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의 방 - 내가 사랑하는 그 색의 비밀 컬러 시리즈
폴 심프슨 지음, 박설영 옮김 / 윌북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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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은 인간의 뇌와 우주가 만나는 장소다.

파울 클레

컬러의 종류는 무척 많을 테지만 사람의 눈이 인식하는 컬러는 1만 개 정도라고 한다. 거기에 색맹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수는 더 줄어들 테고 말이다. 시력과 컬러 둘 중에 하나만 고르라고 하면 나는 선택이 가능할까?

20대의 나는 노랑과 초록을 좋아했고 40대인 지금의 나는 보라와 주황을 좋아한다. 연령대에 따라 좋아하는 컬러가 달라지는 것은 왜인지, 똑같이 생긴 아들과 남편은 좋아하는 컬러도 빨강으로 똑 닮았는데 좋아하는 컬러도 유전이 되는 것인지도 궁금해졌다. 남편의 젊은 시절 빨강 머리로 염색한 사진 한 장을 보고 나는 기겁했지만 본인은 그 당시의 일탈이 즐거운 듯 보였으니 컬러에 대한 생각과 취향은 제각각이지 않을까?

피와 뱀파이어 페라리, 꼬까울새, 정열과 분노, 전쟁과 혁명 그리고 빨간 모자까지 역사적 이야기와 빨간색에 대한 이미지와 편견 유난히 빨간색을 좋아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이야기 등이 흥미롭

게 이어지고 노란색 하면 떠오르는 화가 반 고흐가 말한 '노란색은 신을 매혹할 수 있는 색'이라는 말도 어떤 의미인지 이해가 간다. 노란색을 기쁨과 동일시하는 사람이 많은 곳은 해를 보기 힘든 핀란드에 사는 사람들이라는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얼마 전 아들과 겨울 준비를 위한 옷가지를 사러 갔는데 이 녀석이 고르는 모든 컬러가 검은색이었다.

티셔츠, 패딩 점퍼, 바지.... 등등 그래도 초등 입학 전에는 초록과 파랑도 간간이 섞여 있었는데 왜 이제는 온통 검정인 것일까?

자라면서 컬러 취향이 변하는 것도 무시할 순 없겠지만, 왜 청소년기에는 블랙 아니면 회색인 것인지 아이들의 심리상태와도 연결되는지 호기심이 생겼다. 청소년기의 아이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온통 무채색인 것일까?

흰색이 물리학적으로는 색이 아니라지만 칸딘스키의 '가능성을 품은 색'이라는 말에도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각각의 컬러가 가지고 있는 의미와 이미지에 담긴 이야기들을 읽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기존에 내가 알고 있던 이야기들뿐만이 아니라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역사 속에 숨겨진 내용들까지 알게 되어 너무 즐거웠다,

빨강은 정열과 분노, 노랑은 귀여움과 따스함, 파랑은 고급스러운 시원함, 주황은 산뜻한 싱그러움 등이 내가 가진 컬러에 대한 이미지였는데 이제는 매춘부의 빨간 립스틱, 중국의 노란 책, 파란 멍청이란 뜻의 경찰들, 태닝 중독자의 주황빛 안색 등에 대한 이미지도 함께 떠오를 것 같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컬러인 보라색 방에 대한 이야기에는 흠뻑 빠져들었다.

아우구스투스 황제 시절에 티리언 퍼플은 황실만 사용할 수 있던 색이었고 황제 독점 컬러가 되었다. 네로 황제는 자신만의 퍼플 욕조를, 칼리굴라는 자신의 애마에게 보라색 담요만을 둘렀다고 하니 보라 컬러에 대한 집착이 대단하다 느껴졌는데, 서양뿐만이 아니라 일본에서도 보라색은 고위층만 사용하며 평민에게는 금지된 색이었다.

책을 읽고 있으니 재미있어 보였는지 아들이 슬그머니 다가와 물어본다

- 엄마는 무슨 색이 제일 좋아?

- 엄마는 전생에 왕족이었나 봐. 친숙해서 보라색을 이렇게 좋아하는 게 아닐까?

- 그럼 나는 드라큘라였나 봐. 피 색깔이라서 빨간색이 좋은가 봐 ㅋㅋㅋㅋㅋㅋㅋ (자기가 말해놓고 한참을 웃는다)

예전에 한 프로그램에서 색맹 화가 [닐 하비슨]의 이야기를 본 기억이 난다. 화가를 꿈꾸던 그가 흑백으로만 세상을 보게 되니 전자 눈을 뇌에 이식해서 컬러를 인지하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는데 자신을 표현하고, 세상을 바라보고, 아름다움을 인지하는데 컬러가 큰 역할을 하는 만큼 인간에게 컬러는 소중한 것이 아닐까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많은 이미지와 컬러를 사용하는 표현이 하나의 언어가 된 현대사회에서 색에 대한 이해와 심리적 공감, 문화 및 역사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이 책 한 권 정도는 필수적으로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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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것부터 먹고
하라다 히카 지음, 최고은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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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것부터 먹고] 라는 제목에서부터 끌려가듯 이끌리는 한 사람입니다. 회사로 출장 나오는 가사 도우미의 요리라니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 책인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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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지 않는 지도책 - 세상을 읽는 데이터 지리학
제임스 체셔.올리버 우버티 지음, 송예슬 옮김 / 윌북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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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보여주는 실체적 지식을 지도를 통해 보여줄 책이라니 더욱 기대가 큽니다. 이 책을 통해 지도를 보며 왠지 세상 밖으로 한발 더 내딛는 기분이 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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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면창 탐정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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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얼굴과 비슷한 부스럼이라니 뭔가 소름끼쳐요. 나카야마 시치리 작가님의 신작이라면 묻지도 말고 우선 봐야하는데 새로운 시리즈라니 더욱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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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와 함께 빵을 에프 그래픽 컬렉션
톰 골드 지음,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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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오랜만에 집 근처 도서관에 들렀다.

그중에 예전부터 살까 말까 망설이다 때를 놓친 책 몇 권을 검색해 보니 모두 대출 가능이라고 떠서 몽땅 들고 왔는데 그중에 한 권이 바로 이 책 [카프카와 함께 빵을]이라는 카툰 책이었다. 애서가들의 만화가로 불린다는 톰 골드의 세련되고 은유적인 풍자와 표현들이 가득 담긴 이 책은 2018년 아이스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책에 대한 내 생각만큼 타인의 생각 또한 궁금했었고, 책에 대한 다양한 그림들이 들어있다고 하니 읽고 싶었었는데 이제야 읽어보게 된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책을 펼쳐 앉은 자리에서 한 번에 후루룩 끝내버렸다.

하이 유머라서 내가 이해하지 못한 부분들도 분명 있었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공감하는 부분들이 꽤 있었고, 재미있었으며, 혼자 낄낄 웃어대기도 했으니 이 책 이거 이거 요물이다.

그림체는 졸라맨 같기도 하고 굉장히 단순한듯하면서 아기자기하고 동글동글 귀엽다. 그렇지만 그림 속 인물들의 표정이 표현되어 있지는 않아 오히려 냉소적으로 비판하는 느낌도 받는다. 약간 로봇처럼? 그런데 이상하게 비판받는 입장이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은 묘한 책이다.

그럼 그림을 조금씩 살펴보자.




이 그림을 보자마자 ''라는 독자를 떠올렸다.

새 옷을 입고 나오는 책을 좋아하고 시집을 구매하면서 내용보다 예쁜 표지와 그림을 먼저 보던 독자를 대표하는 한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책을 좋아한다는 이들의 속물근성도 가차 없이 풍자하는 작가의 시선이 기분 나쁘지 않았고, 꼬집혔는데 아프기보단 실실 웃음이 나오는 그런 느낌이라면 조금 설명이 될까?



 

이 그림은 우리 집 거실의 한 쪽 벽면을 차지하는 책장 구성을 옮겨놓은 건 줄....

읽은 책보다 읽었는데 기억이 안 나거나, 읽을 예정인 책과 아직 아껴둔 책이 가득한 그런 책장 말이다. 아직 안 읽은 책이 집에도 저리 많은데 도서관을 가서 다른 책을 빌려오는 나를 아직도 잘 모르겠다.

책 욕심인지, 책 허세인지, 지식에 대한 열망인지, 단지 책이라는 존재를 사랑하는 건지 말이다.

 


 

 게다가 카페나 공원을 가는 간단한 외출이나, 며칠 떠나야 하는 여행에도 책이 빠지면 섭섭하다. 무조건 먼저 챙기고 본다.

다 읽을 수 없다는 걸 알지만 가방 안에는 책이 있어야 마음이 편한 법 아니겠는가? 그래서 이 가방 엑스레이 사진 그림을 보고는 한참을 웃었다. 저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저 마음이 어떤 건지 이해를 해버린 것이다. 추가, 예비, 비상시....라는 단어들이 내 마음을 대변하고 있었다.

뭘 그렇게 대비하는 책들이 많은 건지 정작 여행 가서 시간이 나면 와이파이 존을 찾아 핸드폰 검색을 하고 있으면서 책은 꼭 챙겨가는 나를 어디선가 작가가 보고 있는 듯했다.

 

  

위에서 설명한 그림들 말고도 위트 넘치는 그림들이 차고 넘친다.

도서관에 반납 후 이 책은 소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꽤 마음에 든 책이 아니겠는가! 이 정도면 언제 다시 펼쳐봐도 재미있을 테고, 유쾌할 테고, 책에 대한 내 생각과 마음들도 리프레시 될 테니 꼭 내 서재 한 쪽에 꽂아두고 싶어졌다.

읽었고 생각날 때마다 또 꺼내 읽으려고 아껴둔 책으로 말이다.

그리고 다른 책들을 읽으며 다시 한번 그 내용과 감정을 기억 속에서 꺼내어 곱씹으며 이 책의 유머를 떠올리며 살며시 미소 짓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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