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아이 꿈꾸는돌 36
이희영 지음 / 돌베개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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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자신과 함께 살아갈 부모들을 면접을 보고 직접 선택한다는 이야기가 읽는 내내 한 아이의 부모인 내 마음을 후벼팠던 책이었던 [페인트]를 읽었던 그때가 떠오르네요. 그래서인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이희영 작가님의 신작[소금 아이]를 집어 들었는데, 펼친 순간부터 마지막 페이지를 보는 순간까지 손에서 놓지를 못했습니다.

그리고 남은 건 팅팅 부은 제 두 눈두덩과 시린 가슴, 먹먹하고 미안한 어른의 마음뿐이었어요. 바다 같은 이수와, 선인장 같은 세아의 열일곱 해 짧은 인생이 너무 기구하고 슬퍼 눈물샘이 터져 멈추지 않았거든요.

새벽같이 일어나 6시 30분 첫배를 타고 학교를 가는 이수가 그 섬 솔도에 삽니다.

오랜 기간 보관할 수 있는 젓갈처럼 쉬이 사라지지 않는 사람들의 소문에는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익숙해지지 않았고, 그 소문이란 녀석의 끈질긴 생명력에 이수는 진저리가 났습니다.

이야기의 초반에는 어떤 이유로 기윤이라는 아이가 할머니를 약점 잡아 이수를 수하 부리듯 하는 건지, 왜 사람들은 할머니를 무섭고 소름 끼친다고 하는지 무척 의아해하며 읽었습니다.

쪼그라진 자두 같고, 바람 빠진 풍선인형 같고, 타버린 나무처럼 바스러질 것 같은 할머니의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지듯 했고요.

가슴속에 죄인을 가둬놓은 것처럼 평생 그 안에 갇혀 살며 자신의 죄를 스스로 되뇌고, 업을 씻어내듯이 납작 엎드려 마음에 갇혀살았던 할머니가 조금씩 이상해졌습니다. 가끔 멍하니 뭔가를 하나씩 잊어버리기 시작하더니 소금 대신 설탕으로 매운탕 간을 하질 않나, 회칼에 손을 베이질 않나, 갑자기 달라지는 할머니가 이수는 불안합니다.

할머니와 이수는 악연이고 인연이었습니다. 너무나도 슬픈 인연 말이죠.

그리고 또 하나의 인연인 세아와의 만남이 있었는데요. 같은 반 전학생이었던 세아는 소문이 무성한 친구였습니다. 1년을 꿇고 들어와 나이가 더 많다거나, 큰 사건을 저질렀다거나, 그렇지만 다른 친구들보다 머리 하나 더 큰 세아에게 아무도 함부로 말을 걸 순 없었습니다.

타인에게 별 관심 없는 이수만 편하게 반말로 말을 걸었고 그런 이수에게 '왜 너는 나한테 반말하냐'라고 묻는 세아의 질문에 '같은 반이니까'라고 답하는 이수의 심플함과 세아의 웃음이 좋았습니다.

한 통의 전화에 달려 나와주고, 자신이 배가 고파서라며 밥을 함께 먹어주고, 학교가 아니라서 존댓말을 쓴다는 이수의 대답에 동갑이라는 비밀 아닌 비밀을 밝히는 세아가 고마웠고요.

막대사탕을 피우고 과일 맛 탄산음료에 취하는 세아의 사연도 너무 안쓰러웠습니다.





"샀는데 막상 아니다 싶으면 반품하잖아. 인생도 반품하고 싶을 때가 있겠지. 나는 엄마

아빠 이해해. 이왕이면 구매에 좀 신중하지. 그럼 괜한 헛수고 안 했을 텐데."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말들이 얼음처럼 이수의 가슴을 차갑게 건드렸다. P.156

이수는 문득 인간을 떠올렸다. 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 이들을 아프게 하고, 다른 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 이들을 도울 수 있는지를.... P.192

왜 아이들이 이렇게 아파야만 하는 걸까요?

깨끗한 아이라는 뜻의 세아의 이름과 단지 수요일에 출생신고를 해서 요일이 이름이 되어버린 이수의 이름. 그리고 할머니의 이름인 박순자와 정우 아줌마의 이름인 최미선. 아이들이 태어나면 평생 불릴 이름을 부모들은 무척 신중하게 그리고 행복한 고민을 하며 지어주게 되잖아요. 그래서인지 저는 소금 아이에서도 이름에 꽂혀서 읽게 되더라고요.

선인장에 물 주러 오는 것처럼 잦은 부모의 부재를 아무렇지 않게 여기게 된 아이들의 마음은 전혀 그렇지 않을 텐데 겉으로는 상처받지 않은 듯 지내는 아이들의 모습에 너무 미안했습니다. 표정이 많지 않은 이수가 타인들의 미소를 바라보는 시선이 슬펐습니다. 편안하고 여유 있어 보이는 미소, 기분 좋은 미소, 많은 종류의 미소들이 있지만 이수는 그렇게 편히 미소 지으며 살 수 없었으니까요.

아이들의 아픔은 어른들의 무책임에서 오게 되잖아요. 아이들이 많이 웃고, 더 편히 미소 짓고, 행복한 기억만 가지고 살 수 있도록 좋은 어른들이 더 많아지면 얼마나 좋을까요? 한 아이의 부모로서, 어른으로서, 아이들이 편히 기댈 수 있도록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하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전하는 메시지가 크다고 생각했거든요. 잔잔하게 스며들고 따스하게 손 내밀며 주변을 살피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많아지면 세상은 더 살 만해지지 않을까요? 아이들도 그렇게 자랄 수 있도록 가르치고 어른들도 스스로 모범을 보이면서 말이죠. 페인트도 그랬지만 이 책 [소금 아이] 역시 자녀와 부모가 함께 읽어야 하는 도서로 꼭 추천합니다.



[해당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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