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일의 밤 백 편의 시 - 일상을 충만하게 채우는 시의 언어들
이영주 지음 / 뜨인돌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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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글쓰기 수업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 강사님이 글쓰기 끝판왕이 '시'라고 하신 말씀이 계속 기억에 남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시를 좋아하고 자주 읽는데 뭔가 내가 읽고 해석한 게 맞는 건지 의아할 때가 많아요. 뭐 읽는 사람 마음이라지만 정확한 뜻을 알고 싶을 때가 한 번씩 있거든요.

어찌 되었든 저는 지금도 시를 종종 읽곤 한답니다.

그래서 이 책 [백 일의 밤 백 편의 시]가 무척 맘에 들었어요. 매일 밤 한 편씩 골라 읽을 수 있었으니까요.

새하얀 바탕에 가늘고 동그스름한 보랏빛 글씨체가 너무 예쁜 표지부터 제 맘을 끌었는데 종이 재질도 너무 매끈해서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답니다.

읽는 건 무척 쉬운데 의미를 되새기며 생각하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흘러가 있습니다. 생각이 생각을 불러오게 되는 게 시의 매력인듯해요.

너무 아름다운 시, 가슴 아픈 시,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되는 시, 온몸의 감각이 살아나는 시, 공감 가는 시, 사랑했던 그날들이 떠오르는 시,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시, 눈으로 읽었지만 머릿속에서 맴돌기만 하는 시 등... 유명한 시인들의 다양한 시가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그냥 좋았습니다. 한 번은 후루룩~ 읽어냈고, 두 번째는 곱씹어가며 읽으려 노력했습니다. 이다음 세 번째는 정말 하룻밤에 한 편씩 읽으려고 합니다.




필사 노트도 함께 있어서 조금씩 적어볼 수 있었는데 시를 읽는 것과 듣는 것, 써 보는 것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어요.

한 글자 한 글자 시 한 편을 꾹꾹 눌러 필사하면서 저를 소녀 감성으로 돌아가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어린 시절 머리만 대면 잠이 드는 저를 할머니가 '넌 참 좋겠다~'라며 부러운 듯 바라보시던걸 왜 그런지 이해하지 못했었는데 중년이 된 지금은 자연스레 이해하게 되버렸어요. 초저녁 졸음이 쏟아져 살포시 잠들었다가 새벽 1시 정도면 깨서 도통 잠을 이루지 못하는데 그럴 때 소설을 읽기엔 밤을 새울듯해 조심스럽고, 시 한 편 정도가 가볍게 읽을 수 있어 저에겐 딱 좋았습니다.

읽다가, 상상하고, 과거를 추억도 했다가, 의미도 되새겨보았다가 하다 보면 어느새 스르르 잠이 들기도 하고, 잠들지 못하더라도 그 시간이 불편하고 괴롭지 않았기에 고통스럽지 않을 수 있었거든요. 이런 밤들이 더 이어질 수 있도록 백일의 밤 백 편의 시가 아니라 이백 편, 삼백 편의 시를 더 많이 소개해 주면 더 많은 밤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불면의 밤을 보내는 많은 이들에게 선물 같은 책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꼭 추천해 드리고 싶은 아주 아름다운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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