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독스
나가우라 교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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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테이프를 대여점에서 빌려 이용하는 호환마마가 무서웠던 그 시절에 나는 유난히 홍콩 영화를 많이 빌려봤었다.

첩혈쌍웅, 영웅본색, 천장지구 등... 그 이후에는 성룡의 폴리스 스토리까지~~ 빼놓지 않고 다 챙겨 봤었던 기억이 난다.

갑자기 홍콩 영화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이 책 언더독스를 읽으며 내내 들었던 생각이 홍콩을 배경으로 다국적인들이 출연하는 한편의 누아르 영화를 본 것 같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그것도 스케일이 어마어마하게 큰 대작으로 말이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주인공은 주윤발이나 장국영처럼 바바리에 선글라스 좀 끼고 멋있어야 하는데 '패배자'라니 웬 말인가?

왜소한 체격의 고바가 쟁쟁한 다른 인물들을 다 제치는 모습에 왠지 통쾌함 비슷한 것도 느꼈지만 내 상상 속에서는 얼굴 미남으로 그리며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공부는 좀 했지만 원하는 것은 아무것도 해내지 못하며 살아가던 증권맨 고바 게이타는 담당 고객인 마시모에게 홍콩이 반환되는 날 은행에서 서류와 플로피 디스켓을 가로채 달라는 제안을 받는다. 그는 고바가 이 제안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거라 예상하고 밀어붙인다.

다른 적임자들 4명과 팀을 이뤄주고 활동비도 85만 달러(한화 10억 정도)를 주고, 추가 제공에 성공보수와 착수금도 다 계산해 준다고 한다.

이거 제가 하면 안되겠습니꽈~~~ 마음의 소리가 입 밖으로 삐져나오려고 한다.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고바는 홍콩으로 향하고, 마시모를 만나기 위해 식당으로 들어서는데 뭔가 기분이 싸한 것이 역시, 마시모가 타살당했다.

커다란 거짓에 빈틈을 없애려면 타인을 속일 계책을 짜기보다 자신을 속이고 그것이 진실이라고 진심으로 믿어 버리는 편이 빠르다. p.52

초반부터 독자를 몰아붙이며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이 넘쳐흐르며 2018년으로 시대가 바뀐다.

알바를 끝내고 옷을 갈아입는 고바 에이미에게 체포영장을 내미는 사람들은 데이터를 훔치고 투자에 활용해서 상당히 재미를 본 에이미를 잡으러 온 경찰들이다. 에이미는 지명 변호사를 부르고 경찰은 취조를 시작한다. 베트남에서 태어나 영국으로 가서 심장판막증 수술을 받고 친아버지인 줄 알았는데 양녀였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것도 모두 이야기한다. 변호사 쓰즈키가 나타나 에이미에게 이렇다 저렇다 자세한 이야기도 해주지 않고 등 떠밀 듯 홍콩으로 출발하게 되는데....

너무 궁금한 에이미와 고바의 관계는 책의 끝자락에 다다라서야 모든 의문이 풀리게 된다.

1996년의 마지막 밤 마시모의 죽음을 목격한 고바는 홍콩 경찰 총부로 이동해서 루이초홍이라는 경위에게 조사를 받고 두부가게 3층 사무실로 돌아간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사무실은 누가 뒤진 듯이 엉망이었고 신고 후 고바는 비참한 기분을 느낀다.

경호 센터에서 왔다는 미아 리더스와 고용계약을 진행하고, 미아와 함께 나머지 팀원을 만나서 이후 상황을 정리하기로 한다.

자비스 맥길리스, 일라리 론카이넨, 린차이화, 고바 이렇게 넷은 오지 않은 다섯 번째 멤버는 제쳐두고 추후 계획을 이야기하기 시작하는데, 이들 모두는 똑같은 패배자여서 서로 젠척하며 세 보이려고 하지 않아도 되지만 그 점이 오히려 너무 쓸쓸하다.

시작부터 뭐하나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삐거덕 거리는 이 팀의 운명이 어찌 될지 무척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마치 육식동물에게 습격당해서 죽기 살기로 발악하는 초식동물 같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매우 단순하게도 죽음에 대한 공포와 삶에 대한 갈망이, 그리고 유치한 분노가 자신을 이 터무니없는 전쟁으로 내몰았다.

이런 곳에서 놈들이 주무르는 일 때문에 죽고 싶지는 않다. 지금에 와서야 용케 깨달았다. 자신의 등을 떠미는 존재는 결의가 아니라는 사실을.

그것은 막다른 곳에 몰린 자만이 품는 하찮을 정도로 단순하고 어처구니없는 광기였다. 제정신으로는 이런 무모한 도박에 뛰어들지 못한다. p.415~416

마시모가 죽기 전에 뽑아놓은 다국적 팀과, 다양한 목적으로 물건으로 노리는 이들이 이렇게 많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순간순간 살아남기에 급급한 게임이 시작된다. 총살, 폭탄 테러, 교통사고 다양한 방법으로 누군가가 고바의 숨통을 죄어오고 있어 생각을 멈출 수가 없다.

팀원들은 하나씩 죽어가고 러시아, 미국, 중국 등 배후에 누가 있는지는 아직 전혀 알 수가 없고, 총격과 죽음, 정체를 알 수 없는 적들과 수행해야 되는 작전들이 실로 숨이 막혀 페이지 넘기는 걸 쉴 수가 없었다. 언더독스인 고바의 마지막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스포츠에서 우승이나 이길 확률이 적은 팀이나 선수를 일컫는 말이 언더독이니까 언더독스는 그런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일 터...

이 책에서의 언더독스는 나름 각 분야의 실패자들이다. 열심히 노력했는데 왜 실패한 삶이 된 것인지, 실패자라고 불리는 이들이 무언가를 해낼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

패배자라 불리는 평범한 이들이 주인공이지만 어떻게 상황을 버티고, 해결해나가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언더독이니까 '잘하지 못하고 버티지 못할 거야'라고 지레짐작해버린 사람들의 편견이 고바를 살아남게 했다. 영웅도 주인공도 아니지만 살아남기 위해 처절하게 버텨내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미스터리 소설 [언더독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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