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의 교감이나 공감력, 여행에 대한 그녀의 생각, 번역의 힘과 중요성이라든지 번역가와 헤르메스와의 연결고리 등에 공감하며 작가의 독서 목록을 가지고 싶기도 했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돌려주지 않았다는 일화에 왜 난 공감이 되었는지...
독서로 인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해석하는 방향이 달라졌음을, 의미를 부여하고 많은 버전의 삶이 있음을 이야기하는 그녀의 다정함에 난 또 한 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렇다, 우리가 지금 여기에 있는 건 책을 읽기 위해서다. p.133
그녀가 다정하게 이야기하는 것 중에서 글쓰기보다 읽기에 더 집중해서 읽었고, 공감했는데, 글쓰기란 타고난 능력도 있어야겠지만 그만큼 많은 경험과 노력 묵직한 엉덩이가 크게 작용하는 게 아닐까? 마음속에 영혼을 심어주고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서술자를 선물한 엄마와, 서가 왕국의 왕이었던 아버지 사이에서 자란 딸은 훗날 많은 이야기를 전하는 작가로 자라나고, 그렇게 성장한 그녀는 많은 이야기들이 소멸되지 않고 존재할 수 있도록 엮어내는 작가로 성공했으니 부모의 역할도 무시하진 못할듯싶다.
"내가 아직 세상에 있지도 않은데 어떻게 날 그리워할 수 있어요?
"때로는 순서가 바뀔 수도 있어. 우리가 누군가를 그리워하면 그 사람이 거기 존재하게 되는 거란다." p.334
작가는 글쓰기에 대하여 창작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트렌드를 쫓는 분위기를 지양하고, 세상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지식을 쌓아서 더 나은 세상을 살아가자고, 진실과 허구를 굳이 나누는 것도 필요하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어린 시절 인어공주를 읽으며 [사람이 어떻게 바다에서 숨을 쉬고 물거품이 돼?]라고 생각하진 않았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어른이 된 이후의 독서는 눈으로 사실만을 쫓고 있었다. 허구와 판타지, 상상 속 이야기들을 하찮게 여기고 있지는 않았을까? 올가의 다정한 서술자를 읽으며 다시금 나의 독서를 되돌아보게 된다. 차원을 넘나들고 시간을 가로질러 다양한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책 속 세상과의 소통은 늘 옳다. 그리고 사심이 없는 다정함이라는 도구로 소통하는 세상도 늘 옳다.
올가 토카르추크가 이야기하는 다정한 서술자나 사인칭 시점이라는 새로운 관점이 내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글쓰기와 읽기 그리고 세상과의 소통에서도 강조되는 다정함에 대한 그녀의 생각들을 12편의 에세이와 강연들에서 읽어보았으니 이제 그녀의 다른 작품들을 만나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