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모든 것은 기필코 모든 것을 자신이 정한 대로 돌려놓고 말겠다는 운명의 집념 덕분이지 않은가. 그것은 십팔랑에게 재앙이기도 했지만, 감사해야 할 일이기도 했다. 운명의 집념에 익숙했기에 지난 생에 일어났던 일들을 더 당당히 꺼내놓을 수 있게 됐으니까. 이번 생에도 인위적인 방해가 없다면 모든 것이 기존에 정해진 대로 이뤄질 것이고, 그것이 운명이었다.
왜인지 십팔랑은 자꾸만 웃음이 났다.
운명에게 그 말을 하고 싶었다.
네가 아무리 강할지라도, 모든 것을 통제할 수는 없을 거라고. 적어도 그녀의 기억이나 사고방식, 일거수일투족은 오롯이 그녀 자신의 것이니, 운명이 빼앗아 갈 수도, 막을 수도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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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분을 좋아하고, 그분도 나를 좋아하고, 내가 그분에게 잘 대해 줬으니까, 그분도 나를 잘 대해 주는 게 뭐 이상한가요? 당연한 일이잖아요."
진단랑이 어깨에 둘러멘 장궁을 으쓱하면서 대답했다.
그렇구나.
진아리가 잠시 생각하다가 이내 깨달았다.
그렇지. 그게 다지.
진아리가 힘없이 피식 웃었다.
"나는 그분을 좋아하니까, 그분 같은 사람이 될래요."
이어지는 진단랑의 말에, 진아리는 웃음이 어색하게 굳으며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정 낭자 같은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은 비단 진단랑뿐만이 아니야. 저 산 아래 도관에 갇혀 있는 정신 나간 아이도 정 낭자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 했었어.

"어머니, 잘못 생각하셨어요. 저는 정 낭자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요."
진단랑이 ‘사람’이라는 두 글자에 힘을 실어 말했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 거지, 그런 명성이나 기술을 얻고 싶은 게 아니에요. 정 언니처럼 무서울 것도 없이 담담하고 자유로운 사람이 될래요. 남을 비웃고 조롱하는 사람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마음속에 세상을 품은 사람이 될래요."

어떤 진심은 굳이 말로 할 필요가 없어. 나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어줄 사람이 세상에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영원히 변치 않는 사랑이 뭐가 중요해? 그런 사람이 같은 세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생은 충분히 의미 있어.

"고독하고 쓸쓸한 것은 부인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마음이 끌리는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중년의 사내가 눈을 크게 뜨고 진호를 바라보았다.
마음이 끌리는 사람이 없다고?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게 바로, 마음이 끌리는 사람을 마주치는 것이지요. 어떤 이들은 삶이 다하는 날까지도 그런 사람과 마주치지 못합니다. 그런 사람을 마주칠 수 있다면, 그건 크나큰 행운이에요. 마음속에 그 사람이 있다면, 인연이 되지 못해도, 매일 아침을 같이 맞이할 수 없어도 상관없습니다. 마음속에 그 사람만 있다면, 이 세상 어딘가에 그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왜 고독하고 쓸쓸한 마음이 들겠습니까? 마음이 끌리는 사람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인연을 맺어 매일 아침을 함께한다고 해도, 결국 쓸쓸하고 외롭기 마련인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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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도는 구할 필요가 없습니다. 구한다면, 그것은 자신을 위해서지요."
정평은 웃으며 자신의 가슴을 탁탁 쳤다.
"명성을 위해, 권력을 위해, 이익을 위해, 욕망을 위해 구하는 겁니다."
거기까지 말한 정평이 헤헤 웃었다.
"무언가를 구하고자 한다면 득실이 있기 마련이에요. 당연한 이치지요. 자기 자신을 위해 구하면서 옳고 그름을 논할 수는 없잖습니까. 그렇다고 자기 자신을 너무 떠받들 필요 또한 없지요. 자신을 과도하게 치켜세우며 도를 위해서라는 명분을 들이대 봤자, 그건 스스로를 달래는 말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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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교랑의경 25 (완결) 교랑의경 25
희행 / 만월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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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25권 짧다. 뒷이야기 더 있음 좋으련만. 궁 이야기는 아쉽지 않은데, 단지 가족이라는 이유로 팔자가 뒤엉켜 버린 그녀들이 아프다. 진단랑.진소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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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교랑의경 24 교랑의경 24
희행 / 만월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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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자식 뺏어서 송자동자라며 지들 편한대로 이용 해먹는거 보고 욕 나왔는데, 저렇게 어리고 여린 아이를 상대로 하는짓에 뭐라할 말이.... 24권은 엄청난 일이 꽝꽝 터지는데, 자꾸만 육가아 생각에 가슴이 답답하다. 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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