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다 칼로, 붓으로 전하는 위로
서정욱 지음 / 온더페이지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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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말해봐~라고 하면 대부분 로또 당첨이라든지 건물주라든지 절대 이번 생에는 이뤄질 것 같지 않을 것 같은 일들을 먼저 떠올리는 게 인간의 욕망이 아닐까요? 저만 그런 겁니까?

여기 평생소원이 단 세 가지였던 소박하고 미련한 여인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 좋아하는 그림을 계속 그리는 것 그리고 혁명가가 되는 것이 소원이었던 여인이지요. 

유복한 집안의 셋째 딸로 태어났지만 꽃같이 어여쁜 18세 9월에 쇠 파이프가 가슴에서 골반을 통과해 허벅지로 나오는 대형 교통사고를 당하며 그녀의 삶은 산산조각이 나고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그림을 정식으로 배운 적도 없는 그녀는 천재적인 화가임에 분명합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상처를 헤집고 기억하기 보다 잊고 묻어두려 하기 바쁠 텐데 그녀는 그림으로 기억하려 한듯해요. 그렇게 화가 프리다 칼로가 탄생하고 그녀의 새로운 삶이 시작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녀의 그림엔 자신의 모습을 그린 자화상들이 많은데 당당하게 앞을 바라보고 자신감 넘치는듯하지만 슬픈 눈빛을 가진 여인의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짙은 눈썹과 정면을 응시하는 모습의 프리다 칼로 그녀의 모습이 말이죠. 교통사고도 그녀의 삶을 크게 흔든 커다란 사고였겠지만 그녀에게 더 큰 상처가 되었던 건 세 번의 유산과 남편의 바람 그리고 동생의 배신이 아니었을까요? 그들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더욱 상처가 컸을 테고 그러한 마음을 표현한 심장이 뚫린 그림은 그녀의 무표정하게 눈물을 흘리는 얼굴과 함께 더욱 가슴이 아려오게 만들었습니다. 


디에고와 프리다는 서로 완전한 결속을 꿈꾸었다고 합니다. 둘은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바람도 피우고 이혼하고 다시 재혼하고 별거하고... 정말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하지요, 그런데 서로 너무 사랑했다고 회고합니다. 저로서는 이해할 수 없지만 그들의 감정을 그리고 세상을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겠습니까? 

이 책에는 그녀가 영감을 받은 다른 화가들과 작품들 그리고 그녀가 실험 삼아 그렸단 다른 여러 작품들과 그녀만의 독특한 스타일에 대한 이야기들도 이야기합니다. 그녀의 첫사랑인 매너 좋고 학자 스타일의 알레한드로와 남편이자 미술 선생님인 나이 많은 민족주의 유명 화가 디에고 리베라를 비교하며 볼 수 있었던 점도 좋았고, 그녀의 주변인과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들도 자세히 들려줍니다. 그녀의 아픔과 상처들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아서 좋았어요. 

"분명하게 말하지만, 나는 내 현실을 그립니다. 그림은 꼭 필요했기 때문에 그린 것이고, 나는 그릴 때 그 어떤 것도 고려하지 않습니다. 머릿속에 있는 그대로를 그립니다." p.164

그려야 할 수밖에 없었던 그림, 늘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고통을 잊으려고 그림을 그려야 했던 그녀는 그림이 곧 그녀의 신음이지 않았을까? 그 신음이 없었으면 그녀가 제대로 살 수 없었을 듯해요.


죽기 직전까지 그림을 손에서 놓지 않았던 그녀의 집념과 의지는 정말 대단합니다. 47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그린 그녀의 자화상과 통증과 싸우며 그린 수박 정물화에 써놓은 '인생이여 만세'라는 글귀를 보며 그나마 그녀의 삶이 행복했을 거라고 제 마음대로 상상해 봅니다. 누구보다 괴롭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을듯한데 어떻게 감사하고 기뻐하며 죽음을 맞이할 수 있었을까 그녀는 마지막까지 대단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녀의 삶과 그림을 통해 위로를 받는다기보다 저는 용기를 더 많이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녀만의 방식으로 내게 용기를 준게 아닐까요?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견딜 수 있습니다.'라고 한 그녀의 말처럼 그녀의 그림을 감상하는 저를 토닥이고 용기 내게 만들었으니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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