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에서 디아스포라의 의미를 찾아 밑줄을 그어놓고
일기장에 낙서처럼 휘갈겨 써보기를 몇 번이나
해 본다.

흩어진 사람들...이라니,
기체도 아니고
연기도 아니고
아침 이슬인가
흩어지긴...대체 어찌하면 흩어질 수 있다는 건지

모르지 않는다.
의미를 모름이 아니라 그 갈 곳 없는 마음이
정처없음이 서러운 걸거다.

언젠가...
같이 한 시절을 살던 언니와 그녀의 어린 아들과
서울로 외출을 했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지하철을 탔는데 어린 아들말이..
다리가 아파..의자가 저렇게나 많은데 왜 내자리는 없냐
며...알 수없다는 듯 말갛게 물었었다.

한강의 철교를 지나치는 순간였고
멀리 다닥다닥 붙어앉은 집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었다.
그러게...저렇게.
집이 많은데...왜 내 몸하나 누윌 집하나 없다는 것이냐.
이 땅에는 ..말이지.
아이의 말에...속으로 전혀 다른 답을 하며
방한칸 있을 뿐이지..집은 없는 지상의 삶이..
한 숨처럼 세어 나왔더랬다.

아...겨우 발 딛고 사는 이 땅에서
방하나 가지고 전전긍긍 하는 나에 비해

나라의 이름조차 잃은 이들이 무얼 가지고
살아갈 수 있다는 건지...
그들은 형체를 이루고 살기는 하는 걸까.
아침이 오면
빛이 닿으면 녹아내리는 어떤 이들 같이..
흩어지는가...

우리말..모국어를 가지고 시를 잦으며
버티는 삶.

새벽에서 잠시 침대에 가져가 누웠다가
읽기를 끝내버리고는
누워서 얼굴을 가리고 한 참 눈물이 흐르게 두었다.

번번이 이래서야...무슨 글을 읽고 쓸까.

아이야..세상엔 이런 불가해함이 넘치고 넘쳐.
겨우 네 책가방이, 오늘 든 우산까지 무거워
힘들었다고 투덜대지 말렴.
엄마가 너보다 힘들었다는 것이 아니란다.
세상이 그렇다는 것이지.

너는 자라느라 너대로 힘들것이지.
힘듦을 어떻게 너의 힘으로 만들까..
생각하기를...
엄마는 네 두손의 짐을 들어 줄 수없으니..

빗소리를 듣던 밤에..


남은 손가락

김정기.

아프리카 어느 섬에서는
가족이 떠날 때마다 손가락 하나나
귓바퀴를 잘라
그 아픔으로 이별을 대신한다고 한다.

날카로운 열대의 잎으로 생살을 베이며
상처가 아물면 혈육을 잊지만 또 다음 이별이 오면
다음 손가락을 잘라 다섯 손가락이 없는 그는
어디 육신의 아픔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통증에 비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
평생 정을 그리워하는 그의 유언이다.
남은 손가락으로 일하면서도
열 손가락의 힘을 일궈내는 사내의 미소가 화면에 뜰 때
나는 절벽 끄트머리에 무겁게 앉았다가
무중력의 세상으로 가볍게 떠오른다.

빗소리를 듣는 나무 중 ㅡ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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