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전집 1 - 시 김수영 전집 1
김수영 지음, 이영준 엮음 / 민음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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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밤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처럼

혁혁한 업적을 바라지 말라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달이 떠도

너는 조금도 당황하지 말라

술에서 깨어난 무거운 몸이여

오오 봄이여

 

한없이 풀어지는 피곤한 마음에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너의 꿈이 달의 행로와 비슷한 회전을 하더라도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기적소리가 과연 슬프다 하더라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서둘지 말라 나의 빛이여

오오 인생이여

 

재앙과 불행과 격투와 청춘과 천만 인의 생활과

그러한 모든 것이 보이는 밤

눈을 뜨지 않은 땅 속의 벌레같이

아둔하고 가난한 마음은 서둘지 말라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절제여

나의 귀여운 아들이여

오오 나의 영감 (靈感)이여

 

<1957>

 

김수영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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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가 닻"일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노라 하면..웃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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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과 사물의 생리와

사물의 수량과 한도와

사물의 우매와 사물의 명석성을

 

그리고 나는 죽을 것이다

 

(p.19/  공자 (孔子)의 생활난 중에서)

 

라는 말이 마치 미리 내게 한 유언 이 이제야 닿은 듯이 느껴져

발에 닿은 찬 물 마냥 차가웠노라고..적으며..

하냥 마냥, 나는 이 시들을 읊고 외고 할 것이란 것을..

쓰러지어 누울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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