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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의 시대 - 불핀치의 그리스 로마 신화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281
토마스 불핀치 지음, 박중서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9월
평점 :
최근에 아홉 살 아들과 함께 설민석의 신들의 사생활이라는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신들이 세상에 나타난 이야기부터 제우스와 프로메테우스의 대결, 희대의 바람둥이 제우스, 페르세우스와 메두사, 인간과 신의 배틀, 아라크네와 아테나의 이야기, 저승까지 간 사랑꾼 오르페우스, 아도니스를 향한 아프로디테의 사랑까지~~ 정말 재미있게 보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저는 신화를 본지 시간이 꽤 흘렀기에 기억이 가물가물했고 아들은 최근까지 그리스 로마신화 만화를 끼고 살았으니 구구절절 설명을 해주는데 어찌나 세밀한 부분까지 설명을 잘 해주는지 설민석 저리 가라더라고요~!
신화의 사전적 의미는 고대인의 사유나 표상이 반영된 신성한 이야기를 말한다고 해요. 우주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신과 영웅의 이야기 태곳적 역사와 설화 같은 이야기들 말이죠. 특히 그리스 신화는 그 재미를 따를 자가 없었던 것 같아요. 땅과 하늘이 카오스에서 비롯되고 사랑은 그 위에 떠다니던 밤의 알에서 부화되었다든가 신들의 복잡한 가족관계 그리고 제우스의 여성 편력과 헤라의 질투 등은 정말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읽고 또 읽었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린 시절 그리스 신화와 로마신화를 구분 짓지도 못하면서 왜 내용이 비슷한듯한데 다른 걸까?라며 의아해하지만 굳이 알아보지는 않고 넘어갔던 이야기들, 스토리가 비슷하니 같은 신인가 보다 하며 두리뭉실하게 기억하고 지나갔던 신들의 이야기를 이번 토머스 불핀치의 [신화의 시대]를 통해 다시 한번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신화를 순서대로 쭈욱~ 두고 읽어본 적이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냥 그때그때 흥미가 생기는 에피소드별로 골라 읽었던 것 같은 거예요. 그러니 누가 누구의 아버지고 아들인지, 가족관계가 자꾸 헷갈리고, 부부와 연인의 사랑 이야기도 이름이 나중에는 머릿속에서 엉키더라고요.
'아! 한 번쯤은 정리를 할 필요가 있겠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을 즈음 만난 이 책 토마스 불핀치의 [신화의 시대]는 정말 제게는 최적의 책이었어요.
게다가 제가 모르던 신화의 부분과 이야기들도 담겨 있었거든요. 특히 고대인이 지옥을 바라보던 시각과 시빌레의 젊음이 없는 불멸의 시간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큰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소원을 빌 때는 꼼꼼하고 세밀하게 빌어야 한다는... ^^ 그리고 읽다 보니 [아이네이스]도 읽어보고 싶어지더라고요.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이집트, 동양, 인도, 북유럽 신화와 신화를 노래한 시인들까지 광범위하지만 재미있게 다루고 있어서 650페이지 가량 되는 두꺼운 책인데 너무 즐겁게 읽었답니다. 토마스 불핀치를 왜 이제서야 읽었을까 후회도 조금 되었어요. 일목요연하게 요약도 잘 되어있고 저처럼 신화의 내용들을 많이 알고 있지만 한 번쯤 정리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정말 찰떡같은 책이었거든요. 최고로 유용하다는 점은 정말로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 책을 바탕으로 깊게 알고 싶은 부분은 조금씩 다른 책들을 추가하며 알아가면 더욱 좋은 공부가 되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고요.
신들도 그렇잖아요. 미래도 내다보고 예언도 할 줄 알지만 다가오는 일들을 마음대로 바꿀 수는 없고 당할만치 당하면서 서로 물고 뜯고 인간처럼 말이에요. 신화를 보며 우리네 삶과 현실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됩니다. 오히려 신들처럼 길게 사는 인생이 얼마나 지루할까 싶어 꼭 부럽지만은 않기도 했고요.
아껴보고 싶고, 두고두고 보고 싶고, 책장에서도 제일 잘 보이는 곳에 꽂아두고 매번 꺼내보고 싶은 책이 있잖아요. 이 [신화의 시대]가 제게는 바로 그런 책이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