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니하게도 타인에 대한 무관심과 속내 감추기라는 도시인들의 냉담한 태도는, 다시 말해 이로부터 발생하는 자유로움의 감정은 사람들을 원치 않는 고독에 빠지도록 하기도 합니다. 냉담한 태도를 지속하다 보면 자신의 속을 털어놓을 사람이 주변에서 사라지기 때문이지요. 짐멜에 따르면 도시인의 자유의 이면에는 이처럼 심각한 고독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대도시는 도시에 사는 인간들에게 자유라는 달콤함과 고독이라는 씁쓸함을 동시에 가져다준 셈이지요. p.90
짐멜의 도시인문학에서는 대도시 생활과 화폐 경제 이론을 통해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소외와 익명성을 논의하고, 진정한 인간관계 맺기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인간은 묘한 존재라 무관심에도 힘들어하고 지나친 관심과 애정을 받아도 부담스러워하는데, 시골에 가면 답답하고 도시에 가면 고독해하는 현대인의 삶을 쉽게 잘 설명해 주어 공감하며 읽었는데요. 그래서인지 짐멜의 철학서들은 따로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저자는 자본주의의 구조적 문제를 비판하면서도, 그 속에서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합니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시간을 자신을 위해 사용하며, 타인과 관계를 맺고, 사회적 연대와 교육을 통해 불평등을 해소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자본주의의 압박에서 벗어나 상처받지 않을 권리를 주장하지요. 책을 읽다 집안을 한번 둘러보았습니다. 소비 여왕의 집입니다. 정말 줄여야겠다는 생각과 한숨이 절로 나오네요. 자본주의의 압박에서 벗어나 진정한 행복과 자유를 추구할 수 있어야 할 텐데 아직 인문학 공부가 부족한 저의 모습이 삶에서 묻어 나온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해버렸습니다.
열심히 일해서 돈 벌고 내 마음대로 소비하고 사는 생활을 자유라고 생각했는데, 그동안 저는 욕망에 눈이 먼 한 마리의 오징어가 되어 집어등만 쫓아 살고 있었더라고요. 화폐라는 신을 섬기면서 말이지요.
자유라는 제 선녀옷을 잃어버렸다는 사실도 모르고 살고 있었다는 것을, 소비의 자유라는 껍데기를 두르고 돈에 복종하며 살고 있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심각하게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제 자유를 찾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날개옷을 되찾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고민해 보고, 인문학적 정신으로 무장하기 위해 어떤 공부가 필요할지도 생각해 봅니다.
개인적으로 아무리 마음에 든 책이라도 재독을 하는 편이 아닌데 이 책은 천천히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가볍게 읽을 수도 있겠지만 연필로 줄도 긋고, 제 생활을 돌아보기도 하면서 천천히 곱씹어가며 읽으니 더욱 좋았습니다.
물질적 성공보다는 존재의 의미를 찾고, 진정한 인간관계를 맺으며, 소비와 경쟁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찾으라고 제안하는 이 책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처받지 않고 더 나은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필독서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도서를 지원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