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게 버림받았으면 어떻고, 경성이 살기 힘들면 어떠하랴. 호시탐탐 재산을 노리는 이들이 있으면 또 어떠하랴. 고관대작에게서 먹을 걸 챙기고, 횡포를 부리는 무뢰한은 깔끔하게 죽여 없앴다.
거센 비바람 앞에서도, 험한 가시밭길 앞에서도, 그녀는 자신이 보기에 옳은 길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거센 풍랑과 위험천만한 일들도 그녀의 눈에는 맑게 갠 하늘과 다를 바 없었다.
다 똑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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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교랑의경 15 교랑의경 15
희행 / 만월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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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15권에서 짠물이 났다. 술동이 깨는 것도. 길게 이어진 노제와 높게 터지는 폭죽도... 교량의 고요한 분노가 콕콕 찌르는 파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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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노력도 했고 애도 썼는데 왜 그렇게 됐냐고요? 낭자 말고 다른 사람은 생각해 봤습니까? 그들도 똑같이 노력했을 텐데, 낭자만 성공하고, 남은 실패하라는 법이 어디 있어요. 낭자에게도 사정이 있겠지만, 그건 남들도 똑같습니다. 어째서 낭자한테만 당연할 거라는 기대를 하는 겁니까?"
정평이 말했다.
뭐라고?
정교랑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정평을 쳐다보았다.
"무엇을 위해 그 일을 시작했는지 잘 알고, 그것을 위해 죽을 만큼 노력하고 애썼다면, 그게 바로 원하는 바를 이룬 것이고 그 자체로 값진 겁니다. 한고조 유방이 황제가 된 것도 원하는 바를 이룬 것이고, 초패왕 항우가 오강에서 자결한 것도 원하는 바를 이룬 거예요. 거지가 밥 한 끼를 해결하는 것도 원하는 바를 이룬 것이고, 개미들이 강가에 빠져 죽지 않고 둑을 오른 것 또한 원하는 바를 이룬 거죠. 하늘과 땅은 어질지 않아 만물을 짚으로 만든 개처럼 여긴다(天地不仁以萬物爲?狗 - <노자>)고 하잖습니까. 그런데 낭자는, 어디서 나온 자신감으로 원하는 바를 이뤘는지 아닌지를 한 사람의 성패로 따지는 거죠? 무슨 근거로 하늘을 대신하여 그 사람이 원하는 것을 얻었는지 판단하는데요? 그건 다 낭자가 생각하고 원하는 바일 뿐이지, 절대 하늘의 뜻이 아닙니다."

"생각의 창을 넓히게 일깨워 주었을 뿐입니다. 무엇 때문에 끝을 맞이하게 됐는지가 아니라, 자신이 무엇을 위해 시작했는지에 의미를 두라고. 본래의 마음을 잃지 않으면, 그 안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고."
조 집사가 정평의 멱살을 잡은 채로 그를 세차게 흔들었다.
"알아듣게 말해!"
조 집사가 호통쳤다.
"진인사대천명이라 했으니, 평상심을 유지하라는 말이죠."

"이젠 그들이 없는데."
정교랑은 정평의 옷자락을 쥔 채 넋이 나간 표정으로 읊조렸다.
"낭자가 있잖아요."
정평이 정교랑의 말을 끊고 말했다.
내가? 내가 아직 있다고?
"하지만, 나, 나는, 나는 내가 아닌걸요."
정교랑이 중얼거렸다.
"자신이 누구인지 누구보다도 잘 아는데, 어째서 자신이 아니라는 거예요?"
정평이 웃으면서 손을 저었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면, 영원히 자기 자신인 거예요. 영원히 존재하는 거죠. 낭자가 살아있고, 마지막 그때가 아직 오지 않았다면, 끝이 아닌 겁니다. 아직 기회가 있으니, 어서 가요. 어서 자신을 강하게 만들어요."
내가 아직 살아 있어! 아직 기회가 있어! 모든 게 아직 끝나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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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교랑의경 14 교랑의경 14
희행 / 만월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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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궁궐.서북병영으로 긴박한 순간들을 보여주며 빠르게 흐르는 사건들로 기합이 잔뜩 들어간 14권. 정평을 만나면서 왠지 총기가 흐려진듯 보였던 교량. 그래, 답은 하나였어. 좀더 강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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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교랑의경 13 교랑의경 13
희행 / 만월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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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속도감의 13권. 신선이니 노자니 하더니 이런 판타지가 얽힐줄이야. 참 냉소적인 쎈언니 캐릭 이였는데, 교량이 회복 되면서 많이 유~ 해진듯하나 글 스케일이 커져가면 긴장감이 흐르더니 다음 무대에대한 기대감 더욱 고조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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