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 3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은연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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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안나 카레니나의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게 되었다.

한 달 조금 넘게 걸려 다 읽어냈지만 타 러시아 문학들과는 다르게 어렵거나 머리 아픈 독서는 아니었다.

오히려 사랑 가득 로맨스가 넘실대는 가족소설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넘쳐나는 사랑이 불륜까지 불러오는 사태가 종종 있지만 어찌 되었든 그들 자신들은 세기적 사랑이라 생각할 테니 말이다.

결혼 전에 읽었던 안나 카레니나는 '바람피운 나쁜 여자 이야기' 정도로만 기억에 남았었는데, 결혼 후 아이도 낳고 키우며 다시 읽은 안나 카레니나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로 와닿았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안나의 사랑을 응원할 수만은 없는 편에 서있었던 것 같다.

사랑이 나쁘다라기 보다 그녀의 사랑은 너무 자기중심적이었고, 좀 더 상황 정리를 완벽히 한 후에 다른 사랑을 시작했다면 아이도 상처를 덜 받았을 테고 좀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어서였다.

 

[안나 카레니나]는 부유한 남편과 슬하에 아들 한 명을 두고, 만족스럽지 않은 결혼생활을 하는 안나가 자신의 마음을 다시 뛰게 한 브론스키를 만나 맹목적인 사랑에 목을 매어 가정까지 버리는 이야기와 한 여자밖에 모르는 사랑꾼 레빈의 이야기로 크게 나누어질듯하다.

물론 그 안에는 바람난 남편 대신 아이들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으로 결혼생활을 이어나가는 돌리와, 바람난 와이프를 용서해야 했던 카레닌의 이야기도 있지만 말이다.

 

안나의 사랑은 도피형, 레빈의 사랑은 집착형, 버리고 싶지만 버리지도 못하고 안고 살아가는 돌리의 사랑은 생존형이고, 남들의 시선이 더 중요해 바람난 아내에게 화도 못내는 카레닌의 사랑은 과시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안나 카레니나] 속에서 톨스토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사랑만은 아니었으리라.

시대적 배경과 당시의 귀족 생활, 그들의 비합리적인 생각들과 불통이 낳은 대화들, 여자들의 잃어버린 자유와 섬세한 심리묘사까지 많은 것들이 담겨있지만 내게는 사랑이 제일 크게 와닿았다.

안나는 두 남자와의 결혼생활을 하면서 무언가 불만이 생기거나, 삶이 지루해지고, 상대방에게 실망을 하게 되었을 때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참고 살다 설레는 사람 만나서 도망치고 또 그 남자의 사랑이 식으니 시들어갔다.

똑똑한 여자였으니 여성교육을 불필요하다 생각하는 브론스키의 생각과도 크게 어긋났을테고, 사랑이 식으니 정중하지 못하고 나에 관한 모든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남자에게 받는 마음의 상처는 더욱 컸을 것이다.

 

왜 화가 나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지, 왜 서로의 탓만 하며 자신을 제대로 돌아보지 않는지 답답했다. 게다가 브론스키를 벌하기 위해 자살을 생각하는 안나의 모습에선 평소 현명하고 사리분별 정확하던 그녀를 찾아보기 힘들었고 그녀의 죽음 후 자신은 인간으로서는 폐인이지만 무기로서는 역할을 해낼 수 있다고 말하며 세르비아로 떠나가는 브론스키가 너무 불안해 보였다. 그리고 레빈의 신앙과, 신념, 아들에 대한 사랑을 깨닫기까지의 이야기가 안나가 죽은 이후로도 쭉 그려진다.

 

톨스토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내가 다 이해한 것인지 곱씹고 되짚어 보면서 읽었던 것 같다.

내 경험에 비추어 인물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다 보니 고전을 읽으며 느끼는 감정이 20, 30, 40대 모두 다르다.

등장하는 세 가정을 비교하고, 그들의 심리적 갈등을 이해하기까지 무척 오랜 시간이 걸렸고, 내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와 사랑과, 행복에 대한 생각들이 옳았던 것인지 의문도 들고 레빈의 철학적 고뇌를 이해하기에도 힘이 들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난 후 더욱 나를 제대로 바라보고 인정하며 아낄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애정을 쏟을 수 있게 변하게 된다.

책을 읽는 동안은 내가 돌리였고, 안나였다가, 키티였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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