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고 있다 
여보 
움직이는 비애를 알고 있느냐 

명령하고 결의하고
<평범하게 되려는 일>가운데에
해초처럼 움직이는
바람에 나부껴서 밤을 모르고
언제나 새벽만을 향하고 있는 
투명한 움직임의 비애를 알고 있느냐  
여보
움직이는 비애를 알고 있느냐

순간이 순간을 죽이는 것이 현대 
현대가 현대를 죽이는 <종교>
현대의 종교는 <출발>에서 죽는 영예 (榮譽)
그 누구의 시처럼  

그러나 여보
비오는 날의 마음의 그림자를
사랑하라 
너의 벽에 비치는 너의 머리를 
사랑하라 
비가 오고 있다 
움직이는 비애여  

결의하는 비애
변혁하는 비애......
현대의 자살 
그러나 오늘은 비가 너 대신 움직이고 있다
무수한 너의 <종교>를 보라  

계사 (鷄舍) 위에 울리는 곡괭이 소리
동물의 교향곡
잠을 자면서 머리를 식히는 사색가
--- 모든 곳에 너무나 많은 움직임이 있다  

여보
비는 움직임을 제(制)하는 결의 
움직이는 휴식

여보 
그래도 무엇인가가 보이지 않느냐
그래서 비가 오고 있는데!

<1958>

 -  김수영전집1 , 민음사 

p. 143, 144, 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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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그가 되고
혼자 내가 되고
답을 하는 시간

외롭지 말기를...
어차피 모두 혼자 간다고,
그러니 두려움은 잊어버리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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