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례지만, 이 책이 시급합니다
이수은 지음 / 민음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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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쉽게 읽히는 에세이보다는 소설을 더 많이 읽게 되었는데요.

띠지의 '가장 유쾌한 독서 에세이, 이런 실례는 대환영'이라는 문구와 고전을 특히 좋아해 고전 읽기의 즐거움을 널리 알리고 싶다는 저자의 글이 제게 무척 와닿았습니다.

베테랑 편집자인 이수은 작가가 이럴 때 이런 책을 읽으라고 알려주는 책이라고나 할까요?

가슴속에서 화산처럼 화가 솟구칠 때, 너무 일하기 싫어 안주머니에 고이 품은 사직서를 넣었다 뺐다를 수백 번 반복할 때, 나만 하는 일마다 안 풀리고 꽉 막히는 것 같을 때, 사람들과 굳이 어울리고 싶지 않을 때,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약속 없는 느긋한 불금의 밤 할 일 없을 때, 싸우러 가기 전에 읽어야 할 책등 다양한 상황에 따라 50여 권이 넘는 책들을 위트 있게 추천해 주는 저자의 센스가 놀랍습니다. 그것도 고전 문학을 말이죠.


i would prefer not to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안 하는 편을 택하겠다.


필경사 바틀비를 읽으면서 위문장으로 모든 요청에 꾸준히 답하는 소극적인 남자의 대답이 왜 그렇게 기억에 남던지요. 식사까지 안 하는 편을 택하며 굶어죽는 바틀비에 대한 이야기는 일과 자율 인간성의 주제를 탐구하게 하고 개인주의와 순응 사이의 투쟁에 대한 우화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사람들과 어울리기 힘들 때 읽는 책으로 저자는 이 필경사 바틀비를 추천해 줍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자기 머릿속 장미꽃밭에 나를 강제 이주시키려 할 때...]라던 이 문장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더라고요. 이런 사람들 너무 많잖아요. 왜 그렇게 자신들 생각에 남을 끼워 맞추지 못해 안달인지....

제일 공감했던 건 사표 쓰기 전에 읽는 책을 추천해 주는 부분이었습니다. 

달과 6펜스를 읽고 난 이후의 내 머릿속에 저자가 들어왔었던 건 아닌지 싶을 정도로 제 속마음을 글로 적어놓았는데 순간 뜨끔했어요. 그리고 아직 전 레미제라블을 읽지 못했는데요, 어쩐지 제가 아직 사표를 쓰지 못하고 회사를 계속 다니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더라고요. 

그리고 해묵은 가족 갈등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명절에는 의지적 독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새로 알게 되었는데요. 암울한 명절이 되지 않고, 가족 간의 불행을 증폭시키지 않기 위해 저자가 추천해 준 책이 논어와 자기만의 방입니다. 

논어를 읽으며 효, 즉 부모에 대한 존경과 순종, 사랑을 배우고 가족과의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모범이라는 것을 되새기고, 자기만의 방을 읽으며 여자들에게도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함을 온 가족이 깨닫게 된다면 명절에 더 이상 싸우고 얼굴 붉히는 일 없지 않을까요? 정말 탁월한 추천 아닌가요?

코맥 매카시의 책을 모두 읽어봐야겠다는 생각과, [파우스트]와 [필경사 바틀비], [설국]과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도 다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월급을 타면 [고도를 기다리며]와 [레미제라블]을 구입해서 서재에 꽂아놓고, 서재에 꽂힌 마담 보바리를 꺼내 읽으며 장바구니에 가득 찬 쇼핑 목록을 하나둘씩 비워야겠지요. 그리고 얼마 전 알쓸인잡에서도 소개된 커트 보니것의 제5 도살장도...

휴우.. 역시 책이 책을 부르고, 다른 책이 또 한 권의 책을 부르고... 끝이 없습니다.

그래서 읽는 내내 행복했어요. 이번엔 어떤 책을 읽지? 읽은 책은 읽은 대로, 안 읽은 책은 앞으로 읽을 책 목록에 담으면서 설렘으로 가득했거든요. 이제 저는 책 쇼핑하러 갑니다. 그래야 또 직장을 그만두지 않고 열심히 일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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