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1988년도 이상문학상
수상작.
《붉은
방-임철우》
『 뭐야,아침부터 하품만하구.어젠 몇시에 들어갔었나,이형사.
앞자리의 잠바가 내 옆의 사내에게 묻고있다.
말도마슈.쓰발 새벽 두시가 넘어서야 들어갔다구요. 그새낀 한번
술판에 앉았다하면 꼭지가 돌기전에는 끝장을 안 내거든.어제도 오
차까지 갔지 뭡니까.
그 새끼라니.또 술먹었구먼. 누구랑?
최 과장 말입니다.최달식이. 그친구가 오랜만에 한잔 사겠다고 전활
했는데,안 갈 수가 있어야죠.에이 그랬더니 마누라는 한밤중에 질질
짜고,게다가 애새끼까장 덩달아 악악대고, 에잇 참, 이틀 만에 집이
라고 찾아들어가 보니 속만 상해서 원. 』18p~19p
이 글의 백미를 꼽으라고 하면 나는 여길 ,,바로 이 부분을 말할테다. 글 엔
세명의
등장인물이 필요한데. 사내1과 이형사, 그리고 동료형사로 느껴지는 다른 한명.
이렇게 3인.
대화를 보면 두 형사의 피곤에 절은 일상을 옮기고 있는 듯
보일뿐.
특별한 징후 따위는 없다. 평이하다. 좀 과하게 마신 술과 이형사네 집에 부산스런
일이 있다 여겨질 뿐......어디에도 비상식과 파괴적 징후가 없는 듯하고
사내1은 우연히 동승하게 된 행인같기만 하니..
저들은 누구이고 사내는 누구인가..사건의 개연성이랄게 있기나 하냔
말이다.
『 피의 지옥 -맨 처음 뇌리속에 떠오른 느낌은 바로 그랬다.나는
마주하고
서있는 그 풍경을
차마 현실로 인정하기가
어렵다. 붉은 방. 사방 벽과 천장
까지가 온통 시뻘건 선지피 빛깔의
페인트로 칠해져
있는것이다.
언젠가 본 적이 있는 뭉크의 그림.화면전체가 한꺼번에 무서운 속도로
불에
녹아들고 있는 것처럼 기괴하게 뒤틀리고 있는 속에서, 역시 똑같이
뒤틀리
고 일그러진 해골 같은 사내 하나가
두 손으로 제 귀를
틀어막은 채 무어라
고 비명을 지르고 있는 그림 말이다. 그 그림을 볼 때마다 나는 어디선가
단말
마의 비명이 우렁우렁 고막을 떨게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 사내일까. 뭉크의 그림 속 그 사내가 온몸에 피를 뚝뚝
흘리
며 이 방에 찾아들어와 벽과 천장을 온통 저렇게 피칠갑을 해놓은
것일까.』45p
이벤트 당첨이라도 되서 놀이공원의 귀신의 집을 찾자.하면
그런 방을 구경하게 될까?
그렇다해도
온통 사방이 붉기만 한 방은 찾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 글이 수상년도가 88년 ..지금은
반미.반일.반북.친미.친일.친북..아 !
아~우리는 북에 대해선 다른 표현들을 교육받고 자란
세대이다.
이 글 속의 붉은 방-의 주인 되는 최 달식(별명쯤은 ..뭉크?!)이
그랬듯..
반공,멸공,이 자연스러웠던
시대를 붉은 표어와 포스터를
해마다 그리며 컸다.
지금은 내가 배운 대로 역사 교과서를 습관처럼
읊어대면 주변에서 (넌,어
,별,)할른지도...
통일에 대해선 말들을 하지만, 정확히 6.25 가 뭔지. 공산주의가 뭐고
민주주의가 뭔지,사회주의가 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이 있기나
할지.
다 싸잡아 정치놀음으로 볼지도 모를
일이다.
슬프게도 말이다. 이 붉은 방의
주인인 최 뭉크"씨는
우리 전세대들이 다 그렇듯 전쟁에 일가 친적들이 죽고
아버지가 홧병에
알콜 중독이 되고 (그의 아버지 역시 경찰)강제 퇴출이 된다 . 전쟁이
죽인
부모 형제의 원한이
사람을 삼켜서..그것은 기어이
아버지를 철길로
흩날리게 만들고. 어머니마저 정신을 놔버리는
개기가되서는......
최 뭉크"씨의 남은 생은 어떤 꿈도 꿀수없고 가장으로
,
아버지의 그자릴
대신하게된다. 그러니까 그
붉은 방은 피칠갑이 맞다.
아버지의 피가 철길에서 펄펄 흩날렸듯..온통 붉었을 것이니..가슴이고
눈 앞이고 그의 어디에 붉지 않은 곳이 있을까..그가 절규와 절망의 그 자체 인
것..
원망과 분노를
태우는..
그런데
애꿎은 일이다...그 방을 채우는
더운 피는 결코 남의 피가 아니다.
적이랄
수도...
그가 잡으려 혈안이 되어
있는....
진짜는...그는 빨갱이가
뭔지..사실 잘 모를거다.
사상이나 알겠나..막스니 이데올로기니 하는 걸 알겠냔
말이다.
사람잡는 백정같은 그런 야차가
되었을뿐.....
그게 더
슬픈건데...
그런데 더
끔찍하게,
그는 신에게 신실하게 기도를
한다는것.이.다.무,섭,다.
사내1이었던 등장인물 이자
또,다른 주인공 오기섭"(이 역시 붉은 방의 뭉크
이다)
다짜고짜 군대 동기에게 배푼 호의로인해 끌려와 하늘엔 영광~이니,,이 땅엔~굴비를
엮자!(뭐?)
그런 심보로 가득한 최 뭉크 "한테 걸려 고문과 자술이라는 반복학습을 눈높이 교육으로
받아대고
있었으니 말이다..혐의란 없다는 걸
... 알면서 시간 끌기를 계속하며
원하는 답을 요구하는 그들.
결국 포기하고
오 뭉크"씨가 된 그를 원래의
자리로 내보내나...
이미 그의 세계는 밑둥 부터 흔들린
후라는걸..안전하다 믿었던 세계는 이제
끝난것을....
아마 사는 동안 계속 확인하며 살아야 할 거라는걸
.....
뭐,다행이 붉은 방을 피해간
우리들은 대신 남은 가족들의 몫으로
꼬박꼬박 이 나라에 젊음의 한 때를
이자로
떼어주고..
그도 아니면 평생을 그늘 속에서 악다구니를
써가며
고릿대 이자를 물어주는 저당
잡힌
인생을 살고 있다.이 땅에 사는 한
누구도 이 땅의 정치와
무관할 수없으니.
우리들은 모두
죄인.
그래도...
아프리카
청춘이다.....
....10cm가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