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와 함께 빵을 에프 그래픽 컬렉션
톰 골드 지음,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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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오랜만에 집 근처 도서관에 들렀다.

그중에 예전부터 살까 말까 망설이다 때를 놓친 책 몇 권을 검색해 보니 모두 대출 가능이라고 떠서 몽땅 들고 왔는데 그중에 한 권이 바로 이 책 [카프카와 함께 빵을]이라는 카툰 책이었다. 애서가들의 만화가로 불린다는 톰 골드의 세련되고 은유적인 풍자와 표현들이 가득 담긴 이 책은 2018년 아이스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책에 대한 내 생각만큼 타인의 생각 또한 궁금했었고, 책에 대한 다양한 그림들이 들어있다고 하니 읽고 싶었었는데 이제야 읽어보게 된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책을 펼쳐 앉은 자리에서 한 번에 후루룩 끝내버렸다.

하이 유머라서 내가 이해하지 못한 부분들도 분명 있었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공감하는 부분들이 꽤 있었고, 재미있었으며, 혼자 낄낄 웃어대기도 했으니 이 책 이거 이거 요물이다.

그림체는 졸라맨 같기도 하고 굉장히 단순한듯하면서 아기자기하고 동글동글 귀엽다. 그렇지만 그림 속 인물들의 표정이 표현되어 있지는 않아 오히려 냉소적으로 비판하는 느낌도 받는다. 약간 로봇처럼? 그런데 이상하게 비판받는 입장이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은 묘한 책이다.

그럼 그림을 조금씩 살펴보자.




이 그림을 보자마자 ''라는 독자를 떠올렸다.

새 옷을 입고 나오는 책을 좋아하고 시집을 구매하면서 내용보다 예쁜 표지와 그림을 먼저 보던 독자를 대표하는 한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책을 좋아한다는 이들의 속물근성도 가차 없이 풍자하는 작가의 시선이 기분 나쁘지 않았고, 꼬집혔는데 아프기보단 실실 웃음이 나오는 그런 느낌이라면 조금 설명이 될까?



 

이 그림은 우리 집 거실의 한 쪽 벽면을 차지하는 책장 구성을 옮겨놓은 건 줄....

읽은 책보다 읽었는데 기억이 안 나거나, 읽을 예정인 책과 아직 아껴둔 책이 가득한 그런 책장 말이다. 아직 안 읽은 책이 집에도 저리 많은데 도서관을 가서 다른 책을 빌려오는 나를 아직도 잘 모르겠다.

책 욕심인지, 책 허세인지, 지식에 대한 열망인지, 단지 책이라는 존재를 사랑하는 건지 말이다.

 


 

 게다가 카페나 공원을 가는 간단한 외출이나, 며칠 떠나야 하는 여행에도 책이 빠지면 섭섭하다. 무조건 먼저 챙기고 본다.

다 읽을 수 없다는 걸 알지만 가방 안에는 책이 있어야 마음이 편한 법 아니겠는가? 그래서 이 가방 엑스레이 사진 그림을 보고는 한참을 웃었다. 저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저 마음이 어떤 건지 이해를 해버린 것이다. 추가, 예비, 비상시....라는 단어들이 내 마음을 대변하고 있었다.

뭘 그렇게 대비하는 책들이 많은 건지 정작 여행 가서 시간이 나면 와이파이 존을 찾아 핸드폰 검색을 하고 있으면서 책은 꼭 챙겨가는 나를 어디선가 작가가 보고 있는 듯했다.

 

  

위에서 설명한 그림들 말고도 위트 넘치는 그림들이 차고 넘친다.

도서관에 반납 후 이 책은 소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꽤 마음에 든 책이 아니겠는가! 이 정도면 언제 다시 펼쳐봐도 재미있을 테고, 유쾌할 테고, 책에 대한 내 생각과 마음들도 리프레시 될 테니 꼭 내 서재 한 쪽에 꽂아두고 싶어졌다.

읽었고 생각날 때마다 또 꺼내 읽으려고 아껴둔 책으로 말이다.

그리고 다른 책들을 읽으며 다시 한번 그 내용과 감정을 기억 속에서 꺼내어 곱씹으며 이 책의 유머를 떠올리며 살며시 미소 짓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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