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 하면 키이라 나이틀리의 아름다운 모습이 먼저 연상되는 건 아마도 영화의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작품을 책으로 다시 읽어보니 '역시 책으로 읽었어야 해'라는 생각이 또 한 번 들게 된다.
영화 속 이야기는 제목에 충실하게도 안나에 관한 게 다였는데 책으로 읽다 보면 도대체 안나는 어디 있는 거야?라고 생각하게 되니 말이다.
두꺼운 합본으로 한번 보고 이번이 두 번째인데 보랏빛 컬러에 금장 스케치와 제목이 너무 아름다운 책이었다.
내 손목을 생각한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3권, 상중하로 나누어 읽으니 누워서 읽기가 편해 부담도 덜었다.
안나의 오빠인 오블론스키와 돌리 부부의 외도에 대한 이야기로 책은 시작한다.
내게는 오블론스키의 아내 '돌리'가 제일 안쓰럽고 마음 쓰이는 인물이었다. 결혼하고 아이들만 줄줄이 낳고 키웠는데 남편은 바람을 피우고 어느새 자신의 삶은 사라져버린 돌리의 현실도 캄캄한데 왠지 그녀의 앞날도 계속 가시밭길일 것만 같으니 말이다.
돌리의 여동생 키티는 아직 너무 젊고 사랑스러우며 그녀를 사랑하는 레빈과 브론스키의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한다.
레빈과 키티의 스케이트장 만남 장면에서는 '작은 아씨들'에서 조와 로리가 에이미를 따돌리고 스케이트를 타던 그 장면이 떠올라서 더 재미있었다.
키티의 선택을 받고자 하는 레닌과 그런 모습을 재미있어하며 지켜보는 오블론스키는 그에게 멋지고 모범적인 청년 브론스키의 이야기를 은근슬쩍 흘리며 이야기해 준다. 뭐지? 한번 붙어보라 이건가?
그리고 바람피우는 남자를 배부르게 먹고 나서 빵집을 지나다 빵을 훔치는 것으로 비교한 레닌의 생각이 너무 재미있는데, 아무리 맛있는 빵이라도 훔쳐먹는 건 아니라는 걸 레닌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한참을 읽어야 안나가 나오기 시작하는데 괜히 두근거리면서 읽어갔다.
안나의 남편인 매제를 자랑스러워하는 오블론스키는 기차역에서 만난 브론스키와 한참 대화를 나누고, 어머니를 마중하러 열차에 들어섰다가 미모의 귀부인과 마주친 브론스키는 왠지 그녀에게 자꾸 끌리게 된다. 운명인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