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같이 사는 것처럼 문학동네 시인선 16
임현정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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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바닥 마주 쳐야 하듯 ,마주 잡아야 하듯, 닮은 그림은 포개어져 찍어내듯, 깍지 낀 것들..처럼 꼭 그렇게..

꼭 같이 사는 것처럼.임현정.

 

 

 

 

흑설탕을 넣은 차

 

 

 

 

비탈 아래 있는 불탄 집을 갔지

 

                        바닥이 깊은 곳에선 젖은 냄새가 나

 

                                들어와도 괜찮아요

                                개망초같이 웃는 그가

찻물을 끓이러 간 사이

 

 

딱딱하게 굳은 흑설탕처럼

어둠이 응고된 지하 계단을 내려갔어

 

 

긴 복도는 고요하고

검은 머리카락을 한 줌 물고 있는 것 같아

 

 

알뿌리처럼 머리만 남은 석상들 나란히 서서

누군가 반짝 웃은 것 같은데

 

 

복도 끝엔 검은 매듭처럼 그가 서 있었어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하며

웃었어

 

 

휘발성 냄새가 났지만 아주 뜨거운 차

 

                        그가 하얗게 벌어진 홑씨를 날리며 웃었어

가지 마 , 여긴 나뿐이야

 

 

천장은 높고 검게 그을린 지붕은 무거워

그래서 나는

                                                                         

 

                                                                          임현정 詩 p.028 /029

 


 

비밀같은 ,수수께끼 문자들 사이로

절망이, 그리고 그저 좋은 사람"이

 

번갈아 드나 들어...

저지대와 축복 받은 집을

그녀 모르게, 그녀는 모르게

얼굴만 동동 떠오른 채 그림자는 없는

누군가가 예전부터 꼭 같이 산 것처럼...

내 마음 을 읽어서 내 몸은 꼼 짝 않아도

나보다 먼저 내 앞을 가로 막고 서는

악몽들, 붉고 검은 , 웃을 뿐인 기분 나쁜

 

절망이, 그리고 그저 좋은 사람"이

비밀같이 , 수수께끼 사어의 골짜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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