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두 해 지나며, 나의 추리 소설 읽기는 상,중,하 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다. 북플이 보여주는 2015년 오늘의 글을 다시보며.
청자박물관 넓은 마당에 녹나무가 잎을 한껏 피워냈다. 여기선 잎도 꽃처럼 피어난다. 청자는 하늘색을 쓴다. 하늘의 빛은 사시사철, 아침저녁이 다르다. 매일 매시 매 순간이 다르다. 장인은 청자를 빚을 때 자신의 머리 위 하늘빛을 담았던 것일까. 스스로의 일생에 단 한 번밖에 없고 우주에 단 한 번뿐인 그 순간, 빛깔을 담았는지도 모른다. 장인은 순간의 색을 쓴다. - P212
가난한 것처럼 보이는 라오스에는 엄청난 보물이 있었다. 첫 번째 보물은 사람이었다. 라오스에 사는 사람들이야말로 어떤 관광 상품보다 매력적이었다. 내가 탄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들던 여남은 살 먹은 아이들, 뒷골목을 걸어가던 내 앞에서 고무줄놀이를 하던 아이들, 티 없이 맑은 웃음과 선의……. 그런 것들을 우리는 잃어버렸다. 기억조차 잊어버렸다가 거기서 간신히 되살려낼 수 있었다. 내가 라오스 사람들에게서 찾아낸 소중한 가치는 한때 나 자신의 일부였던 것들이다. 가난하지만 행복했던 어린 시절의 선의와 호의, 무구함……. 그런 것을 찾아서 외국 사람들은 라오스로 모여든다. 거기서 내가 발견한 가장 위대한 가치는 그런 것이었다. - P258
언제 어디서나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맞는 생활 방식대로 살아가게 마련이다. 남이 뭐라든 행복은 스스로가 결정하는 것이다. 라오스에는 행복한 사람들이 산다. 행복, 그것도 라오스의 보물이다. 수출하거나 수입할 수 없고 공장에서 대량 생산할 수도 없고 달러를 주먹 가득 쥔 사람들이 마음대로 살 수 없는. - P259
실크로드는 이미 어린 시절 내게 나 있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린 시절의 꿈길이 뻗어 간 곳을 끝까지 가보고 상상한 것과 어떻게 다른지 확인해보는 게 아닐까. 나는 아직 채 어른이 되지 못했다. 세상에는 가보아야 할 길이 아주 많이 남았으니. - P2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