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시 2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18
살만 루시디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명의 인간으로서 천사보다는 욕망에 충실한 악마에 가까운 삶을 살고 있어서일까?

대천사 지브릴보다는 악마로 변한 살라딘에 공감하며 읽었던 책이었다.

지브릴도 천사라기보단 그냥 조금 선량하고 순수한 인간의 모습 정도로만 보인 데다가 그가 쏟아내는 말도 안 되는 것 같은 온갖 율법이란 것은 내 상식으로는 전혀 이해되지 않는 것들이었다.

유쾌한 은유가 가득하고 상상력을 몽땅 때려 넣어가며 읽으면 더할 나위 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처음 읽기였으므로 굳이 해석하려 하지 않았고, 그냥 줄거리만 파악하자라는 마음으로 읽었기에 그것만으로 충분히 즐거웠던 독서였는지 모르겠다. 인간의 본능, 인종차별,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포함한 기쁨, 슬픔, 노여움, 즐거움, 미움, 사랑들과 같은 모든 감정들과 욕구들이 그려져 있다. 천사와 악마로 변한 지브릴과 살라딘의 꿈과 현실을 통해서 말이다. 

그 정도로 꿈과 현실을 오가다 보면 제정신을 유지하고 사는 게 힘들지 않았을까? 어떤 게 현실이고 꿈인지 헷갈릴 만도 할 터 역시나 지브릴도 수많은 환영을 보며 정신질환을 앓게 되고 살라딘도 악마의 모습에서 인간으로 돌아오게 된다.




다시 태어나려면 우선 죽어야 한다. 적대감을 벗어던지면 자유로워진다.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온 살라딘은 낙관적으로 변하고 지브릴에 대해서도 관대하게 제법 자제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살라딘과 지브릴 둘 중 상황이 더 나은 이가 누구일까? 이국에 동화되고 싶어 노력해도 일이 잘 안 풀려 힘들어하던 살라딘과 무슨 죄를 짓든 모든 이에게 천사라는 말을 듣는 행운아 지브릴을 보면서 나는 오히려 살라딘에게 마음이 쓰이고 동정심이 생겼다.

지브릴을 마냥 선하게만 보지 않았으니 작가의 의도를 기준으로 작품을 해석하거나 평가하는 지향적 오류를 범하지는 않게 된 것일까? 악은 깊게 감춰지지 않았고 범하기 너무 쉬운 것이라는 작가의 말이 너무 와닿았다.

작가 본인의 삶이 반영되듯 영국으로 이민 온 인도인 이민자의 삶이 묘사되어 있다. 문화적으로 차별받고, 그들 속에 스며들어 살고 싶은 욕구들도 잘 그려져 있었고 무엇보다 인간의 내면과 본능 감정에 대한 것들이 풍자적으로 잘 묘사되어 있었다. 금서 지정이라는 점, 작가에 대한 사형 선고와 종교적인 배척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점들이 너무 큰 이슈로 작용해 정작 책에 대한 내용들은 이슈가 되지 않았단 점이 너무 아쉬운 책이다. 사실 종교랑 엮자고 달려들면 사탄이니, 대천사니 기독교나 가톨릭 등 모든 종교가 비판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 않겠는가? 그렇지만 소설은 소설로, 어느 정도 표현의 자유로 인정해 주고 과민반응하지 않는 건 어떨지 생각해 본다.

과민반응이란 단어도 그들의 입장에선 예민한 단어 선택일지 모르겠으나 그냥 논란이 되기보다는 한 편의 문학으로 보고 책을 먼저 읽어보았으면 하는 한 명의 독자로서의 바람이란 뜻이다.


종교적인 내용을 잘 모르고 봐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공부를 하고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렇게 싫어하고 배척하는지 그들의 입장을 알면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