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방학숙제로 하던 일기는 밀려있는 날씨칸에 어떻게 채워 넣을지에 대한 걱정이 앞서던 기억이 우선적으로 남아있습니다. 매일 맑음이라고 적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언제 비가 왔는지, 흐렸는지는 기억에 없고 말이죠. 어른이 되어 다이어리를 내 돈으로 사서 적기 시작하면서도 단 한 번도 끝까지 채워본 적이 없었고, 일기라는 것이 매일 나만의 기록이라는 걸 알고, 길지 않은 글이어도 된다는 것까지 알고 나서도 왠지 쓰기 어려웠던 것은 의무감이 먼저 들어서였을까요?
이순신 하면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것들이 몇 가지 있잖아요.
거북선, 난중일기, 해상대전 등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일기를 썼다는 것 그 자체에 성실과 근면 100점 만점을 주고 싶은 건 온전히 나라는 인간이 그렇지 못하기에 그걸 해낸 사람에 대한 제 기준이 지나치게 높은 점도 있어서일 것이란 생각도 들어요. 그런데 왜 저는 난중일기를 읽어보잔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것일까요? 위인의 일기라 재미없을 것이라 지레짐작한 것은 아니었을까?(크게 아니라고는 못하겠습니다. 크음)
아들과 명량 대전은 함께 보지 못했지만 올해 개봉한 한산은 여름방학 때 함께 볼 수 있었는데요.
거북선의 등장과, 일본과 우리나라의 대격전을 보며 가슴 벅참을 느꼈는지 이런저런 질문을 하는 아들에게 제대로 된 대답을 하나도 해줄 수 없는 제가 너무 초라한 겁니다.
"엄마는 이순신 장군님 잘 몰라?"라고 묻는데... 선뜻 대답을 못하겠는데 순간 머리가 하얗게 되더라고요. 명량 대전 영화가 먼저 나와서 그 전쟁이 먼저였는지 알았다고, 그런데 왜 이순신이 더 나이 먹었었지?라고 아들에게 되물을 수는 없었기에 더더욱 책을 펼쳐들 수밖에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