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거울이다 창비시선 389
고형렬 지음 / 창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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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순간 장난감

 

나를 하나의 이름으로 부르지 말아요

나를 당신의 이름 속에 묶으려 하지 말아요

당신의 길이 있으면 당신 길을 가도록 하세요

나를 끌어들이려고 하지 말아요

우리는 너무 오래 서로의 이름을 불렀어요

나의 이름을 혼돈 속으로 밀어 넣고 싶어요

그리고 아직 분명한 건 아니지만

당신에게도 어떤 망각이 필요한 것 같아요

나는 필요를 버리고 싶은가봐요

내가 어떤 미명의 약속 외에 구름과 바람같은

또다른 아침의 꽃으로 왔다 할지라도

이제 우리는 만나기 전의 시간 속으로

돌아가봐야 해요 이 말도 잊어야 하지만 

현재가 아득한 과거의 현재이길 바라요

나에게 모든 것을 보여주려 애쓰지 말아요

이제 당신은 나에게 그러지 않아도 됩니다

나를 스스로 혼자 있게 놓아줘요

조용히 담 밑에서 햇살을 받게 해줘요

해가 지는 도시 , 서향의 한 정류장에서 나는

당신에게 너무 오래된 말을 하고 있어요

 

p. 52  /  53

고형렬 시집 <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거울이다> 중에서

 


 

 

새벽 마실 탓였을까... 잠을 취하려 먹은 수면제는 실패였고

두번째 알약마저 먹고선 몽유병자처럼 온 몸이 아프다고

방과 거실을 서성거린 새벽의 시간과 오전 ,

차라리 확실한 고통였더라면 뭐라고 표현할 수있는 고통였다면

좋았을 텐데 , 아주 미열처럼 기분 나쁜 그것 .

그것은 힘이 남아 돌아 내 머리 속에 방을 만들어 차지하곤

그 방에서 탕탕 못질을 하고 있었다 . 

걸음 하나에 못을 두번 , 팔 하나 휘저음에 못질 세번

이런식으로 ... 잠따위 자라는 어린애만 영양분처럼 필요한

것이라고 치부하려 애를 썼는데 시간은 웃기지마 ! 하고 웃네

나의 순간 장난감. 분명한 고통은 없다 .

모든게 함꼐 오고 함께 서서히 간다 .

단 하나의 증상이 아닌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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