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버 - 어느 평범한 학생의 기막힌 이야기
프리드리히 토어베르크 지음, 한미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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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말라 하면 더 하고 싶은 법이다. 그러니 금서라고 하면 더 읽고 싶은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어느 평범한 학생의 이야기라는데 왜 금서가 되었을까? 읽어도 보기 전에 호기심을 100% 끌어당긴 책이었다.

호기심으로 시작했지만 정말 어느시대에나 있을 평범한 학생들의 이야기였고 누구나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시대와, 나라와, 제도들만 살짝 다를 뿐 학생과, 학교와, 교사의 상황들은 비슷하게 흘러갔을 테니 말이다.

저자는 이 글을 22세에 발표했다고 한다.

질풍노도와도 같은 시기를 지난지 얼마 되지 않은 그리고 일주일 동안 열 건의 학생 자살 소식을 접한 그 시기에 쓰기 시작한 글이라고 하니 어떤 마음으로 글을 썼을지 조금은 이해를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시작은 시끄럽고 활기찬 여느 고등학교 교실과 다름없는 모습이다.

새 학년이 시작되고 설렘, 두려움, 다가올 새 담임과의 만남이 주는 두근거림 등은 어디든 비슷하니 말이다. 어느 그룹에 들어갈지 교실을 스캔하는 아이들, 카더라 통신을 주고받으며 새로운 담임을 추측하는 아이들로 교실 안은 대화가 끊이질 않는다. 그토록 아니길 바라면 꼭 이뤄지는 그런 일이 게르버에게도 일어나는데, 쿠퍼신이라 불리는 그가 가장 중요한 시기인 지금 그의 담임이 된 것이다. 자신의 무오류성을 자주 강조한다니, 이런 사람이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게 말이 되는 걸까? 의문이 들었다. '나는 모든 걸 보고, 눈치채고, 알고, 영리한 사람입니다' 라고 스스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쿠퍼는 자신을 그런 종류의 인간이라 말하는데 거침이 없는 사람이었다. 자존감, 자긍심, 자기애... 뭐 그런 것들이 통합적으로 무척 높은 사람인 듯한데 나는 무조건 다 맞고 너희들은 다 틀려.. 학교 안에서 왕이자 신으로 군림하며 학생들을 마음대로 조종하려고 하는 사람이라니 반발하는 학생들이 당연히 있지 않았을까?


학기 중이 아닌 두 달여의 방학 동안에는 자신만의 제국이 사라져 공허함을 느낀다는 쿠퍼는 정신병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들이 자신을 쿠퍼신이라 부르는 걸 알면서 은근히 즐기며 좋아하는 그는 권력의 노예였고, 어쩌다 자신과 맞서려고 하는 학생들이 나타나긴 하지만 그들마저 공포스러운 시선을 보내며 고개를 떨굴 때는 승리감에 도취되어 더없이 기쁨을 느끼는 히스테릭하고 변태스러운 교사였다.




"나는 네 인생을 넘기고 싶지 않다, 그런 자한테...."

"쿠퍼 같은 사람 앞에서 도망치지 않을 거예요!"


그런데 또 읽다 보니 게르버도 영 맘에 들지 않는다. 물론 아직 어리고 철없는 녀석이라 그러겠지 싶은 것도 있지만 이 녀석 노력도 안 하고 모든 것을 다 얻고자 하는 것이 학창 시절 나를 꼭 닮았다. 읽을수록 내 모습이 투영되 보여서 영~ 불편한 것이다. 마음에 안 드는 교사에게 반항하고 싶은데 한 박자 늦는 것도, 소심하게 반항하는 것도, 나는 똑똑한데 왜 몰라주지 하며 혼자서 겉도는 것.... 등등 그래서 나는 게르버가 안쓰럽기도 하고 이해도 되고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했던 것 같다.

졸업시험을 앞둔 아이들이 불안해하고 예민해지는 모습은 우리나라의 수능을 앞둔 고3 아이들과 비슷하지 않은가? 그 시기의 아이들에게는 어른들이 보기에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그 시험이 인생 최대의 고비일테니까 말이다.


그 시절에만 느끼는 감정들이 있다. 게르버는 게르버만의 치기 어린 감성이 있었을 텐데 그런 감성을 작가가 너무 잘 표현했다고 본다. 지금 성인이 된 내가 보기에 아무것도 아닌 하찮을 정도로 보이는 문제들이 게르버가 느끼는 고민의 무게와는 분명 다를 것이다. 그런 점들을 저자는 생생하고 강렬하게 글로 표현해놓았다. 있으면 안 되지만 쿠퍼 같은 교사도 아직 어딘가에 분명 있을 테고, 부모들은 아이들의 문제로 고민하고 자녀와 다투며 또 다른 고민들을 할 것이다. 학생들이 겪는 학업의 어려움과 또래관계, 불평등과 부정당하는 경험들 그리고 모든 것들이 다 내 맘 같지 않다고 느껴지는 세상은 언제쯤 변할 수 있을까?

누구나 경험하기에 평범한 학생의 이야기이고 그렇지만 쉽게 잊을 수 없는 가슴 아픈 기억으로 남기에 기막힌 이야기인 게르버를 교사, 부모, 학생 모두에게 필독하기를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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