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러블 스쿨보이 1] - 존 르카레 / 열린책들

오너러블 스쿨보이 1 ㅣ 카를라 3부작 2
존 르 카레 지음, 허진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7월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는 킹스맨으로 먼저 떠오르는 영국 첩보원의 이미지는 늘 완벽하게 갖춰 입은 슈트로 연결된다.

돈 따위에 얽매이지 않고 멋진 스포츠카와 비싼 세단을 아끼지 않고 마구잡이로 운전하고 망가뜨리며 현실 속에서 볼 수 없는 상상 속 고가의 무기들을 범인들에게 쓰는 영웅적인 환상이 일반적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스파이의 모습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셜록 홈스를 좋아하고 미스터리물을 좋아하지만 추리에는 똥촉이라 한 번도 범인을 맞추거나 결말을 예상한 적이 없다.

그러니 스파이물도 마찬가지인 내가 용감하게 이번에도 스파이물을 집어 든 것은 무식이 한몫했으리라.

존 르카레.

정보요원의 신분을 유지하며 첩보활동 중에 이중간첩이 독일을 혼란에 빠뜨린 내용의 소설을 발표한 작가라니 안 읽어볼 수가 없었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와 <스마일리의 사람들> 의 사이의 두 번째 이야기라는데 그 어떤 시리즈도 읽어보지 않은 상태에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으니 이해가 되지 않는 게 일반적이고 당연했을 터.. 게다가 또 다른 문제는 스파이들 사이에 사용되는 두더지, 마더, 베이비시터, 서커스 등 은어였는데, 은어만 이해하는데도 책을 읽는데 소요한 것보다 두 배의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환상 속 스파이들은 어디 가고 책 속엔 정말 현실에서 정말 볼 것만 같은 스파이들의 모습이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었다.

옆 동네 구청에서 마주칠 것만 같은 공무원 같은 모습으로 말이다. 상사의 결제를 받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화이트 컬러의 힘없는 배불뚝이 공무원들, 회의에 찌든 회사원들, 엄청 공들여 긴 시간 회의했지만 예산을 따내지 못해 실망한 우리들의 모습들이 스파이의 모습들이었다. 고급 세단이 아닌 회칠이 벗겨지고 쿠션이 엉망인 자동차에 몸을 실어야 하는 현실 속 스파이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1권에서 전편의 이야기를 예상하거나 알 수는 없었다. 전편의 이야기를 모르는 나로서는 헤맬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검색하다 알게 된 영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를 먼저 감상해 보았다. 게리 올드만, 콜린 퍼스, 베네딕트 컴버배치, 스티븐 그레이엄 등 영국 남자와 스파이의 이미지는 모두 떠오르는 완전 초호화 캐스팅이다. 영화 속의 스마일리와 웨스터비와 책 속의 이미지가 동일시되지는 않지만 스파이들의 은어에 대해서는 조금 이해에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인물의 상황 외모 인간관계 특성 등 세밀한 인물 묘사가 이 책의 장점이다

지나가는 역할 중 하나였을 전보를 전달하는 여자 우체국장의 모습이나 스파이가 안경을 만지작거리며 똑바로 쓰는 모습까지 무척 디테일하게 묘사하고 있으니 말이다.

심술궂은 영감 크로가 근무했던 영국 신문사의 비밀 고문 조지 스마일리, 마을에서 스쿨 보이라 불리는 귀족 혈통을 가진 신문왕의 차남, 후한척하지만 그 속에 냉담함이 숨겨진, 활기차지만 위험한 남자 제리 웨스터비, 스파이를 포섭하고 조정하는 소비에트 작전 지휘관이자 도청기 사용을 즐기는 카를라, 넬슨의 형이었고 말을 좋아하는 홍콩의 큰 손 드레이크 코, 일명 리지 리카르도 약 27세에 영국 기혼 인도차터 비엔티안 주식회사의 타자원 및 접수 계원이며 뭔가 있을 것 같은 엘리자베스 워딩턴까지.....

이제 준비는 다 되었으니 2권으로 넘어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