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 - 잃어버린 도시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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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편식가인 나는 지독하게도 좋아하는 책만 골라서 보는 독자다. 그래서인지 중국 작가의 책은 이상하게 별로 본 적이 없다. 그 와중에 허삼관 매혈기라는 작품을 알고 있었던 건 국내에 하정우 주연의 영화로 개봉이 되어서이지 않았을까? 피를 팔아서 가족을 먹여살려야 하는 가장의 모습을 익살스럽게 그려낸 스토리와 가족의 모습이 기억에 남았었는데 그 작품의 원작이 위화의 작품인지도 이번에 알게 되었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계속 눈에 띄기도 했고 지인 중 한 명이 재미있으니 꼭 읽어보라 추천해 주기도 했던 터라 읽어보자 마음은 먹고 있었지만 600페이지 가까운 두께는 선뜻 손을 내밀게 만들진 못했었다.


그런데 웬걸?


펼치기가 어려웠지 펼치기만 하면 300페이지는 순간이고, 마지막 페이지까지는 그냥 달리게 된다.

종이의 재질이 얇은 갱지의 느낌이 있어 읽기 전에는 왜 이런 종이로 만들었지 싶었는데 그렇지 않았으면 이 두께를 누워서 읽을 수 없었으리라... 참고로 나는 누워서 두 손으로 책을 들고 다 읽어냈다. 두껍지만 가볍게 만들어낸 푸른 숲 출판사의 선견지명에 깊은 감사를 표하는 바이다. 안 그랬으면 내 손목이 나갔을 것이므로...


원청이라는 도시에서 왔다는 샤오메이와 아청이라는 남매가 린샹푸의 마을에 와서는 여동생만 남겨 두고 오빠는 떠나버린다. 여동생인 샤오메이에게 끌리게 된 건실한 청년 린샹푸는 그녀와 함께 밤을 지내고 평생을 함께 하자 약속하는데 그녀는 어느 날 집 안 재산 절반을 가지고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절망한 그의 앞에 몇 달 후 다시 나타난 그녀는 당신의 아기가 뱃속에서 자라고 있다며 부른 배를 보여주며 여기서 아이를 낳게 해달라면서 돌아왔다. 물론 재산인 금괴는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고 말이다. 착한 린샹푸는 아기가 있다니 샤오메이를 다시 받아주었고 출산 후 아기를 조금 키우던 그녀는 또 바람처럼 사라져버린다. 안되겠다 싶었는지 린샹푸는 아기를 업고 남매의 고향이라는 원청이라는 도시로 샤오메이를 찾아 길을 떠나면서 이 길고 긴 이야기가 시작이 된다.


우선적으로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은 재미와 공감이 아닐까 생각한다.

위화는 대단한 이야기꾼이고 그래서 이 긴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이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게다가 등장인물들에 모든 인간상이 다 녹아있어 책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자신도 모르게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 속으로 끌려 들어가게 된다. 동시대에 살았다거나 내가 중국의 역사를 잘 알지 못하지만 사람 사는 거 비슷하지 않겠는가?


리메이롄이 토비에게 끌려가는 린바이자 대신 자신의 아들인 천야오우를 보내며 아들은 둘이고 딸은 하나니 그래도 된다며 스스로 되뇌듯 말할 때 어찌나 가슴이 에이든지, 린바이자에게 이성으로 끌리는 천야오우를 혼내며 완무당 치자촌으로 떠나기로 마음먹는 천융량의 아비된 마음을 바라보는 마음은 또 얼마나 찢어지던지, 소문을 들어 모두 알면서 모른척하며 린샹푸에게 상하이의 중서여숙의 자료를 건네는 구이민의 마음과 그리고 죽을 때까지 바른 미소를 잃지 않은 린샹푸의 마음까지 모두 부모의 마음으로 공감하고 가슴 아파하며 읽었었다.

책을 읽으며 그들의 삶에 하나하나 공감하고, 울고, 고개를 끄덕이다 또 눈물을 흘리고, 읽고 난 후에는 역사와 민중의 삶에 또 한 번 복받치는 설움과 아픔에 한참 동안 가슴을 쳤어야 했다.


잔인하기가 악마보다 더한 토비들의 고문법엔 토가 치밀었고 인간이 제일 무서운 존재라는 게 다시금 느껴졌다.

그리고 삶에 대한 애착이 누구보다 강했고 성실했던 린샹푸의 마지막이 너무 허무해서 아쉬웠지만, 외전처럼 나오는 또 하나의 이야기에서 샤오메이의 사연을 이해할 수 있었던 점은 좋았다.

그동안 위화라는 작가를 몰랐다니 너무 아쉬울 만큼 몰입해서 읽은 작품이어서, 앞으로 그의 작품을 하나씩 찾아 읽어보고 싶게 만들었을 정도로 추천하고 싶은 소설 [원청]이다.


민중이 곧 한 시대를 대표하고 난세를 이겨낸 영웅이다.


[해당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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