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 대표 시선 세트 - 전36권 - 300번 출간 기념 창비시선
강은교 외 지음 / 창비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간절하게 참 철없이
안도현 지음/창비

10점

 

 

 

 

시를 끼적끼적 노트에 옮기다가 비린 간장게장을 앞에 두고 앉아선 시인이 게딱지를 보며 이런 저런 생각을 궁글리고 앉잤는 정경이 그만 눈에 선하여...

스며드는 것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안도현 詩


      - 안도현 시집[간절하게 참 철없이] 중에서-


속절없이 앉아서 정면도 아니고 겨우 등만 바라보고

나누는 일방적 대화,

(뭐라구요......? 좀, 크게 말해봐요...)

버둥거리다, 버둥, 어쩔,......

(참, 그런건 모른 척 해주는 게 예의라구요!

그럼서 안 자실 것도 아니고,

언제 그랬냐는 둥 열 손가락 쪽~쪽 소리가 나도록

내 다리를 뜯고 내 등을 벗겨내고

기어이 속을 보고 허연 밥을 얹을 거면서,)

그러니, 시침이라도 떼라고

아는 척 하니 더 초라해 지는 나는 슬픈 게딱지,

하는 말이 들리는 듯해서...

내가 차려 준 상도 아닌데 공연히 가슴이

쿡 쑤셔와서는 ,

아~아, 시침을 떼라 하였던가...

나는 그가 아닌지라,

비린 너는 안먹어......

(음?......고맙다고? )뭘......그런 걸로,

양념만 먹어요. 난요...

.

.

.

그게 좀 그렇지?

상처난 데에 소금만 뿌려도 끔찍할 텐데

뻘건 고춧가루에 온갖 양념을 버무리니

몹쓸 짓이고 말고...

다시는 게장을 앞에 두고 명상따위 말아야지,

웃픈 광경을 보고 만다.

얘, 그래도 넌 지상에 따듯한 밥의 기억을 하나쯤은

남겨주고 가잖니...

(그걸 위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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