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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문장 - 작고 말캉한 손을 잡자 내 마음이 단단해졌다
정혜영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6월
평점 :
아들이 방학 숙제인 일기를 쓰고 봐달라고 할 때면 어찌나 재미있는지 한참을 보게 되는데요. 무척 짧고 두서없는 글이지만 그날의 즐거웠던 일과 또래관계, 서러움과 화가 났던 이유, 잘못을 되새기며 반성하는 자세, 그리고 비밀까지 간결하지만 모두 들어있는 그 글에 푹 빠져 읽게 된답니다. 어릴 때는 몰랐던 그 시선과 마음들이 어른이 되어 바라보니 어찌나 예쁘던지요.
'세상에 어린이가 아니었던 어른은 없다'라는 저자의 말이 머릿속에 맴도는 이 책 [어린이의 문장]은 제10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으로 어른들을 위한 어린이들의 순수하고 따스한 글들이 가득한 에세이집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초등학교 교사로 오랜 시간 근무하며 많은 아이들의 글을 읽고 수정해 주면서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함께 해온 저자라면 더욱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되는데요.
어쩌면 저자는 이 책으로 독자들도 잠시나마 자신의 어린 시절 그 때로 돌아가 행복을 느껴보길 바란 것은 아니었을까요?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트로트 가수 장윤정이 자신의 딸과 나눈 대화를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뭉클했던 기억이 납니다.
"엄마는 나를 얼마나 사랑해?"라고 묻는 딸의 질문에 심장을 빼줄 수도 있을 만큼 사랑한다고 대답했더니 딸이 "그럼 엄마 나 사랑하지 마"라고 했답니다. 자기한테 심장을 빼주고 엄마가 죽어버리면 다 소용없으니 그냥 자신을 사랑하지 말라는 순수한 아이의 마음이 너무 예쁘지요? 듣는 사람과 말하는 사람 모두 감동을 주는 이야기였어요.
이런 게 바로 어린이의 문장이 아닐까요? 글로 쓰는 문장뿐만 아니라 말로 표현하는 아이들의 문장도 모두 너무 아름답습니다.
어제는 아들 녀석이 1학년 때 쓴 일기장을 꺼내서 읽으며 혼자 킥킥거리며 웃길래 뭐가 그리 재미있냐 물으니 슬쩍 보여줍니다.
나는 주말이 좋다.
학교도 안 가고 받아쓰기도 안해서이다.
오늘은 포켓몬 영화를 보고 왔다. 너무 재미있고 팝콘도 맛있었다.
엄마가 갑자기 받아쓰기 공부를 하자고 했다.
배가 아프다고 했는데 엄마한테 거짓말을 들켰다.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고 엄마가 말했다. 엄마는 귀신같다.
뭐 이런 내용들이었는데 자기가 쓴 글들이지만 보면서 그 시절 생각도 나고 웃기다며 '엄마 이 땐 이랬었지? 나 기억나.' 라며 한참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저도 아이의 생각과 감정이 그대로 글로 적혀있는 일기장의 문장들을 보며 내일은 좀 더 칭찬하고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엄마가 되려고 노력하고자 합니다. 나이가 들고 어른이 되면서 감정이 메마르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일이 더 많아지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사는 일이 훨씬 많았었는데요. 생각하기 나름이더라고요.
이 책을 읽으며 아이들처럼 순수하게 감정도, 마음가짐도 말랑말랑한 마시멜로같이 유연하게 지니고 살아가고 싶어졌습니다.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