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가본 적 없는 ㅡ 황정은

여행을 떠나기로 하고 비행기에 타서 좁고 작은 좌석에 착석해 앞만
보면서 시간이 가기를 얼른 가기를 바라는 사람은 자꾸만 시간을 의
식하게 되니 시간은 더욱 느리고 더디게 느껴지고 이상하게 쪼개지
고 분해되는 감각을 느낄 만도 하다 . 고도가 높아 더구나 유럽을 향
해 날아가는 중이니 날짜 변경선을 따라서 라면 실제 자신이 시간을
거슬러 가는 것이기도 하고 , 과거로 가는 중이기도 하다고 ,
흣 ~ 그럼 중간 쯤에 걸리면 시간의 진공섬에 갇히는 셈이 되는건가
하고 엉뚱한 생각을 해 본다 .
황정은 작가의 여러 단편들을 읽어 왔는데 이 글은 전혀 황정은표가
아닌 것 같다는 게 신선했다 .
이번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의 글들이 전체적으로 가지고 가는 방
향이 상실 , 특히 가족 의 파탄에 함께 하는 모습을 보이는 누군가의
모습이라고나 할까 ... 남편 , 아내 , 이웃 , 남자 , 등등...으로 표현된
이들의 모습에서 우리들의 초상을 읽어나갔다고 봐야겠다.
그건 나이기도 하고 , 작가나 , 내가 아는 누군가 이거나 그럴것이니
까 ...낯설지 않다는 것이 중심이라면 중심 일 이야기들.
어린 아이는 수영을 좋아했다고 물에서 얼마나 자유로웠나 작고 얇고
가느다란 몸으로 뒤척거렸을 물결을 말하는 시간은 과거형이고 저 먼
곳에 있어서 닿지 못할 거리쯤에 두고 온 무엇같다 .
여덟살 가족 소풍으로 계곡으로 놀러 갔다가 잃은 아이 .
이번엔 아내를 잃을 남자 이야기 .
너무 슬프단 생각 . 14년 동안 슬픔을 꾸역꾸역 벌서는 심정으로 참
아내느라 각자 버티고 버텼을 시간이 낯선 여행지에 와서 벌어지고
기어이 툭 하고 터졌다 . 아내는 아마 알았을까 ...
이렇게 되리란 걸 . 어쩌면 준비 했을까 ? 스스로 미아가 되겠노라고
남편은 살어름 같은 시간위를 살살 걷느라 신경이 늘 고단했다가 이
국의 낯선 환경과 익숙치 않은 언어 소통에 긴장하느라 날카로워져
날이 설때로 서서 기어이 아내에게 쓴소리를 하고 말았다 . 돌아가는
기차안에서 . 여권과 티켓등 중요 서류가 든 파우치를 아내가 호텔에
놓고 온 것을 알자 화를 내기 시작 ...급기야 아내는 다음정차역에서
대사관으로 가야함에도 남편만 내리고 짐들과 함께 , 그녀는 그냥 기
차에 남아 쓍 하니 가버린다 . 가진것도 없이 ...
어른인데 설마 뭐 어찌되기나 하겠냐만 , 오랜 시간 서로 등보이고 감
정을 세우고 할퀴고 또 버리고도 싶었을 날들이 당도한 마침내 라는
느낌 ㅡ 그건 지금껏 그 둘은 참느라 가본적 없었던 곳 ... 화성같이...
어쩌면 진작 했어야 할 , 늦은 시간일지 모른다는 점에서... 누구도 가
본적 없는 ㅡ 그런 곳 또는 시간 을 가는 중인지 모르겠다고...
늦거나 빠르거나 항상 그게 문제라는...남편은 그 와중에도 아내의 감
정이 어땠나 보단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만 생각하더라는 ... 버려진
것은 모르고...
진작에 냈어야 할 화를 뒤늦게 내보지만 ...아마 현실로 돌아가면 그 마
저도 지금이 아닌 과거가 되있을 시간이란 점에서 누구도 가보지
못한 시간대를 사는 사람들의 상처가 읽혀 마음 아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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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07 2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6-06-07 21:44   좋아요 1 | URL
제게 연휴는 긴 육아 전쟁 ...ㅎㅎㅎ
밤에 잠은 못들고 깔깔 대며 시간을 같이 보내는 딸 땜에 여간 신경쓰여야 말이죠~^^ ㅎㅎㅎ
더울수록 전 이상하게 몸의 열을 밖으로 빼앗기나 봐요 ..손 발 시려워 미칠것 같은 날예요...그러면서 이제 더운 음식은 슬슬 피하고 있고 ~ (뭐 이런 ~)^^;
서니데이님 무척 지치셨겠어요..오늘 ~
저질 체력이잖아요..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