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두 개의 초록 문학과지성 시인선 467
마종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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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두개의초록 :을 마흔 두개의 초로, 읽으며...웃었다..(시큼하게 웃긴,,) 그게 뭐 웃긴 얘기라고...시인의 말에 게으름에 끌려 다니지,않은...표현에 묵묵한 경외를 보내며

이슬의 하루

 

 

이제는 알겠지,

내가 이슬을 따라온 사연.

있는 듯 다시 보면 없고

없는 줄 알고 지나치면

반짝이는 구슬이 되어 웃고 있네.

 

없는 듯 숨어서 사는

누구도 갈 수 없는 곳의

거대한 마지막 비밀.

내 젊은 날의 모습도

이슬 안에 보이고

내가 흘린 먼 길의 눈물까지

이슬이 아직 품어 안고 있네.

 

산 자에게는 실체가 확연치 않은

이슬, 해가 떠오르면

몸을 숨겨 행선지를 알리지 않는,

내 눈보다 머리보다 정확한

 

이슬의 육체, 그 숨결을 찾아

산 넘고 물 건너 헤매다 보니

어두운 남의 나라에 와서

나는  이렇게 허술하게 살고 있구나.

이슬의 존재를 믿기까지

탕진한 시간과 장소들이

내 주위를 서성이며 웃고 있구나.

 

이제는 알겠지, 그래도

이슬을 찾아 나선 내 사연

구걸 하며 살아온 사연

이슬의 하루는

허덕이던 내 평생이다.

이슬이 보일 때부터 시작해

이슬이 보일 때까지 살았다.

 

마종기  詩

 

p.016.017 [마흔 두개의 초록]시집 중에서

 


 

 

 

놓인 길을 따라, 길 위의 삶을 살았노라

새가 가는 길을 쫓아서

물 길을 쫓아서

지도위에는 없는 투명한 관을 따라 때론

주어진 색을 가진 채

이슬이라 부르면, 이슬

생명을 살르는 것들 위로 아무것 아닌 듯 존재하는

그저 그것으로,

어느 때는 주렁 주렁 삶의 무게를 인채로

온 입안을 쓰게도 하면서

향도 맛도 없을 그것이

그에게는 그저 신비한 ,아닌 그저 이슬이어야 하는

그래야 부릴 수있는 마법.

 

그가 누구인가...약력을 보고...

겨우 유추하는 고단한 삶

살고 죽는 세계의 시인였고

그런 날들의 유일한 위안이었을 시들...

누가 누구에게 고맙다 인사를 하는가...

이 작은 나라의 이름과 성을 가지고

저 먼 곳으로 가서

고단하게 살고 웃고 우는 당신이었을텐데

 

까맣게 어두운 날 써서

환한 아침에 창을 열면

이내 잘 견디었나 ,고

그 잠머릴 지켜준 이 쪽은

이제야 잠자리에 들겠노라고

창을 닫으며

건내는 묵묵한 인사.

당신의 하루는

또 안녕할 것 이라는

기원을 담은 묵묵한 인사.

 

그럼, 또 다음 창을 열 아침까지..내내 안녕키를...

시소처럼 엇갈리며 마주칠 일 없는 우리가

우리들에 삶에 건내는 묵묵한 바램.

내내 안녕키를,

 

015.08.015,6-사이새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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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do 2015-08-16 0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아한 시인의 시선 십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아 반갑습니다.

[그장소] 2015-08-16 02:29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이 시집은 약 5년간의 흩어진 시들을 모은 것들이라고 하더군요..이름만 듣곤, 39년 생 시인을 얼른 생각치 못했어요. 시인의 시심에 세월이 묻으란 법은 없지만, 참 젊다..란 생각을 계속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