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치, 파란만장
장다혜 지음 / 북레시피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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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킬까 콩닥거리고, 설레어 두근거리고, 가슴 아파 미어지고, 화가 나 벌렁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읽어야 했던 책이었습니다. 그만큼 몰입도 최상이라 책을 손에 쥔 순간부터 끝을 맺을 때까지 놓을 수가 없었어요.

역병으로 아버지와 헤어지고 몸값 한 푼에 화정패에 팔아넘겨진 계동은 2년 만에 담양을 떠나 한양 근처로 와 아비의 바람대로 경숙이란 이름으로 살아가게 되는데, 어느 날 찾아온 명창 구용천의 수하가 대뜸 경숙이를 수동으로 데려가겠다며 20냥을 내놓습니다. 

그렇게 팔려가 2년 동안 구용천의 수동으로 지내다 다시 사당패로 돌아온 계동은 그곳에서 무슨 일을 보고 겪은 건지 정신을 놓은 듯 미친 듯이 3년간 줄에만 매달리고 최고의 줄타기꾼 이날치로 거듭나는데요.

하지만 이날치에게 줄타기는 소리꾼이 되려는 꿈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생업일 뿐이었습니다.

목을 보호하기 위해 끊임없이 모과 차를 끓여마시고, 송방울에게 창을 배우기 위해 돈을 모아 야만 하는 그가 안쓰러워 애가 탔어요. 도대체 얼마나 더 기구한 삶을 살아야 좀 풀리려고 그러는 것인지 말이죠.

암흑 속에 사는 여인과 빛 속에 사는 사내는 얼핏 달라 보였으나 따지고 보면 퍽 비슷한 점이 많았다. p.97

눈을 잃어 가장 슬픈 게 서책을 읽지 못하는 것이라는 백연과 소리를 하기 위해 줄을 타야만 하는 날치의 고된 삶이 뭔가 닮아있었습니다. 다음 생에 세상을 보는 눈을 가지고 싶어 망자를 위한 곡을 하는 곡비 백연의 삶도 날치 못지않게 기구하니까요. 이 둘이 만나 사랑을 하는 순간이 너무 짧았습니다. 그래서 더 애달팠고요.


증명이 시작되었다. p.245


증명했음 되었죠 뭐. 무엇을 증명했는지 궁금하시죠? 그렇다면 이 책 읽으셔야 합니다.




책 속엔 많은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의빈 채성록의 사랑은 사랑이 아닌 집착이었고, 꼭두쇠는 노름에 미친 자였고, 묵호는 또 다른 상처로 아픈 자였으며, 비금은 사내처럼 강인해 보이지만 누구보다 여린 여인이었으며, 구용천은 미친 자이고, 얼쑤와 절쑤 춘봉등은 그래도 의리로 날치의 곁을 지켜준 자들이었습니다.

그리고 화정패 곁엔 늘 그들을 쫓아다닌 줄순이 살순이 버순이들이 있었습니다. 

지금의 아이돌 팬덤 문화라고 이야기하면 빠르겠지요? 줄타는 날치의 팬이었다가 살판쇠의 팬으로 옮겨갔다가, 접시 돌리는 버순이가 되기도 하는 소녀들도 있고, 꾸준히 한 사람을 좋아하는 소녀들도 있고요. 조선시대에도 지금이랑 다를 것이 없었다는 게, 사람 사는 것은 비슷했다는 게 재미있었습니다.


장다혜 작가님의 전작 탄금을 읽으며 '우와 이 책 드라마로 나오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는데 올해 드라마로 제작된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캐스팅이 너무 기대되더라고요.

이 책 이날치 파란만장도 그렇습니다. 꼭 드라마로 만나보고 싶어지는 스토리거든요. 작가의 말에서 실존 인물인 이날치의 자료가 너무 적어 오히려 이 소설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멸시와 환대에 포인트를 두었다고, 일상에서는 천대받는 신분인데 줄만 타면 사람들이 환호하는 광대의 삶에 포인트를 주었다고 말이죠. 

우리네 삶도 모순 덩어리이듯이 백연이 가지고 싶지만 갖지 못한 두 눈과 날치와의 행복한 삶, 성록이 원한 첫사랑이나 백연의 마음, 업보와 신분 차이 등 조선 시대나 현재나 별다를 게 없어 보이는 괴리감들이 분명 있듯이 저자는 그런 점들을 함께 이야기하고 싶었던 듯합니다. 추천하고 싶은 책, 신간이 나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읽어봐야 할 작가님의 책이 또 이렇게 한 권 늘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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