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 1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은연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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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하면 키이라 나이틀리의 아름다운 모습이 먼저 연상되는 건 아마도 영화의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작품을 책으로 다시 읽어보니 '역시 책으로 읽었어야 해'라는 생각이 또 한 번 들게 된다.

영화 속 이야기는 제목에 충실하게도 안나에 관한 게 다였는데 책으로 읽다 보면 도대체 안나는 어디 있는 거야?라고 생각하게 되니 말이다.

두꺼운 합본으로 한번 보고 이번이 두 번째인데 보랏빛 컬러에 금장 스케치와 제목이 너무 아름다운 책이었다.

내 손목을 생각한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3권, 상중하로 나누어 읽으니 누워서 읽기가 편해 부담도 덜었다.

안나의 오빠인 오블론스키와 돌리 부부의 외도에 대한 이야기로 책은 시작한다.

내게는 오블론스키의 아내 '돌리'가 제일 안쓰럽고 마음 쓰이는 인물이었다. 결혼하고 아이들만 줄줄이 낳고 키웠는데 남편은 바람을 피우고 어느새 자신의 삶은 사라져버린 돌리의 현실도 캄캄한데 왠지 그녀의 앞날도 계속 가시밭길일 것만 같으니 말이다.

돌리의 여동생 키티는 아직 너무 젊고 사랑스러우며 그녀를 사랑하는 레빈과 브론스키의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한다.

레빈과 키티의 스케이트장 만남 장면에서는 '작은 아씨들'에서 조와 로리가 에이미를 따돌리고 스케이트를 타던 그 장면이 떠올라서 더 재미있었다.

키티의 선택을 받고자 하는 레닌과 그런 모습을 재미있어하며 지켜보는 오블론스키는 그에게 멋지고 모범적인 청년 브론스키의 이야기를 은근슬쩍 흘리며 이야기해 준다. 뭐지? 한번 붙어보라 이건가?

그리고 바람피우는 남자를 배부르게 먹고 나서 빵집을 지나다 빵을 훔치는 것으로 비교한 레닌의 생각이 너무 재미있는데, 아무리 맛있는 빵이라도 훔쳐먹는 건 아니라는 걸 레닌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한참을 읽어야 안나가 나오기 시작하는데 괜히 두근거리면서 읽어갔다.

안나의 남편인 매제를 자랑스러워하는 오블론스키는 기차역에서 만난 브론스키와 한참 대화를 나누고, 어머니를 마중하러 열차에 들어섰다가 미모의 귀부인과 마주친 브론스키는 왠지 그녀에게 자꾸 끌리게 된다. 운명인 것일까.

이 짧은 시선에서 브론스키는 그녀의 빛나는 두 눈과 붉은 입술을 살짝 일그러뜨린 보일 듯 말 듯 한 미소 사이에 감돌고 있는 억제된 활력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넘쳐흐르는 어떤 것이 그녀의 존재를 가득 채우고 있어서 그녀의 의지와 상관없이 눈의 반짝임과 웃음으로 표출되는 듯했다. p.145

첫 만남과 그녀의 외모를 이렇게 표현해 내다니 역시 톨스토이~~어떤 것이 그녀를 가득 채우고 있는 건지, 의지와 상관없이 눈도 반짝이고 웃음으로 마구 뿜어져 나오는 예쁨이라니... 나도 갖고 싶다 그 예쁨!!

선로에서 후진하는 기차에 치여 죽은 남자는 대가족을 부양하는 가장이었고 그의 미망인에게 200루블과 마음을 써준 브론스키가 안나의 눈에 들어온다. 누군가의 죽음이 어떤 이들에게는 사랑의 도화선이 되다니 아이러니하다.

안나가 돌리를 위로하며 눈물을 흘리지만 정작 자신의 앞날은 몰랐을 테고, 자신도 오빠인 오블론스키와 같은 행동으로 남편에게 상처를 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라 생각하니 역시 사람 앞날 아무도 모른다던 옛말이 괜히 떠오른다.

키티의 병은 레빈의 청혼을 거절하고, 브론스키의 기만, 그리고 종잡을 수 없는 그녀 자신의 마음이 원인이 되었다.

그녀의 소식을 듣게 된 레빈은 자신에게도 희망이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기분이 슬프면서도 좋아지는 걸 어쩔 수 없다.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속속들이 알게끔 자세히 풀어쓴 것이 이 안나 카레니나를 읽는 재미 중 하나다.

안나와 브론스키의 소문이 페테르부르크 사교계에 퍼지기 시작하고, 브론스키의 사촌 누이인 벳시의 파티에 자주 참여하기 시작한 안나는 그녀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오고, 만날 때마다 사랑을 고백하는 브론스키에게 뭔가 깊은 감정이 마음속에서 불타기 시작했음을 느끼기 시작했다가 어느새 빠져들었다.

남들의 이목 따위 신경 쓰지 않는 브론스키와 달리 안나는 불안했지만 그녀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

남자고 여자고 애인 한 둘은 아주 우스운 귀족 사회라지만 그렇다고 당당할 것까지야..

스토리가 꼬여있거나 길진 않다. 아니 오히려 아주 짧은 스토리지만 등장인물의 감정선을 세세하게 그리고 있다.

1권에서는 그 시대의 사회 분위기와 귀족들의 허세들을 좀 엿볼 수 있었다고나 할까? 이제 2권으로 넘어가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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