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몽고반점 - 2005년 제29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한강 외 지음 / 문학사상 / 2005년 1월
평점 :
식물하면 나는 질기고 가늘면서 끝모를 뿌리가 생각이 난다 . 단순하게 육식동물에게서만 생의 집요함을 느끼는지 모르겠는데
나는 비밀처럼 어느날 혼자 뒤집어 본 돌의 뒷면에 빼곡한 풀의 뿌리와 잔털에서 동물적 감각을 읽고는 한다 . 거기다 왜 동물적이란
표현을 갖다 대느냐 하면 그건 그 흡반" 같다는 생각이 들어 버리는 까닭이다 .
어디 든 물이 , 습기가 있기만 하다면
기필코 찾아내어 이 한 목숨을 꼭 꼭살리고 말리라 ...하는 간절함과 동시에 진득한 끈기까지 느끼고 말아서 , 식물성이면 순할
것이란 생각을 누가 하는가 !
무구한 얼굴로 더욱 더 잔인하게 부수고 깨어버릴 수도 있는 힘이 있다고는 생각 안는걸까 ...
싶어지곤 하는 것이다 . 마치 아무 표정이 없는 눈빛의 영혜와 같이 ...
집요하게 탐한 형부의 동물적 본능이 안타깝다면 이상할까
? 그 걸 아픈 동생과 아픈 정신의 남편으로 치부해 정신병원으로 몰아가려는 언니 역시 , 무섭기는 마찬가지 . 왜 이렇게
나는 인물들을 다 제각각 따로 떼어서 하나씩 하나씩 볼까 싶다 . 모두 연결되어 있고 함께 있어 서로 낸 상처이기도 한데 ...
나는
별도의 다른 일들을 다른 곳에서 각기 격은 일들 마냥 보게 된다 . 개별적으로 .
이래서야 온전한 한 사람으로 감정이 실릴 수가
없을텐데...한 가정이 망가지고 있는데 , 나는 그걸 보고도 이렇게나 태연하다 . 사람이니 그럴수도 있지 , 하는 마음과 네가
언니라면 네 남편였다면 사이에서 억지로 갈등을 해보지만 무리다 . 물론 나는 영혜가 매력 있다 느끼지만 제일 밉다 . 그녀가 가진
파괴성이 나 같은 면이 있어 그런지도 모르겠다 . 나는 햇빛을 싫어 하는 것만 빼고... 은근하고 태연하게 ,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로 식물"의 얼굴로 인간의 경계를 태평하게 넘나들 ... 사람들이 지은 도덕이나 윤리들은 아무 의미가 없을 게 분명한 ...
그녀가 밉기도하고 알겠기도 한 이 복잡한 감정에 나도 모르게 휘둘리게 된다 .
아마 , 아기와 같은 처음 날 때 무조건 젖을 빨고
찾는 생에 대한 무조건적 반응같이 질투라도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
그들 가족사 자체를 놓고 , 고기를 억지로 라도 먹이려는
강제적 폭력이라는 이름의 애정을 , 날 것에 피가 흐르는 것에 대한 거부감만큼이나 어쩌면 그 건 강렬한 끌림의 다름 아님일 수도
있지 않을까 , 하는 거스르려 애쓰는 부정을 다그치고 싶은 충동을 나도 , 같이 느끼게 되는 식이랄까 ... 먼 것은 오히려
가까운 것과 같지 않나 ... 그렇기에 절대 안된다는 근친은 이렇게나 터무니 없이 허약하게 쉽게도 이뤄지고 허물어지고 하는 금기
아닌가 ... 그녀의 공허한 눈동자가 불러
들인 것의 실체는 ... 파국이란 것으로 불리겠지만 ... 그녀 혼자 먼데가서 떠돌았을
뿐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지만 , 어쩐지 가장 강력한 폭력의 행사자는 그녀인 셈이라고 나는 생각하게 되고 만다 . 그를 보면 오월의
신부니 하며 가장 절제된 이미지의 순결된 이미지를 모두 연상했지만 그 안에 그렇게 뜨거운 욕망이 내재되어 있었듯이 ... 동전의
앞면과 뒷면같다고 생각도 들고 .. 뗄래야 뗄 수없는 그런 것처럼 ...
언젠가는 곪아 터졌을 거라고..억누른 본능은 ..
몽고반점은 그저 본능에 이끌려 산 한 순간이 어떻게 되나 하는 얘기 ㅡ 참 뻔할 수 있는 얘기인데 이게 치명적이게 느껴지도록
한다는 점에서 작가의 면모가 새롭게 보이는 점 아니었나 했었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