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믿고, 누구에게 의지해야 할지 아무도 믿을 수가 없다. 첫인상만 보고 쉽게 판단할 수도 없으며 이웃, 동료, 가족, 친구 그 누구도 신뢰가 가지 않는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쏟아진다. 미스터리와 호러가 섞여있고 약간 퇴마 같기도 한데 그렇다고 이상한 힘들이 나오진 않는 그런 일상 속 공포다.
가족이라는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구성원이 사라지면 새로운 가족 구성원들로 채우고, 주변을 어둠으로 물들이는 그들은 늘 우리 주변에서 맴돌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있을 뿐.
일본에서는 타인에 대한 괴롭힘을 뜻하는 말을 '00하라'라고 표현한다고 한다. 세쿠하라, 파와하라, 마타하라 등으로 말이다.
그리고 작가 츠지무라 미즈키는 일상 속에서 누구나 겪어봤을 테지만 콕 집어 뭐라 설명하기는 어려운 불쾌감이나 공포를 '야미하라'라고 표현했고, 이 책 속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들로 '야미하라'를 이야기하고 있다. 책 속에서 우리 주변을 어둠으로 물들이는 그들은 특별한 힘을 쓰지 않는다. 단지 말과 행동으로 끊임없이 속삭일 뿐이다. 힘내라고 응원해 주고, 속 이야기를 들어주고, 고민 상담을 해주고, 내 편이라고 느끼게 해주면서 과한 친절을 베풀며 가면을 쓰고 가짜 미소를 지으며 우리 주변에 스며든다. 초반에 이야기한 아마가사키 사건의 스미다 미요코나, 최근 우리나라의 이은해 사건, 그리고 이 책 야미하라의 그 가족들처럼 말이다.
책을 든 순간 놓지 못하고 한 번에 다 읽어 내렸다. 작가의 첫 장편 미스터리라는데 500페이지 가까운 책의 마지막까지 지루함이라곤 1도 없는 데다 일상 속 내 주변에서 있을 법한 일이라 생각하니 더 공포스럽게 느껴졌던 것 같다. 가는 여름이 아쉬운 요즘 이 책 야미하라를 만나보길 추천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