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수청소부 ]
나카야마 시치리 / 문지원 옮김
약 4년 전쯤 [죽은 자의 집 청소]라는 책을 읽으며 처음 알게 된 특수청소부라는 직업은 무척 놀라웠고 당시 내게는 충격이었다. '사람이 죽음과 동시에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구나', '세상을 떠난 뒤의 모습도 중요하구나'라는 생각들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전까지 고독사는 취약계층의 노인들에게만 일어나는 일 정도로 생각했던 내가 엄청 부끄러워질 정도였고, 그래서인지 쉽게 잊히지 않는 책 중의 하나였다.
그래서인지 내가 좋아하는 작가인 나카야마 시치리의 이번 신작 소설 제목이 '특수청소부'라는 걸 알게 된 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은 자살이나 사고로 홀로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집을 청소하는 '특수청소부'라는 독특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이오키베가 대표로 있는 '엔드 클리너'에 의뢰로 들어온 일들을 직원인 '가스미', '시라이'와 함께하며, 고인의 마지막 흔적과 함께 남겨진 이야기들을 발견하고 위로해 주는 따뜻한 내용들을 전하고 있다.
죽음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지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고나 할까?
'엔드 클리너'의 직원들은 고인의 마지막 흔적들을 청소하면서 그들의 삶과 죽음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고, 고인이 하고 싶어 했던 이야기들을 들어주며 죽음을 위로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이오키베, 가스미, 시라이 모두 죽음을 통해 삶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된다.
나카야마 시치리 작가의 섬세한 문체는 고인의 마음과 감정을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었다. 또한 각 의뢰마다 펼쳐지는 감동적인 이야기들은 나와 같은 독자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해주기도 한다. 전직 형사였던 이오키베가 고인의 흔적들만으로 추리해 내는 모습을 보며 왠지 '더 잘 살아야겠다', 내가 죽은 뒤의 모습도 그렇게 남겨지길 바라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세 번째 에피소드가 가장 기억에 남았는데 엔드 클리너의 직원인 시라이가 대학시절을 함께한 친구의 마지막을 정리해 주는 이야기였다. 저작권과 표절, 우정, 그리고 고인의 유지를 지켜주려던 친구들의 마음 씀씀이가 잘 어우러져 멋진 이야기가 완성된 느낌을 받았다.
엔드 클리너라는 직업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던 시라이가 이 의뢰를 마주하고 친구의 마지막 가는 길을 정리하면서 그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일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등장인물들이 엔드 클리너로 일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의 삶과 죽음을 목격하며 자신의 삶을 더욱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도록 용기를 주고 직업적으로 성장하는 모습들에 괜히 울컥했다.
추리하고 사건을 해결해나가지만 엔드 클리너로서의 역할만을 강조하고 선을 지키는 이오키베의 모습에서 뭔가 어른스러움을 느꼈다.
"한 사람이 살다 떠나간 흔적은 그리 쉽게 지울 수 없는 법이라서요." P.19
3D 업종의 일들을 누구나 기피하지만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일을 해나가는 이들이 있다는 걸 늘 기억하고 감사해야 할 것이다. 나 또한 이 소설을 통해 죽음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었고, 나의 삶 어느 부분도 헛되지 않도록 더욱 소중하게 생각하자 결심하고 돌아보게 되었다.
나카야마 시치리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그의 최고의 장점은 가독성이 아닐까 싶다.
이 책도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릴 정도였으니 그의 작품을 접하지 못한 독자들은 가벼운 글로 여길 수도 있겠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후루룩 읽히지만 책을 덮은 후 글의 묵직함에 몰려오는 많은 생각들, 그리고 함께 떠오르는 사회적 이슈들로 한참 동안 마음이 어지럽다.
벌써부터 그의 다음 소설이 기다려지는 건 이런 이유들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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