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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어의 마지막 한숨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22
살만 루슈디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1월
평점 :
2달 전 살만 루슈디의 [악마의 시]를 완독하면서 이렇게 단시간에 그의 글을 다시 읽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뭐에 홀린 듯이 그의 신작이 나오자마자 내 손이 이 책 [무어의 마지막 한숨]의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 분명 그의 위트와 센스가 넘치는 문장과 천재적인 글 솜씨에 반한 내 속에 무엇인가가 자연스레 손을 이끌었을지도 모르겠다. 천사와 악마, 꿈과 현실을 오고 가며 환상적이고 초자연적인 요소들이 가득한 이야기였던 전작과는 어떻게 다른 이야기로 나를 매료시킬지 읽기도 전부터 너무 두근거렸다.
《무어의 마지막 한숨》은 저자가 파트와 선고를 받고 도피생활을 하던 중에 쓴 소설로, 인도 코친 출신의 부유하고 괴팍한 가족의 마지막 생존자인 모라이시 "무어" 조고이비와 그의 가족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정체성, 문화적 갈등, 소속감 찾기라는 주제를 탐구하는 인도를 배경으로 한 다세대 가족의 이야기인데 이 소설은 내레이터인 모라이시 "무어" 조고이비의 삶을 따라간다. 그는 남들보다 2배속으로 살고 오른손은 기형에다 불륜의 결과물일지도 모르는 사람이다. 이야기는 그의 회상으로 시작되며, 그의 할아버지가 인도 독립운동에 참여한 것, 그의 어머니가 예술가와 사랑하는 것, 그리고 그의 가족과 연인들과의 떠들썩한 관계를 포함하여 그의 가족의 역사와 인도 사회에서의 흥망성쇠를 여러 세대에 걸쳐 추적한다.
이 소설은 풍부하고 묘사적인 언어와 복잡한 이야기로 가득하고, 마술적 사실주의 요소와 역사적 사실 및 현대 사회적 논평을 혼합하여 인도 사람들의 생생한 다면적인 초상화를 만들고 있다. 종교적 갈등, 정치적 부패, 전통과 현대의 충돌과 같은 문제들을 다루면서 인도의 복잡한 문화적 풍경을 탐구한다. 제목 자체가 1492년 가톨릭 군주들에게 넘어간 스페인의 마지막 무어 왕국을 지칭하는 것으로 한때 위대한 문화의 쇠퇴와 남겨진 이들의 투쟁을 비유하는 역할을 한다. 정체성, 문화 갈등, 가족, 역사 등 다양한 주제와 이슈를 탐구하는 복잡하고 매혹적인 소설이다.
복잡하고 기억에 남는 등장인물들이 출연하며, 각각 독특한 개성과 뒷이야기를 가지고 있는데, 각각의 등장인물들이 완벽하게 구현되어 정체성, 문화적 갈등, 급변하는 세상에서 소속감을 찾는 주제를 탐구하는 소설의 풍부하고 복잡한 서사에 기여하고 있다.
[무어의 마지막 한숨]을 다 읽은 후 나는 살만 루슈디가 만들어낸 세상의 풍요로움과 복잡성에 경외감이 들었다. 그의 글로 탄생하는 생생한 이미지들은 아름답고 잊히지 않았으며 그래서인지 더욱 인도라는 나라의 설정을 살아나게 하고 색다른 분위기에 사로잡히게 했다.
그리고 각 등장인물들에 대한 공감과 연결감이 그들의 결점과 괴팍함에도 불구하고, 소설 속의 많은 등장인물들은 깊이 연관되어 있으며, 정체성, 가족, 문화적 갈등에 대한 그들의 투쟁은 개인적인 차원에서 독자들에게 반향을 일으키는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전체적으로 이 책의 정서적 풍경은 복잡하고 다면적이어서 소설 주제와 인물의 풍부함과 깊이를 반영하고 있기에 어떤 독자들은 이 소설의 경이로움과 마법에 대한 감각에 의해 고양된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다른 독자들은 사회적, 정치적 갈등에 대한 묘사에 의해 분노나 슬픔에 빠질 수도 있으리라 생각해 본다.
동시에 이 소설은 인도 사회를 괴롭히는 불의와 갈등에 대한 좌절감과 절망감도 보여주는데, 저자 살만 루슈디는 부패, 종교적 편협함, 전통과 현대의 충돌에 대한 비판으로 유명하기에, 이러한 주제들은 소설 전반에 걸쳐 존재하며 독자들로 하여금 분노와 환멸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저자를 투영시킨 무어라는 캐릭터도 재미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아우로라에게 좀 더 빠져서 읽었고 그녀의 [추문]이라는 작품을 포함해 그녀가 그린 모든 미술작품을 실제로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을 정도로 묘사가 탁월해 읽는 내내 너무 즐거웠다. 그래서 한 번 더 읽어 보고 싶어졌고, 살만 루슈디의 그동안의 어떤 작품에도 뒤지지 않는단 생각이 들었다.
지적이고, 감정적으로 공명하는 소설로, 완전히 실현된 느낌을 주는 인물들과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를 몰입시키는 줄거리를 담고 있는 이 책은 개인과 더 넓은 세상 모두와 관련된 풍부하고 복잡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살만 루슈디의 재능을 보여주는 강력하고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현대 문학이나 인도의 복잡한 문화 풍경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하니 꼭 읽어보라고 강력하게 추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