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샤 페이지터너스
아이작 바셰비스 싱어 지음, 정영문 옮김 / 빛소굴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폴란드 태생 미국 작가인 아이작 바셰비스 싱어는 랍비 집안에서 태어나 유대식 교육을 받고 자랐지만 문학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며 성장했다. 여러 필명을 사용하여 작품도 발표했고, 형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시민권을 얻은 후 1950년 솔 벨로가 영어로 변역되고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그의 어린 시절 바르샤바에서의 추억, 미국에서의 경험, 채식주의자가 된 이야기들이 어쩌면 이 작품 [쇼샤]에 녹아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히브리어와 아람어와 이디시어-어떤 사람들은 이디시어를 언어로 여기지 않는다-라는 세 가지 죽은 언어와 바빌론에서 형성된 탈무드의 문화 속에서 자랐다. p.9

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쇼샤]는 그렇게 작가의 어린 시절이 반영되어 있었기에 작가가 가장 좋아한 자신의 소설이 아니었을까?

쇼샤는 이웃집 부부의 딸이며 조금 바보처럼 여겨지는 아이지만 이상하게 아론은 그녀에게 마음이 끌린다.

집안 분위기나 종교도 다르고, 천재라고 불리는 아이와 바보로 여겨지는 아이, 뭐 하나 공통점이 없어서 더욱 마음이 간 것이 아닐까 생각도 해보게 되지만 어쩌면 뭐든지 금지하고 율법을 강요하고 못하는 게 많은 집보다, 자유롭고 못살게 구는 이 하나 없이 마음껏 고기를 먹을 수 있는 바셸레의 집이 어린 그에게 일종의 피난처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쇼샤와 헤어진 후 20대가 된 아론은 작가로 살아가며 이렇다 할 작품을 쓰지 못하고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는데 어쩌다 알게 된 미국인 백만장자 샘 드라이만에게 그의 애인을 위한 희곡 청탁을 받게 된다. 선불금도 500달러나 준다고 하고 아무것도 걱정 말고 글만 써달라고 하니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다.

젊은 청년 아론은 억압된 유대교 교리에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 여러 여인들과 본능에 충실한 다양한 연애 경험을 즐겼고 그 와중에도 어린 시절의 사랑 쇼샤를 잊지 못하고 꿈까지 꾸는데....

어느 날 베티와 함께 어린 시절 살았던 동네를 우연히 들렀다가 죽을 줄로만 알고 지내며 그리워하던 쇼샤를 이십여 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된다. 쇼샤는 자라지 못해 난쟁이처럼 작았고, 백치 같았지만 아론 눈에는 순수 그 자체로 보이는 듯하다. 그의 앞에서 꾸밈없이 모든 것을 드러내며 거짓으로 대하지 않는 쇼샤가 그에게는 달리 보였던 것일까? 그런 모습이 다른 여인들과는 다르게 오히려 사랑스럽게 느껴졌던 것일까? 베티와 아론의 결혼을 원하는 샘 드라이만은 쇼샤까지 돌봐주겠다 약속하는데 도대체가 무슨 생각으로 그러하는지 읽으면서도 이해를 하기는 힘들었다.

여러 개성을 가진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는 작품이라 읽는 재미가 있었고, 싱어의 작품이 다른 노벨상 수상자들의 글처럼 문장 구성이나 이해하는데 어렵지는 않았지만 그만큼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 그래서 다 읽은 후에도 자꾸 떠오르는 장면들이 많고 의문이 남는다. 과연 그의 선택이 맞는 것인지, 그는 정말 쇼샤를 사랑한 것인지, 사랑을 선택했다기보다는 고난의 길을 선택한 것은 아니었을까? 그가 선택한 사랑이 마냥 아름답게 보이지만은 않는 것은 내가 속물이기 때문인 것일까?....

"고통에 대한 답은 어디에도 없죠. 특히 고통을 당하는 자들에게는요."

"두 사람 왜 어둠 속에 앉아있는 거예요?"

"우리는 해답을 기다리고 있소."

마지막까지 그들이 해답을 얻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건 독자인 나도 마찬가지였으니 말이다.

평범한 연인으로서 행복만을 바랄 수는 없었던, 그들의 사랑에 얽힌 종교적, 시대적 상황들이 너무 안타까운 이야기 아이작 싱어의 [쇼샤] 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