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당나귀 곁에서 창비시선 382
김사인 지음 / 창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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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구나, 먹는행위가 주는 것이 이런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었구나..깨닫는 일..새삼 거부의 음식이, 상차림이, 문득 공허함으로 다가들어서 서글픈 그런 날...

먹는다는 것

 

내 안을 허락한다는 것.

너에게 내 몸을 열고 싶다는 것 내 혀와 이빨과 목구멍과

대장과 항문을 열어준다는 것 그렇게 음탕한 생각.

또한 지금의 내가 아니고 싶다는 것 지금의 죽음이고 싶

은 것 다른 나이고 싶다는 것 사랑을 느낀다는 것.

너를 내 안에 넣고 싶다는 것 네 안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것 너이고 싶다는 생각 네가 아닌 나를 더는 견디지 않겠다

는 의욕.

너를 먹네

포충식물처럼 끈끈하게, 세포 하나하나까지 활짝 열어

너를 맞네 세포 하나하나까지 너에게 내주네.

그러므로 허락이 있어야 하는 일 모든 구애가 그렇듯이

밥이건 고기건 사람이건

먹는다는 것은 먹힌다는 것 죽음처럼 아찔한 것 길고 황

홀한 키스 먹는다는 것은 갖고 싶다는 것 새 자동차를 장

화를 장미를 새끼 고양이를 향해 눈이 빛나는 것 같이 있고

싶다는 것 한 몸이 되고 싶다는 것.

자본주의보다 훨씬 오랜 식욕의 역사

몸 너머 영혼 속에까지 너를 들이고 싶은 것 네가 되겠다

는 것 기어이

먹는다는 것은.

 

p.52  / 53

어린 당나귀 곁에서

김 사 인 시집 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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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지 않음, 단식이  온통 거부의 몸짓이듯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강한 표시이듯 때론 원한다를 넘어선

반드시 있어야 하는 필수이듯 그래서 그 것을 걸고 싸우는 것처럼

먹는 다는 것은 온통 다 내걸고 투쟁하는 삶의 본질 적인 것.

사랑이 아니면 ,

적당히 대충해서 가능한 무엇이 결코 아닌 것이라고

시인이 말을 한다.

최소한의 것으로 최소한의 것만 있으면 그래도 될 줄 알았다.

사랑에는 표정이 아주 많듯이

표현할 수있는 애정도 아주 다양하듯이 먹어야 하는 것에

이유는 꼭 살아야 하는 것을 넘어서라도 있는 것.

그러니 먹어야 한다.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에서라도, 살아 있기 위해서라도,

그 이유가 아니더라도 , 오직 먹기 위해서라도,

스스로를 사랑하기 위해서라도,

아무것 아닌 이유를 위해서라도,

그처럼 순수하고 맹목적인 받아들임의 세계가 또 있을까.

하면서...

그처럼 거짓없이 꾸밈없이 내어주는 세계가 또 있을까.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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