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밤 나는 적막한 집을 나섰다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21
페터 한트케 지음, 윤시향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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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밤 나는 적막한 집을 나섰다]1997년에 출판된 페터 한트케의 소설로 삶의 일상과 단조로움에서 벗어나려는 한 중년 남성의 여정을 그린 작품으로, 이 소설은 집을 떠나 여행 중인 한 남자가 일상의 제약에서 벗어나 삶의 더 깊은 의미와 목적을 찾으려 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은 탁스함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인데 후각이 예민하고, 버섯 채집과 중세 서사시 읽는 취미를 가진 이 약사가 익명의 1인칭 화자에게 자신의 모험담을 들려주며 이야기를 끌어가는 형식의 구조를 취하고 있다.

 

약사의 가족도 모두 약사인데다 아내와 딸, 아들 모두 개별적으로 생활하며 가족애라고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어느 날 약사는 단골 식당으로 가던 중 머리를 다치고 실어증을 앓게 되는데 이후 만난 스키 선수와 시인과 함께 조용한 집을 떠나 주변 세계를 탐험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여행 중, 그는 상상의 도시 '산타페'에 도착해 자신이 쫓아낸 아들과 시인의 딸 등, 그의 세계관을 형성하는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게 된다.

 

한 밤중 갑자기 자신을 구타한 '승리자'라는 여성과 사랑에 빠진다거나, 왜 하필 버섯을 좋아하는 건지, 실어증과 공항이라는 설정 등 소설을 읽는 내내 의문을 품게 되는데, 이 짧은 소설 하나가 이렇게 생각할 게 많을 일인가?





주인공의 여정은 정체성, 목적, 소속감에 대한 질문과 씨름하면서 영적인데다, 뭔가 몽환적이고, 여유롭고 시적인 저자의 글은 존재의 본질에 대한 내성적인 사색을 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저자는 어쩌면 이 책에서 고립감과 소외감을 자주 느낄 수 있는 세상에서 의미와 연결을 찾고자 한 것이 아니었을까?

 

나와 같은 독자들은 자신의 삶과 주변 세상을 돌아보게 하는 아름다운 글과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익숙함과 낯섦, 평범함과 비범함을 동시에 느꼈을 것이라 생각한다.

 

책 속의 등장인물들은 종종 완전하게 살이 붙은 개인이라기보다는 더 넓은 주제와 아이디어를 상징적이거나 대표하는 인물로 보이는데, 이 책의 초점이 외부 사건이나 인물 전개보다는 주인공의 내적 여정과 의미와 연결을 찾는 데 맞춰져 있기 때문이리라.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의 정서적 반응은 개인의 경험과 관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일부는 속도가 느리거나 어색하게 느낄 수도 있을 것이고, 또 어떤 이들은 꿈같은 분위기나 고요함을 만들어내는 이 책의 조용한 사색과 시적인 산문을 감상하며 즐거워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각기 다른 독자들의 다양한 반응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주관적인 작품이라서 인간의 상태에 대한 심오하고 감동적인 탐구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너무 추상적이거나 난해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어렵고, 난해하고,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싶은 독자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런 독자들을 위한 옮긴이의 친절한 해설이 책의 마지막에 함께 실려있다. 이래서 내가 문학동네 세계문학 너무 사랑한다.

한번 쭈욱~읽고, 해설을 읽은 후 다시 한번 읽어보시길... 그러면 또 다른 작품이 읽히면서 작품을 바라보는 시야도 그만큼 넓어질 것이라 분명히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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