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렁크
김려령 지음 / 창비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출장 부페? 출장 마사지? 출장 결혼? 또 하나의 직업군이 생기는 걸까...

사실혼이 법적 절차로 인정이 까다로운 혼인유지제라면 NM의 방식도

고려 가능하지 않을까..

어제 도착 하자 마자 박스를 열어 모두 새 책 인지 확인 하고 쭈그려 앉은 채

다리가 붓는다는 사실도 잊고 후루룩 읽어버린 김려령의 트렁크, 드링크처럼..

그야말로 드링크제 같은 소설 아닌가...순간 흡수력이 높고 빠른 비타500마냥...

부작용은 윤리나 법제도를 떠나 몸에 과부하가 와서 밤에 다리를 한참 맛사지

하느라 초죽음이 되야 했다는 것... 그럼에도 재미는 있어서 역시 김려령이구나

했다. 완득이에서 우아한 거짓말까지 또 , 트렁크에도 묻어나는 캐주얼한 감은

여전한 풋풋함이라고 해야하나...결혼반지를 끼고 빈티지한 스니커즈에 어쩐지

번지 점프를 뛰러 가야 할것만 같은, 부케 대신 머리에 미친 척 꽃 달고 말이다.

 

주인공인지 노인지, no인지 yes인지 는 이름 그대로 인지가 빠른 현실적 캐릭터

그러면서,감정적 반응에도 어떤 한 면은 빠르고, 어떤 한 면은 느리고,그렇지만

내가 보기엔 봐야할 건 정확하게 보는 인지센서가 잘 발달한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기감도 빠릿빠릿 하달까..다만 그게 어디서 오는 건지 미쳐 못 느낄뿐

 

처음 책안내광고를 보고 기획자체가 기발하다 느껴서 혹한감도 있지만 ,한 번의

이혼으로 짙은 패배감을 평생 마일리지처럼 쌓고있는 나이고 보니 일하듯이 일

로 만나서 일처리하다가 신뢰가 쌓여 연장에 ,연장을 더해가는 저 방식이 부담없이

나쁘게 보여지질 않았다. 처음엔 메이드같지 않은가..생각도 들긴 했는데,최선을

다해야 하는 직장일이란 다 그렇듯 서로 깊은 부분은 상처될 부분은 건드리지도

또, 가족단위로 복잡하게 얽혀야 하는 우리 사회적 제도의 결혼이 가진 폐단을

만들 일도 없는 심플한 구조가 더없이 맘에 드는 것이 ,

 

아마 소설이어서 딱 거기까지만 그려 넣은 선에서 끝나 그런지도 모르겠다.

사는 일은 책 같지 않겠지만 그래도 어디였더라. 최근에 읽은 책에서 옮긴이였나

작가였나..지인의 잔치집에서 한 고운 어머님의 말이 결혼 초엔 꽁생원이다가

10년정도는 얼음 공장 공장장 같은 이가 남편이었다가 또 어느새 보니 자신이

어디있나 꽁무니만 쫓는 어린애질 않나 생각해보면 다섯명쯤 되는 사람과 결혼

한것만 같다는 이야기를 태연하게 뱉는 장면을 보는 이야기를 읽었었는데

(어느 책인지 생각나는데로 붙이겠다.)

결혼 40년이 넘으면 그런 이야기를 웃으며 할 수있을 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도

축북이라고 , 참고 싶어도 참아 지지 못하는 환경이나 ,인격이나 상대를 만나면

혼자서는 도무지 애를 써도 뭘 할 수 없는 거라고.주변도 상대도 서로 다 같이

가정이란 것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킬 줄만 알아도 그리 쉽게 무너지지 않

을 것이라고. 그렇지만 그 최소한의 것들이 가볍게 무너지기 때문에 ,이제는 법

으로 내세우는 그 혼인 서약도 의미가 희미하다고 ,법조차 희미한데 회사? 아..

 

이 책에 나오는 NM(New Marriage) 같은 회사 따위는 뭐 안전하겠냐? 그러게.

그렇게 따지면 아무것도 안하는 것이 가장 안전 할텐데..말입니다. 뭐 주인공은

기분 좋게 좋은 사람 과 인연해서 두번 연장전에 다음엔 진짜로 시작하자는 콜

사인을 받지만, 그런 경우도 내내 앞으로 만사형통 해피 로 가란 법은 없지. 일과

진짜로 넘어가면 생활과 관습이 따라붙을 테고 이웃하는 사람들과 인연을 또 이

어나가게 될 테니..부작용이 적지 않다. 딱 환상 까지만이, 적당선인지도 모를일

사람이 사람에게 늘 환상만 같고 그걸 먹고 사는 것도 어떨까..생각하게

되는...그러고 보니 그녀를 스토킹하던 엄태성 생각이 나는데...그 역시 자기만의

환상이 있기 때문에 왜?! 자신이 안통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듣고 싶고,또 듣는다

해서 그 갈증이 풀릴까만..원래 말로해서 안되는 사람은 화를내도 안되고 폭력으로

도 안되는 구조를 갖는다.고 알고 있으니 ...

 

결혼만 다루는 것이 아니고 그 사이 사이 주인공의 내면이 어떤지에 촛점도 스피디

하게 훝고 지나가기 때문에 그저 그런가 하고 짐잠 정도 할 뿐. 깊이 파고드는 이해

는 역시 내가 아니라서 타인이니 알수없다.끝도 마찬가지..가봐야 아는..어찌 되었

을지 힘껏 올린 엠프처럼  공기 진동을 뚫고 ,어떤 소리가 듣고 싶은지는 각자가

턴테이블에 선곡을 해야할 것 같다..

 

재미있는 생활 파트 오늘은 여기까지..내일 파트는 또 다를지 모르겠습니다.나도..

날씨만큼 미묘하게 변덕스런 기분인지라...

"이번 결혼에도 사랑은 하지 않았습니다"
.

" 살 집이 없어요."
살집이 없다. 유대리 얼굴을 보지 못하고 검지로 소줏잔 주둥
이만 문질렀다.집안의 생계 때문에 이 일을 하는 FW는 거의없다.
얼굴에 가난과 고난이 벤 사람은 스카우터가 걸러낸다.단순 성매
매로 알고 온 사람들은 거의 NM결혼기간 중 파경하고 퇴사한다.
일반 직장인보다 연봉은 높지만,그렇다고 텐프로 여성들과는 비
교도 안되니까.바로 돈이 들어오는 맛도 없다.매달 급여 통장으로
입금되는 월급을 기다려야 한다.그마저 자유롭게 쓸수없다.계약
기간 동안은 회원의 아내로만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김려령 [트렁크]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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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GE 2015-06-16 23: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와 김려령 작가님 신간이네요! 저도 빨리 읽고싶어요ㅠㅠ

[그장소] 2015-06-16 23:59   좋아요 0 | URL
엄청 빨리 읽힙니다.슝~~하고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