
여자 . 이후 남편은 무리를 해 강남의 환경좋은 곳으로 집을 옮기고 칼같이 퇴근하고 하루에도 몇번씩 전화해 아내의 목소리 상태를
점검한다 . 이상기후가 느껴지지 않는지 ...그녀의 몸이 베란다의 끝에 걸쳐져 있는 상태는 아닌지 , 확인하고 또 한다 . (남편이 지극정성!)
아내는
날마다 집 주변의 공원을 일정 거리를 산책하고 운동하고 이따금 그를 만난다 . 대학 때 사궈던 남자친구 . 그녀에게 수림같은
인상이라고 했던 그 . 비와 사무라이에 대해서 그가 얘기 해준다 . 그리고 남편은 노천 쪽으로 여성폭행범이 나타났다는 기사가
나돈다고 우리 아파트 인근 같으니 조심하라고 한다 . 그녀는 이제 수림을 그만 만나야겠다고 생각한다 . 마지막 만나고 오는 날 그는
자신은 뭔가한게 없는데도 사람들은 기분 나빠한다던가...하는 말을 하고 , 그녀는 비오는 길에 우산을 쓰고 마치 자신이 사무라이라도
된 양 거리의 노숙자들을 다 쫓고 죽이는 게 자신인 냥 느껴져 운다. (세상이 이 모양인게 다 자기탓일 여자! )
비가 긋는 선과 사무라이는 알겠는데 ..노숙인과 그 마음도
알겠는데 어쩌라는 건지 그걸 모르겠다 . 그러니 그냥 그렇다고 ...하는 거겠지 .
아직 그녀는 누구도 죽이지 않을거고 자신도 결코
죽지 않을 테니까 아직은 ...남편이 불쌍해서라도... 아, 그렇게 보면 그녀에게 수림은 남편인건가? 남편의 애정이 너무 커서? 하핫 ...가장
행복할때 죽겠다는 말만 남기고 미용실을 나간 후 죽은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ㅡ인가 ... 그런데 이
여자는 그것도 아닌 것 같다 .
사무라이처럼 배를 가르고 죽지 않고 서로 누가 더 잘 베었나 확인하는 것처럼 ... 그녀도 고통을 그렇게 확인해야만 견디는 지도
모르지...
백민석 작가의 수림 연작 선에 있는작품 ㅡ병적 징후 짙은 사람들(우리들?) 모습을 그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