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 문학과지성 시인선R-04 문학과지성 시인선 R 4
김경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7월
평점 :
판매중지


고백하건데 시는 내게 현기증 같은 것.

시인의 말을 읽다가

 

읽다가 몇번이나 끄적거리다.. 시인이 너무 궁금해졌다.

늘 그렇지만, 이이나 나나, 기껏 한 두 해 차이인데

이이를 그토록 길바닥에 눕게하는 서러움은 무엇이고

어두운 화장실에 앉아 우는 심정은 어떤지, 깜깜해서 도무지

 

2006년 과 2012년을 뛰어넘으며,

그가 부리는 재주는 계절의 없음에만 있지 않다.

헌책방을 가서 자신의 시집을 2000원의 가격이 붙은것이

부끄러웠을 건가..데리러 갈게..라고 아,

응, 데리러 와......대답하고 싶었는데......

나는 그의 시집이 아니었다. 부끄럽게도.

 

읽어가겠다..하던가?

꼼꼼하게 한자 한자 꼬박꼬박 볼 것이라고...

무엇이 당신을 이 세상에 없는 계절로 명하게 하였나..

읽어갈테라고....안쓰러운 마음을..

이만. 조금 추스른다.


여기는 지도에는 표시되지 않는 밤이라고 쓰고 거기는 지도

를 만드는 사람들의 어두운 골방이라고 믿는다. 지난 몇 년

동안 나는 비정하고도 성스러운 이 세계 앞에서 경악했고 그

야설(夜雪)을 받아 내느라 몸은 다 추웠다. 어두운 화장실에

앉아 항문으로 흘러나온 피를 닦으며 나는 자주 울었다. 나는

그것을 간직했다.


고백하건데 시는 내게 현기증 같은 것이었다. 현기증은 내

몸으로 찾아온 낯선 몸의 시간 같은 것이었다. 나는 그 사이를

오가며 서러워서 길바닥에 자주 넘어졌다. 그사이 광장으로 쏟

아져 나온 무수한 책들은 자살하지 않고 살아남았고 나는 여러

번 아버지가 되지 못했으며 눈이 외롭던, 기르던 강아지는 병으

로 두 눈을 잃었다. 한놈은 직접 내 손으로 버리기도 했다.



아들이 시인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서 수술 전 자궁의 3분

의 1만이라도 남겨달라며 의사를 붙잡고 울던 어머니가 생각

난다. 비근한 삶에 그래도 무겁다고 해야 할 ,첫 시집을 이제

잠든 당신의 머리맡에 조용히 놓을 수 있을 것 같다. 초대받은

적도없고 초대할 생각도 없는 나의 창(窓).사람들아,이것은

기형 (畸形)에 관한 얘기다.

2006년 여름

시인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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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6-15 0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BOOK 이 아닌데..좀체 수정이 안되는 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