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바닥 마주 쳐야 하듯 ,마주 잡아야 하듯, 닮은 그림은 포개어져 찍어내듯, 깍지 낀 것들..처럼 꼭 그렇게..
꼭 같이 사는 것처럼.임현정.
흑설탕을 넣은 차
비탈 아래 있는 불탄 집을 갔지
바닥이 깊은 곳에선 젖은 냄새가 나
들어와도 괜찮아요
개망초같이 웃는 그가
찻물을 끓이러 간 사이
딱딱하게 굳은 흑설탕처럼
어둠이 응고된 지하 계단을 내려갔어
긴 복도는 고요하고
검은 머리카락을 한 줌 물고 있는 것 같아
알뿌리처럼 머리만 남은 석상들 나란히 서서
누군가 반짝 웃은 것 같은데
복도 끝엔 검은 매듭처럼 그가 서 있었어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하며
웃었어
휘발성 냄새가 났지만 아주 뜨거운 차
그가 하얗게 벌어진 홑씨를 날리며 웃었어
가지 마 , 여긴 나뿐이야
천장은 높고 검게 그을린 지붕은 무거워
그래서 나는
임현정 詩 p.028 /029
비밀같은 ,수수께끼 문자들 사이로
절망이, 그리고 그저 좋은 사람"이
번갈아 드나 들어...
저지대와 축복 받은 집을
그녀 모르게, 그녀는 모르게
얼굴만 동동 떠오른 채 그림자는 없는
누군가가 예전부터 꼭 같이 산 것처럼...
내 마음 을 읽어서 내 몸은 꼼 짝 않아도
나보다 먼저 내 앞을 가로 막고 서는
악몽들, 붉고 검은 , 웃을 뿐인 기분 나쁜
비밀같이 , 수수께끼 사어의 골짜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