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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ㅣ 윌북 클래식 첫사랑 컬렉션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강명순 옮김 / 윌북 / 2022년 7월
평점 :
일이 어쩌다 그렇게 됐는지 조리 있게 설명하는 것이 쉽지 않군.
세상에서 제일 사랑스러운 여자를 만나게 된 경위 말이야.
지금 나는 마음이 너무 설레고 행복해서 훌륭한 역사가처럼 차분하게 지난 일을 기술하기가 힘들어. p.32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던 한 지인이 피노키오의 사랑과 우정 사이가 떠오르는 책이라고 했는데 나는 이승철의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가 먼저 떠올랐다. 남자가 있는 그녀... 갖고 싶지만, 고백하고 싶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고민하는 베르테르의 모습에 나쁜 놈~이라고 욕이 나와야 되는데 마냥 안쓰럽다 느꼈으니 이거 어떻게 된 일인지.
동그랗게 큰 눈이 예쁘게 보이지만 친구의 친구이기에 사랑할 순 없었네
널 갖고 싶다고 말을 해볼까 차라리 눈 감고 뒤돌아서서 고백해 볼까 -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 中
이 책은 빌헬름에게 쓰는 편지글 형식으로 이어지는데 베르테르가 로테를 처음 본 순간을 전하는 내용은 내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였다. 아름다운 로테가 자신을 둘러싼 어린아이들에게 빵을 나눠주는 모습을 베르테르는 얼마나 사랑이 넘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을까? 첫눈에 반해버린 그가 그녀에게 느끼는 설렘과 심장이 터질듯한 두근거림이 글로 온전히 모두 전해지는 느낌이었는데, 그녀가 말 한마디를 할 때마다 새로운 매력을 느끼고 그녀의 뒤에서는 후광이 비치고, 눈을 못 뗄 정도로 빠지는 그런 사랑을 할 수 있는 것도 행복하겠다 싶었다.
그렇게 첫눈에 반한 여자가, 내 인생에 다신 없을 이런 사랑스러운 여자가 약혼자가 있다니, 게임을 하다 뺨을 맞아도 자신만 세게 때린 것 같아 좋다는 이 바보 같은 남자'베르테르'의 사랑이 너무 가여울 정도다.
첫눈에 반한 여인 로테의 사랑을 얻는 것은 불가능했고, 일에 열중하며 그녀를 잊으려 애를 써도 맘대로 되지 않았다. 공사의 비서로 일을 하며 귀족사회의 속물적인 모습에 질려 다시 그녀의 곁으로 돌아가지만 괜스레 알베르트에게 더욱 질투만 느끼고 그녀에 대한 사랑의 완성은 죽음이라고 결론짓게 된다. 알베르트에게 총을 빌려 스스로 생을 마감한 베르테르의 행동이 너무 잔인하게 느껴졌던건 남겨진 이들에게 그의 행동은 평생 잊히지 않고 고통으로 남을거란 생각이 들어서였다.
마지막으로 갈수록 베르테르의 감정이 극에 달하고, 아닌척했던 로테도 자신의 마음이 흔들렸음을 인지하게 되지만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베르테르는 자신의 사랑을 이해하지 못하는 타인들에게 서운함을 느끼고, 정작 그 사랑의 대상인 로테도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 생각하며 좌절한 게 아니었을까?그는 인간의 감정을 헤아리기가 너무 힘들었던 것일지 모른다. 게다가 로테를 짝사랑한 또 다른 남자가 미쳐버렸다는 사실과, 여주인을 사랑한 하인이 사랑의 배신감에 자살해 버린 이야기들을 알게 된 베르테르는 자신의 사랑이 축복받기는커녕 오히려 비난의 대상이 될 것이란 생각에 세상을 등져버리자고 결심한 게 아닐까 싶다.
책을 읽는 내내 가장 궁금했던 게 베르나르의 편지를 받은 빌헬름의 반응과 답장이었다. 빌헬름에 대해서 알고 싶었고 그가 베르나르에게 어떤 조언들을 하고 다독여주었는지 그의 우정이 가득 담긴 편지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온전히 베르테르를 이해할 수는 없었다. 얼마나 사랑하고 얼마타 애가 타야 자신의 목숨을 버릴 생각을 할 수 있는지 감히 상상도 하기가 힘들었다. 약 250여년 전에 쓰인 소설인데 이렇게 읽는내내 가슴을 절절하게 만드는것은 대문호 괴테의 아름다운 문체와 넘칠만큼 풍부한 감수성 덕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결국은 불륜아니냐고 이야기한다면 틀린말은 아니니 할말은 없지만 그럼에도 베르테르의 아픈 사랑에 그 시절 젊은이들이 왜 그렇게 공감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사랑받지 못해 슬프고, 너무 사랑하기에 가슴 아팠고,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이해하지 못하는 세상에 절망하는 한 젊은 사내의 탄식 같은 이야기[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