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면창 탐정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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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식이지만 내 마음 같지 않을 때가 어디 한둘이겠냐마는 이런 불변의 진리는 부자에게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혼조가의 총수가 쓰러지고 자식들은 그의 기업을 물려받기보다는 그냥 돈이나 형제들에게 똑같이 나눠주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능력 있는 아버지가 수완을 발휘해 키운 회사일지언정 애정 따윈 1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자산 가치를 매겨줄 후루하타 상속 감정의 직원 미쓰기가 저택에 방문했을 때도 모두 제각각으로 행동할 뿐이다. 모두 자신의 입장에서 더 이득이 되게 해달라고 도움을 청할 뿐이었다.

저녁이 되고 어깨가 근질거리더니 드디어 인 씨가 등장한다.

다섯 살 때부터 미쓰기의 어깨에서 기생하기 시작한 인 씨는 무서워도 자신의 신체 변화를 의논할 친구 한 명 없는 미쓰기에게 오히려 의논 상대가 되어주었다. 의지는 되었지만 누구에게 선뜻 이야기할 수 있는 존재는 아니었고 미쓰기를 노예 부리듯 하는 인 씨의 독설에는 이제 면역력이 생긴 듯하다.


하지만이고 나발이고. 실물을 보고 판단하는 게 감정사지. 게다가 네 녀석은 상상력이 말도 안 되게 빈약해서 사태의 중대성을 별로 파악하지도 못하잖아. p.53



무척 똑 부러지는 세입자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할 말 다하고 늘 정곡을 찌르는 인 씨에게 미쓰기는 말대답도 제대로 할 수 없다. 인면창이지만 표정이 풍부하다는 그의 얼굴이 나로서는 상상이 가질 않았다.




미쓰기가 듣고 읽었던 것들을 인 씨는 모두 기억한다고 했는데 이 부분에서 갑자기 궁금한 점이 생겼다. 그렇다면 둘은 같은 뇌를 나눠 쓰는 것인지, 인 씨의 뇌가 따로 존재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쓸데없는 상상을 하며 읽게 만드는 내용이다. 그 와중에 미쓰기는 맡겼던 광물자원 감정 결과를 가족들 앞에서 보고하게 되고 그날 밤 열린 파티에서 과음 후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화재와 함께 첫 번째 희생자가 발생하게 된다. 그리고 그제야 책 맨 앞부분의 차례가 눈에 들어온다.


  1. 옛날 옛적에

  2. 첫 번째 너구리는 불에 타 죽고

  3. 두 번째 너구리는 목을 매달고

  4. 세 번째 너구리는 물에 빠지고


미쓰기가 온 후로 사건이 끊이지 않으니 복신이랬다가, 역병신이랬다가, 다시 복신이랬다가 다들 난리다.


처음에는 인면창 탐정 인 씨가 너무 미쓰기를 막 대하는 것 같아 얄미웠는데 이 말투 뭔가 굉장히 매력적이다.

빙빙 돌리지 않고 말하는 직설화법도, 정곡을 찌르는 까대기도 너무 내 스타일이다. 이심 동체라고 말하며 너와 나는 한 몸이지만 엄연히 다른 개체라고 말하고, 나는 사람이 아니니 당연히 차갑고 거침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거라 말하는 인면창 인 씨의 매력이 한 층 돋보이는 작품이다.

책을 읽으며 추리를 하는 재미보다는 인면창 탐정 인 씨와 미쓰기의 티키타카가 훨씬 재미있었던 작품이었다. 마지막에 혼조가의 재산이 얼마였는지도 나왔다면 더 좋았을 텐데 ,,, 나의 궁금증이 다 풀리지 않아서 조금 아쉬웠지만 그건 묻어두기로 하자. 어차피 상속자가 남지 않았으니 말이다.



-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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