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탑의 라푼젤
우사미 마코토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복지사각지대를 찾아내 취약계층을 발굴하고, 복지 계획을 수립해서 필요한 행정업무를 모두 처리해야 하는 사회복지 공무원들을 보면 저 사람들은 정말 신념이 없으면 저 일을 하기가 힘들겠구나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십여 년 아이들을 가르치다 지금은 아이들을 위한 기관에 근무하면서 어찌 보면 복지업무를 하며 월급을 받는 나도 그런 감정을 느낄 때가 많은데 하물며 최전선에서 절망에 빠진 아이들을 만나고 그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정말 매일매일이 희망과 절망을 오가는 삶을 살고 있겠구나 싶다.

"아이들은 죽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닙니다."

띠지의 저 한 문장이 책을 읽기도 전에 내 마음을 쿵~하고 저 밑바닥으로 떨어지게 만들었다. 얼마나 무겁고, 무섭고, 절망적인 이야기들이 펼쳐질까 싶어 함부로 책을 펼치지 못해 읽어내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에피소드 하나 읽고 내 마음 추스르고, 또 읽고 다시 추스르고를 반복하며 읽어낸 책이라 더 그럴지 모르겠다. 표지의 저 예쁜 그림처럼 책 속 이야기는 아름답지만은 않았고 현실은 더 무서운 곳일 테니 말이다.

이 책에서는 유흥 도시인 다마가와 시를 배경으로 일어나는 일들을 다양한 시선으로 이야기하는데 그 주제가 가정폭력, 빈곤과 아동학대, 방임 등에 대한 사회 문제여서 더욱 마음이 쓰였다.

가정상담소에서 근무하는 유이치와 아동가정지원센터의 시호는 여러 형태의 가족들과 그들에게 일어나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바쁜 일상을 보내지만 그중 유독 시호가 관심을 쏟는 가족이 있었다. 이시이라는 남자의 가족인데, 그는 아이가 넷이나 있음에도 가족에 너무 무신경하고 못된 가장이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에게 학대와 방임의 흔적이 조금씩 겉으로 드러나기 시작했고 이웃들이 그들을 바라보는 눈도 고울 수만은 없었는데, 특히 그 집의 여섯 살 난 소타라는 아이는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몸에 상처가 많았고 거리를 배회하니 이웃들이 보다 못해 센터에 신고를 하게 된다. 어린이집에도 등원하지 않았다는 소타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무면허 의료업자의 잘못된 시술로 자궁을 적출당했다는 18세 청소년 나기사의 이야기를 읽을 때는 너무 가슴이 아파 심장이 찌릿찌릿할 정도였다.

도대체 왜 아무도 그녀를 보호해 주지 못한 것인지, 그나마 그녀의 곁에서 몸이 다른 사람과 통하는 수단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가르쳐준 카이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 건지 생각하다 이런 당연한 일을 다행이다 생각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 슬퍼 눈물이 흘렀다.

건전한 비행청소년이 되려고 고난도 보드 기술을 습득하고 때로는 어른들의 힘을 이용할 줄도 아는 카이는 그래도 세상과 현실을 이해하고 적당히 타협할 줄도 아는 아이였다. 어른들의 도움을 받지 못한 삶을 살아왔다 보니 나기사도 카이도 상담 센터나 복지사, 그리고 공무원들을 믿지는 못한다.

'그렇게 그 애가 미우면... 나한테 아이를 줘.'라고 속으로 부르짖는 이쿠미의 시선은 또 다르다.

전문직이었던 그녀가 아이를 갖기 위해 일도 그만두며 임신에 집중하고 병원에서는 다 괜찮다는데, 왜 아이가 이쿠미 부부에게는 오지 않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간절히 아이를 원하는 이쿠미의 눈에 보이는 저 아이들 많은 집의 무책임하고 폭력적인 가장의 모습은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라푼젤이 분명 도와줄 거야. 저 탑 꼭대기에 올라가면 그 뒤로는 아무도 데려갈 수 없어.

저긴 불쌍한 아이들이 행복해지는 장소야." p.211



[전망탑의 라푼젤]은 라멘 타워라고 불리는 전망탑 베이뷰타워가 내려다보는 유흥 도시 다마가와 시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그들의 이야기는 하루하루 살아내느라 바쁘고 버티는 것에 익숙해져서 불의가 무엇인지 구별해 내기도 힘들어 보이기까지 했다. 부모가 뭐라고.... 자신을 학대하고 나 몰라라~내버려 두는 부모임에도 그들과 떨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아이들과, 혼자 남겨지는 외로움이 싫어 발버둥 치며 버텨내는 아이들, 소리 없는 비명을 내지르며 적개심을 가지고 자기방어에 열심인 아이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훈육과 학대를 구별하지 못하는 부모들로 인해 악순환되는 아동학대는 부모가 변해야지만 멈출 수 있는데 사람은 쉽게 변하지 못한다는 점에 다시 좌절하게 된다.

아이 한 명을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책 속 고다 과장이 어린 시절을 보냈던 그 섬처럼 모두가 아이들을 아끼고 사랑해 주어서 아이들의 반짝거리는 빛을 잃지 않고 유지할 수 있도록, 늘 웃으며 지낼 수 있는 그런 공간과 허기 지지 않도록 맛있는 음식들을 제공해 줄 수 있도록, 온 마을 사람들이 힘을 합쳐서 아이들을 키워야 한다는 말일 것이다. 물론 지금 같은 현대 사회에선 이웃에게 민폐니, 부담이니 말하며 서로가 믿고 후한 인심으로 온 동네가 육아를 함께하던 그 시절로는 돌아가기 힘

들겠지만 아들을 키우는 엄마로서 옛날이 그립기도 했다. 책 속 이야기들은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있어 불편했으나 불편하다고 피하고 시선을 돌려선 안되는 일들이었다.

앞으로도 복지 공무원들은 일이 넘쳐나 일손이 부족할 테고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도 계속 늘어날 것이다. 개인적으로 아이들의 행복은 어른들의 커다란 책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아이의 엄마로서, 어른으로서 겁나고 불편하고 용기가 없어 외면했던 그동안의 내 모습이 거울처럼 비치는듯해 마주 보기가 힘이 들었지만 나의 내면에도 조금은 변화가 생겼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유이치가 계속 이 일을 하는 이유, 소타의 행방, 그리고 카이와 나시미 , 이쿠미 부부의 이야기의 반전도 굉장해서 마지막엔 소름이 돋았다.

읽는 내내 눈물을 흘리게 만들고, 참혹한 현실에 가슴이 먹먹해지다가 놀랄만한 반전이 두둥~하고 나타나는 책, 동화 속 라푼젤이 고단한 삶에서 구해줄 것이라 상상하며 스스로를 위로해야 하는 아이들의 이야기 [전망탑의 라푼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