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미소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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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읽은 몇 권의 프랑수아즈 사강 책 중에서는 그녀가 가장 먼저 쓴 책이 아닐까 싶다.

다른 책에 비해 읽는 속도가 늘어졌던 게 아무래도 인물들의 심리적인 감정 표현에 더욱 신경을 쓴 작품이라 그런 듯한데 나이 많은 남자와 사랑에 빠지게 된 젊은 여인의 종잡을 수 없는 감정들이 마구 휘몰아치는 걸 책을 읽는 내내 느낄 수 있다.

평소와 다름없는 조금은 지루하고 한적한 오후를 베르트랑과 함께 보내고 있는 도미니크는 따분한 느낌이 자꾸 든다.

베르트랑이 여행가인 외삼촌을 만나러 함께 가자고 제안해 뤽을 만나 인사를 나누는데, 뭔가 피곤하고 슬퍼 보이지만 잘생긴 뤽이 자꾸 신경 쓰여 계속 그를 눈으로 좇기 시작한다

문득 이 늙은 남자가 마음에 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는 도미니크는 중년 남성에게 매력을 느끼는 어린 여자인듯하다.

​남자친구인 베르트랑도, 그와의 사랑도 너무 좋지만 완벽한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그녀는 권태로운 자기의 일상이 늘 불만이다.

뤽에게 그의 아내인 프랑수아즈를 소개받고, 아내와 함께 있는 그를 보며 고통스러워하는 도미니크의 마음은 내가 가질 수 없는 다른 여자의 남자라는 사실에 떨림을 느끼는 그런 것일까?

도미니크의 마음에 따라 뤽의 외모도 달라 보이는 것인지 처음 뤽을 만났을 땐 슬퍼 보이지만 잘생겨 보인다고 했는데 또 뤽의 집에서 본 그는 또 잘생긴 미남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니 외모를 보는 시선이 그녀의 마음가짐과 감정에 따라서 다르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프랑수아즈도 뤽도 베르트랑도 모두 도미니크를 좋아한다.

너와 연애를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거라고 말하는 뤽이 바보스러워 한참을 웃고 그에게 어떻게 반응해야 될지 모르겠다는 도미니크도,

그런 말을 서슴지 않고 하는 뤽도, 그러면서 자신의 아내인 프랑수아즈가 도미니크를 좋아한다는 말은 왜 하는 건지 도통 이해하기 힘들다.

굉장히 부적절한 일이지만 그만큼 흔해 빠진 평범한 일처럼 아주 편안하게 툭 내뱉듯 이야기하는 그가 신기해 보일 정도다.

즐거울 거라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 도미니크는 어떤 감정을 느끼는 것일까?

시작이 힘들었지 뤽과의 일탈은 점점 쉬워졌고, 프랑수아즈가 여행을 가거나 자리만 비우면 그녀의 눈을 피해서 자연스레 뤽과의 시간을 보내기 시작한다.

​고향집에 가 있던 도미니크에게 뤽의 편지가 도착하는데 9월에 그가 아비뇽에 있을 거란 내용이다. 답장을 기다리겠다는 그의 말은 도미니크와의 시간을 고대하고 있는 듯했다. 답장을 보내고, 짐을 꾸리고, 아비뇽으로 향하는 기차에 올라타는 도미니크는 자신을 배웅하는 부모를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았을까?

뤽과의 시간은 즐겁지만 슬프고, 쾌활한 척하지만 당황스럽고, 두려웠지만 설레고, 무례하게 느껴지지만 떨렸다.

일주일만 함께 보내려고 했는데 다시 일주일을 더 함께 보내기로 하는 둘은 별것도 아닌 걸로 화를 내기도 하고 가볍게 말다툼도 하고 뭐 나름 일반적인 연인처럼 잘 지내기도 한다. 그렇지만 시간은 빨리 지나갔고 이제는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다.

뤽은 프랑수아즈와 헤어질 생각이 전혀 없었고 도미니크의 감정은 깊어가지만 그건 혼자서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그리고 결국 예상했던 일들이 벌어지게 된다.

100점을 맞을 수 있었던 시험 문제지에서 딱 한 문제 헷갈리는 문제가 있었다면 굉장히 찝찝하지 않을까? 도미니크에게 뤽의 제안은 그런 찝찝함을 남기는 문제를 던진 것이었다. 자신이 사랑에 빠진 건지 아닌지도 모르는데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는 그런 문제를 말이다.

베르트랑을 좋아하고 있지만 뤽의 제안도, 그에 대한 감정도 무시할 수가 없는 데다가, 그런 선택에 갈등하고 무너지는 자신이 너무 연약하다 느끼는 도미니크다. 남의 남자를 탐내는 자신의 파렴치함을 느끼면서도 사랑에 열광적이며 슬퍼하는 그녀의 젊음이 살짝 부럽기도 했다.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

뤽은 도미니크를 존중해 주거나 아껴주지도 않고 오히려 베르트랑이 더 사랑하는 것 같은데 왜 뤽에게 끌리는 것일까?

내 가치 따위는 무시하는 늙은 남자 뤽에게 왜 빠지게 된 건지 그냥 일탈인지, 내가 가질 수 없는 타인의 소유이기 때문인지 그 계기조차 파악하기가 힘들었다.

나의 이성적 판단으로는 이해하기가 너무 힘들었지만 도미니크 그녀의 감정이 너무나 잘 드러난 글들을 쭉 따라가며 읽다 보면 내내 속상하고, 쓸쓸하고, 허무해서 위가 아플 지경인 책 프랑수아즈 사강의 [어떤 미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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