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받고 있다는 착각 - 온라인 검열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질리안 요크 지음, 방진이 옮김 / 책세상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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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광주에서 태어난 나는 검열이란 단어의 뜻을 알기도 전부터 세상 소식을 권력자들의 마음대로 관리하고, 고치고, 차단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몸소 느끼며 자랐다. 군인에게 맞아 사람들이 쓰러지고 개돼지 취급을 해도 이 좁은 땅덩어리 안에서조차 소식을 전하지 못했던 그런 시대였으니 말이다. 그 당시에는 언론이 검열당해 내 뜻을 자유롭게 세상에 알리지 못하는 시절이었다. 그렇게 억압된 시절을 보낸 사람들에게 인터넷의 발달과 자유롭게 자신의 뜻을 글로 전하는 지금 시대는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시원하고 달콤한 일이었을텐데 막상 살아보니 또 그렇지만도 않다.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상상하던 시대에 살지만 버젓이 검열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왜 우리는 알지 못하는 것일까? 지금처럼 인터넷을 통한 각종 뉴스가 몇 분 만에 퍼지는 세상에서는 언론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온라인 검열이 권력자들에게 꼭 필요한 일일 텐데 우리는 정말 자유롭게 살고 있는 것일까?

블로그나 인스타, 페이스북을 포함한 모든 SNS,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관리로 위장한 검사들을 나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살아온 것이 아니었나 되돌아보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궁금해하며 알고 싶어 했다. 검열을 하려고 하면 어마어마한 시간과 인력이 소요될 텐데 어떻게 다 하는 것인지, 검열 프로그램이 있다면 도대체 어떤 똑똑한 이가 그런 것을 만들었을지, 늘 손에 들고 다니며 세상 무엇보다 내 삶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휴대폰도 사실은 검열 도구 중 하나일 텐데 왜 난 아무렇지도 않게, 내 삶을 누군지도 모를 이들에게 보여주며 살고 있는 것인지 말이다.

헌법으로도 보장되어 있는 자유권적 기본권 중에 사생활의 자유, 통신의 자유,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 등을 나는 확실히 보장받고 살고 있는지 다시 되돌아 보게 된다. 보장해 준다니 그런 줄 알고 살았는데 몰래 뒤로 검열당하고 내 기본권을 침해당했단 생각이 드니 괜시리 씁쓸해진다. 내가 대단한 글을 쓰고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게 해달라는 게 아닌데도 이런 기분이 드는데 정말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고 드러내는 사람들에게 이런 검열은 분명 어마어마하게 큰 구속이 될 것이다.




인터넷의 발달은 새로운 유통망을 만들어냈고 거기에 맞는 새로운 형식의 규제와 검열이 난무하는 어릴 적 내가 꿈꾸었던 미래와는 또 다른 느낌의 세상에 살게 되면서 어떤 신념과 목적을 가지고 살아가야 할지 다시금 깊이 생각해 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다가올 미래가 꿈꾸던 유토피아일지 극한 현실의 디스토피아일지 알 수는 없지만 콘텐츠를 사찰당하고, 서로가 서로를 감독하며 신고하고, 삭제할 내용인지 아닌지 판별하는 관리자들의 입장도, 그렇다고 스스로가 아닌 남이 걸러주는 정보만 받아들여야 하는 이용자들의 입장에도 선뜻 편을 들 수가 없었다.

플랫폼 관리자들도 어느정도 선까지 자유를 허용해야 할지 굉장히 애매할 때가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표현하는 이들의 자유가 보지 않을 자유가 있는 이들을 괴롭히는 것은 아닌지, 분류하고 걸러내는 과정은 꼭 필요한 것인지 너무 어렵고 헷갈리고 판단하기 힘들다. 마구잡이로 퍼져나가는 성 관련 콘텐츠나 누가 봐도 나쁘다, 혐오스럽다,라는 판단을 내려야 한다면 얼마나 흰머리가 늘어날 정도로 머리를 쥐어짜야 할 것인가?

앞으로의 다가올 미래도 어떤 식의 변화가 나타날지 한 치 앞을 알 수 없지만 내가,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스스로의 권리와 자유를 지킬지에 대해서는 더 많이 생각해 보고 자세히 알아야 될 것이라고 본다. 누가 검열을 하고 내놓은 정보인지 판별하는 능력은 스스로 키워야 할 테니 그 첫걸음을 [보호받고 있다는 착각] 이 책과 함께 떼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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