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주정뱅이
권여선 지음 / 창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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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화 한켤레 ㅡ권여선
( 안녕 주정뱅이 중 ㅡ)

이 단편은 읽으며 치명적 독소를 가진 사람에 대해 오래 생각을 하게
했다 . 독이 약이 될 때도 있지만 그게 넘치면 그대로 독일 뿐이란걸
알듯이 , 대체 뭘 어떻게하면 독소인간이 되는지 보여주는 소설에 아
득한 감정을 품게된다 . 나는 누군가에게 한번 독소인간인 적은 없었
나 ......아마 모르긴 ( 정말 몰라?) 해도 있었을 것이다 . 내가 왜 이렇
게 생겨먹었나 자신을 후회하면서도 자신을 어쩔 수없는 사람의 대
부분이 그럴 것 같다 .
경안이 우연히 TV에 나온 걸 보고 14년 만에 연락을 해온 혜련과 선
미는 한때 같은 학교에서 같은 교실 같은 선생님에 수업을 받은 동기
동창인데 , 셋의 인연은 수학 선생님의 독특한 수학수업에 기인한다 .
이전 선생님들과는 좀 여러이유로 차별적 수업을 진행하던 수학선생
님의 수업 방식에 경안은 수학이 두렵고 무서워 미친듯 수학을 더 파
고들어 그 교과에선 항상 안정적인 애정을 받던 학생였었고 학교 내
에서 유독 예쁜 얼굴과 외모로 선망을 받던 혜련과 선미는 그 수학때
문에 경안에 따로 과외를 청하게 된다 . 그러던 어느 날 같이 수학을
공부해야 하는 날 선미는 혜련에 뭐라고 귀엣말을 하고 이후 실내화
를 갈아 신어야 하는데 그 둘은 신나게 가버리고 혼자 남은 실내화 한
켤레만 덩그라니 남은 기억이 남아있던 경안 . 그들이 모처럼 반가웠
지만 그 기억은 접어둔다 . 영화 시나리오 작가가 되서 연락이 된 그
녀들과의 만남 . 그날 경안은 혜련과 선미가 이전 학생때도 그랬듯이
클럽엘 데려가 신나게 놀고 거기서 알게된 예전 방과 후 어색한 헤어
짐의 이유가 자신이 그둘을 한심해 했다는 혜련의 말에 어이가 없지만
이후 이어진 이차 삼차에 선미가 아는 곳이라며 끌고간 카페에서 합류
한 아는 언니와 한 남자와 재차 경안의 집까지 와서 남은 술들을 마시
고 다음 날 선미의 한 마디에 14년 만의 재회는 다신 없는 일이 되고
만다 . 새벽까지 잘 놀아놓고 그들에겐 무슨일이 있었나 ... 선미의 말
은 치명적인 위태로움을 친구들에게 전하는 그런 얘기였다 . 물론 경
안에게 해당하는 얘긴 아녔지만 혜련은 이후 연락이 없는 채 시간이
간다 . 그랬다 . 이전에도 선미의 쑥덕임이 문제가 되서 오해하고 그녀
들은 그대로 멀어진 것처럼 이번에도 회복이 되지 않을 그 옛 기억 속
실내화 한켤레 처럼 찜찜하게 감정을 잠식한다 .
이간질 이란 한마디로 정리하기 어려운 인간의 심리 ㅡ 대체 예쁘고 우
아한 선미가 뭐가 부족해 그럴까 ... 개인이 가진 그 성정에 대해 혹은
성장과정에 대해 우린 아는 정보도 없이 덩그런 실내화처럼 남겨진단
얘기 였다 ...
강력한 폭행의 사건보다 더 섬뜩하게 느껴진 이야기 .
그건 말이라는 것이 가져오는 파급력에 대해 오래 생각하게 했다 .

" 이런 얘기 해도 되나?"
" 무슨 얘기 ?"
"그 남자 , 엄청 지독한 성병에 걸렸대 ."
"그게 너무 지독한 균이라서 그 언니가 결국 자궁까지 다 들어내 버렸
다는 거야 . "
ㅡp. 204 ,205 본문 중에서 ㅡ

차라리 그렇게 되버린 일에 입을 다물던지 , 후다닥 가버린 혜련은 아
직 애도 없는데 어쩌냐는 말만 던지고마는 선미 .
첨부터 그런 카페로 이끌고 아는 언니와 그 남자까지 합류케한 저의에
심각한 내상을 입은 혜련에 대해 두고두고 곱씹게 된다 .
그냥 우린 쉽게 한마디 던진다는 것으로 아는척도 모르는 척도 아닌 일
의 개입을 할적이 있지않나 ...경안은 후에 선미의 집을 한번 방문해서
사소한 안부만 서로 전한 적 있는데 거기서 선미에 대해 치명적 인간이
란 생각을 품게되는 ㅡ 장면까지 ... 입안이 쓴 얘기였다 .
아마도 선미는 내내 잘 살아온 혜련과 혜련과 같이 놀던 기억에 그녀의
노는 방식을 알았고 그래서 그 카페로 이끈 ...것 이라고 까지 생각하면
나도 같이 독한 인간이 되고 말테지... 의혹은 무섭지만 의혹보다 더 무
서운 어떤걸 마주친 기분이 든다 .
치명적 독소를 품은 인간이 되지 말아야지 ...내 입과 혀를 단속코 싶은
읽기 였다고 ...

"네가 작가라니까 하는 말인데,"
선미가 뜬금없이 말했다.
"나 어렸을 때 오빠 둘이 한꺼번에 죽었어."
"그래?"
큰오빠는 고등학생, 작은오빠는 중학생이었다고 했다. 어떻게
죽었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경안도 묻지 않았다. 사람들이 작
가 앞에서는 왜 이런 얘기를 털어놓아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경안은 의아했다. 말없이 선미의 얼굴을 바라보던 경안은 불현
듯 이상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자신의 원룸에서 레드와인을 마
시며 남편과 쌍둥이 얘기를 할 때도 선미는 지금과 비슷한 표
정이었던 것 같았다. 경안은 급히 허브차를 마시고 자리에서 일
어났다. 실물 크기로 확대된 선미의 독사진이 섬뜩하게 경안을
마주 보고 서 있었다. (p.208 /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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