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상처를 치유도 아니고 미봉책으로 , 그저 어떻게든 살면서 각자의 방법으로 갚으며 살아오려고 한 노력이라고 생각케 한다 . 료헤이가 조직원
이 아닌 경찰이 된 것은 뭔가 좋은 영향을 주는 입장에 서고 싶었을 본래
의 성격이겠다 . 쇼이치로 역시 수완 좋은 변호사까지 된 데에는 물론 인정
받고 싶은 욕구가 가장 컸겠지만 뭔가를 지킬 입장에 서기 위한 한 방법이었
을 게 분명하다 . 유키 역시 . 모두 각각 다른 장소에서 다른 일로 서로 다른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지 몰라도 여전히 마음엔 그 슬픔이 뱀처럼 또아리를
틀고 있었을테지만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가려고 애쓴 그들의 시간에 아주
작은 미소를 보내고 싶다 .
비록 완성 되지 못하고 일그러지긴 했지만 누군가는 그 발자국을 딛고 한발
더 디딜 힘을 내길 그럴 발판으로 삼기를 .
가족이 이 시대에 무슨 의미가 있냐고 ? 나 역시 그런 생각을 가끔 하는데 ,
이 책을 읽다보면 역시나 인간은 혼 자서는 불완전할 수밖에 없고 외로움을 떠나서 더욱 자기만 아는 세상이 되는 것이 자명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동의 할 수밖에 없어서 힘들고 괴로웠다 ㅡ
가족을 이루는 최소한의 정의를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이 된다 . 또
이 사회의 구조에 대해서도 ...

" 요즘 계속 생각해 왔어 ...... 료헤이 넌 결혼을 하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 ." 료헤이는 그녀에게 다시 시선을 돌렸다 . 양어머니는 말을 고르는 듯 , 몇 번이나 눈을 깜박였다 . " 네가 옛날에 심하게 상처를 받았던 걸 우리는 알고 있고 ...... 그 병원에서도 상처 받은 많은 아이들을 보았는 걸 . 결혼이나 가족에서 도망치지 말라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어 ...... 도망쳐도 괜찮아 . 하지만 도망치고 있다는 생각 때문 에 스스로를 탓 하는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 사람은 결혼해서 아이를 가져야 어른이 된다는 상식을 미워하거나 거기에 반발함으로써 스스로를 얽매어 버리는 일도 있지 않을까 , 그렇게 생각했거든 . 그럴 의도가 없어도 결과적으로 자신이 나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는 경우가 있을지도 몰라 ...... "
그녀는 일단 말을 끊고 미즈와리에 살짝만 입을 댔다 .
" 료헤이 넌 우리랑 계속 거리를 두고 있었잖니 ? 널 탓하는 게 아니야 . 지금은 그렇게 생각해 . 네가 거리를 두고 있었던 건 ...... 친해지지 못했던 것 이상으로 , 우리에게 상처를 주는 게 싫어서 가능한 떨어져 있으려고 했던 게 아닐까 하고 ...... " " 마찬가지로 , 좋아하는 사람하고도 거리를 두고 마는 일이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고 생각했어 . 너무 신경 쓴 나머지 상대방에게 더 깊은 상처를 주는 경우 도 있을거야 . 결혼하지 않아도 , 가족을 갖지 않아도 돼 . 하지만 가능하면 같이 살 상대는 찾아 줬으면 좋겠구나 . 상대방을 인정하는 것과 상대방에게 인정을 받는 게 , 살아가는 데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 . 혼자서 버티려고 하면 자기 자신 은 물론이고 역시 다른 누구에게 상처를 주게 되는 것 같아 . 모든 걸 혼자서 짊어 지고 해결하려고 하는 것만이 어른의 방식은 아니야 . 다른 사람을 신뢰하고 맡 기거나 맡을 수 있는 것도 하나의 성장이 아닐까 싶다 . 천천히라도 좋아 , 너 자 신을 열어 보면 어떻겠니 ...... 다른 사람에게 모든 걸 맡기고 응석을 부리는 걸 , 자신에게 허락해 주면 어떨까 ...... "
( 본문 p. 525~526 중 ㅡ 료헤이의 양부모님이 처음으로 료헤이에게 진심을 전하는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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